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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귀걸이·은 허리띠’ 165㎝ 남성…이 신라 무덤 주인은 누구일까
입력2022.12.07. 오후 6:05
수정2022.12.08. 오전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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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기 후반 만든 돌무지덧널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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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자리에서 나온 금 귀걸이. 고리가 얇은 남성용 귀걸이의 특징을 보여준다. 문화재청 제공
2020년 5월과 9월 신라 고도인 경북 경주 도심에서 타임캡슐 발견을 방불케 하는 발굴 성과가 터져 나왔다. 옛 왕경 지구인 황남동 일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허물어져 가는 120-2호 고분을 경주시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발굴 조사했는데, 뜻밖에도 5세기 신라 귀족이 사용했던 금동 관과 금 드리개, 가슴걸이, 팔찌, 금동 신발 등 화려한 금속 장식물이, 무덤 주인이 원래 착용한 모습 그대로 출토된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흥분했다. 고신라 특유의 무덤 얼개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서 금속 관과 주요 장신구(귀걸이, 가슴걸이, 허리띠, 팔찌, 반지, 금동 신발) 등이, 무덤 주인이 착장한 상태를 유지한 채 한꺼번에 발견된 건 1973∼1975년 황남대총 조사 이후 처음이었다. 금동 관이 경주 고분에서 출토된 것도 1975년 황남대총 남분 등에서 나온 이래 45년 만의 성과였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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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남동 120호분의 핵심인, 가운데 무덤 주인 자리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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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 관모의 일부분으로 추정되는 은제 관식의 일부도 무덤 자리에서 나왔다. 문화재청 제공
학계의 관심은 발굴된 무덤 옆에 자리한 120호분으로 쏠렸다. 희귀한 금속 공예품이 쏟아진 120-2호분보다 훨씬 크고 형태도 비교적 양호하게 남아 있어 후속 조사에서 더욱 획기적인 출토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컸다. 2년 만에 120호분 발굴 성과가 나왔다.
120호분 무덤 자리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무덤 주인의 흔적과 그가 원래 착장한 장신구·부장품 등의 배치 양상을 볼 수 있다. 문화재청 제공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120호분의 정체가 5세기 후반의 돌무지덧널무덤으로, 주인은 키 165㎝ 정도의 남성 귀족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120-2호분과 달리 무덤 주인의 인골은 정강이뼈 부분만 나왔고 나머지는 삭아 사라졌다. 머리에 쓰는 은제 투조(뚫음)무늬 관식과 금동 투조무늬 관모의 일부, 철제 큰 칼, 은제 허리띠 등 출토품 상당수도 삭은 채로 조각조각 출토됐다. 금제 귀걸이와 구슬과 옥으로 장식된 드리개, 청동제 다리미통 등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 금은제 투조 관식과 은제 허리띠 장식판에서 신라 지역에서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문양을 찾아낸 게 성과다. 문양은 투조 용무늬라는 추정도 있으나 명확한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건 2년 전 화려한 유물들과 함께 인골이 나온 120-2호분의 주인은 키 170㎝ 이상의 키다리 여성 귀족으로 추정된다는 점. 165㎝ 남짓한 단신인 바로 옆 무덤의 남성 피장자와 여성이 생전 어떤 관계였을지가 풀어야 할 의문으로 남게 됐다. 8일 오전 10시 현장 설명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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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분 유적 현황.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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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분 무덤 주인이 착장한 유물들의 세부.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