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백제의 수도를 고구려에 빼앗긴 개로왕

서기 469년 백제는 고구려의 남쪽 국경을 침범했고

472년에는 중국 위나라에 사신을 보내 조공하면서

표문을 올려 간청한다.

"제가 동쪽 끝에 나라를 세웠으나 고구려가

길을 막고 있어 대국의 은혜를 받아도

신하의 도리를 다할 수 없습니다.

삼가 본국의 여례와 장무 등을 보내어

제 정성의 만분의 일이라도 보내오니

황제폐하께 제 뜻을 전할 수만 있다면

아침에 듣고 저녁에 죽더라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신과 고구려는 조상이 모두 부여에서 나와

옛 정이 돈독했으나 고구려의 고국원왕이

경솔하게 우호 관계를 깨뜨리고

우리 국경을 침범해 신의 조상 근구수왕이

친히 그의 목을 베어 효시하였습니다.

그 후에 고구려는 백제를 감히 넘보지

못하다가 차츰 번성해 마침내 백제가

그들의 핍박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원한이 이어진지 30여 년이 되었으나 힘이

고갈되어 쇠약하니 폐하의 인자한 마음이

이 곳까지 닿아 구원해주시길 바라옵니다.

마땅히 제 딸을 후궁으로 보내고 아들을

보내 마굿간에서 말을 돌보게 하겠으며

한 치의 땅이라도 감히 제가

소유치 않겠습니다."

 

요약하면 '나는 힘이 약하니 조공을 받고 네가 대신

고구려를 공격해달라'는 내용이다.

추가 내용에는 위나라가 고구려를 공격하면 남쪽에서

백제가 호응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위나라 효문제는 허세를 부리면서도 고구려가

만만하지 않으니 공격하지 못했다.

"그대가 동쪽 멀리 있으면서도 이렇게

정성을 바치니 그 지극한 뜻을 가슴 속에

기억해두겠다.

내가 만대에 누릴 위엄을 이어 사해에

군림하면서 모든 백성을 다스리니 지금

나라는 태평하고 팔방에서 귀순하기 위해

이 땅에 오는 자는 헤아릴 수 없다.

그대가 처음 사신을 보내 처음으로 그들을

토벌하길 요청했으나 사리를 검토해보니

이유가 충분하지 않았다.

고구려가 여러 번 주청하고 그 말에도

이치가 있으니 그들의 청 또한 외면키

어렵다.

만약 다시 고구려가 명령을 어긴다면 그

잘못이 더욱 드러날 것이니 그때에는

병사를 일으켜 그들을 토벌할 것이다."

 

백제의 개로왕은 위나라가 요청을 들어주지 않자

화가 나 더이상 조공을 바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고구려 장수왕은 백제를 매우

괘씸하게 여겨 토벌할 계획을 세웠다.

 

 

 

 

개로왕은 바둑을 매우 좋아했다.

백제에서는 개로왕의 바둑을 당해낼 자가 없을만큼

실력도 출중했는데 그를 상대할 바둑고수가 없어서

지루함을 느끼던 차였다.

그때 백제의 수도 한성에는 새로운 바둑고수가 

나타났는데 그의 이름은 도림이었다.

개로왕이 도림에 대한 소문을 듣고 궁으로 불렀다.

"그대는 어디에서 온 누구인가?"

도림이 대답하길

"저는 불도를 닦는 승려인데 고구려왕의

핍박을 피해 백제로 오게 되었습니다."

개로왕은 그를 의심해 사람을 시켜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곤 도림과 바둑을 두는데 상당한 고수인지라

개로왕은 그에게 푹 빠져 귀빈으로 대접했다.

 

어느날 도림이 개로왕에게 말했다.

"저는 다른 나라 사람인데도 왕께서 저를

내치지 않으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셨으나

저는 고작 작은 재주로 보답했을 뿐 아직

털끝만한 이익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는지요."

개로왕이 말했다.

"말해보라.

만일 나라에 이로움이 된다면 나는 뭐든

할 것이다."

그러자 도림이 대답했다.

"백제는 사방이 산과 바다로 둘러쌓였으니

이는 천혜의 요새이며 주변의 나라들이 감히

엿볼 마음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왕께서 마땅히 이 기세와 부유한 업적으로

남의 이목을 놀라게 해야 마땅할 것인데

성곽을 수축하지않고 궁궐을 수리하지 않는

탓에 선왕의 유해는 가매장되어 있고 백성의

가옥은 강물에 자주 허물어지니 저는 이것이

왕께 좋지 않다 생각합니다."

 

개로왕이 이를 듣고 말했다.

"옳다! 그리 하겠다."

 

이제 백제의 백성들은 모두 강제로 노역에 동원되어

성을 쌓고 궁궐을 지었는데 모습이 매우 화려했다.

심지어 국고까지 비어 나라가 빈곤해져 위태로움이

심해졌다.

 

고구려의 첩자였던 도림은 고구려로 도망가서

장수왕에게 말했다.

"되었습니다. 백제왕이 백성들을 핍박하고

곤궁하게 했으니 이제 그를 따르는 신하와

백성은 없을 것입니다. 공격하십시오.

도림의 예상대로 백제는 고구려의 3만 대군을

막아낼 힘도, 왕에 대한 백성들의 충성심도 없었다.

성이 함락되려하자 개로왕은 아들 문주를 불렀다.

"내가 어리석어 간사한 놈의 말을 믿어

이 지경에 이르렀다. 비록 위급한 일이

있다해도 누가 나를 위해 싸워주겠느냐?

나는 마땅히 죽어야하나 너는 죄가 없으니

지금 여길 피해 있다가 왕통을 이어라."

 

문주는 울면서 목협만치, 조미걸취라는 인물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떠났다.

 

고구려의 대로 벼슬을 하고 있는 장수인 제우와

원래 백제인으로 죄를 짓고 고구려로 도망쳐 장수가

된 재증걸루, 고이만년이 이끄는 대군은 성을 공격해

7일 만에 북쪽을 함락시키고 남쪽으로 군대를

이동하니 성 안이 공포에 빠졌다.

개로왕은 탈출해 도망갔는데 재증걸루와 고이만년이

생포해 아차산성 아래로 데려갔다.

원래 개로왕에게 원한이 있었던 그들은 왕의 얼굴에

침을 뱉고 죄를 읊은 다음 묶어서 목을 베어 죽였다.

이로써 백제는 더이상 탈환하지 못할 수도인 한성을

빼앗겨버렸다.

 

 

 

 

앞서 도망쳤던 문주는 신라로 가 구원병을 요청하여

1만의 군대를 얻었는데 이미 늦어 고구려군은 다들

돌아간 뒤였다.

그리고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도읍을 옮겨 백제의

왕위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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