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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릭프라이드

여승(女僧)

 

                                            - 백 석(白石)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山)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가지취 : 취나물의 일종.

* 금전판 : 금광.

* 섶벌 : 재래종 일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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