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은 세상 누구보다 친일파·매국노를 신분 구별 없이 공정하게 철저히 심판해왔다고 주장하는 집단이다. 중일전쟁 이후 화중(華中) 지역의 중공 문건 중 하나에는 “한간(漢奸·일제 부역자)·지주의 사회계급적 기초는 동일하다. 그들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알려지는 바에 의하면 중공은 ‘현지에서 한간으로 평가되는 사람’이란 사람은 모조리 끌고 가 진짜 친일파든 무고한 양민이든 ‘공심(公審)대회’라 불리던 공개재판(인민재판)에 세웠다. 나아가 대중이 직접 한간이라 여겨지는 이들을 체포하는 것을 용인했다.
1946년 7월18일 중공 기관지 해방일보는 10만 명이 운집했던 하얼빈 공심에 대해 “...등 10여 명은 반역자가 무고한 민중 수백 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피비린내 나는 사실들을 고발했다. 군중은 ‘그를 총살시켜라!’ 성난 목소리를 연발했다. (중략) 반역자의 사형을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 친중파들도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는 중공의 공정한 친일파 처벌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2009년 12월 중국 현지에서 놀라운 주장이 나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중국 최고 권력자였던 장쩌민의 ‘부친’이 친일파였다는 의혹이었다.
고발자는 뤼자핑이라는 역사학자였다. 그는 공개서한 형태로 된 ‘장쩌민의 매국 2건, 거짓 2건’ 제하 해당 폭로로 인해 정권 전복 선동죄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가 2015년 3월 석방되기까지 했다.
뤼자핑에 의하면 장쩌민의 아버지 장스쥔은 한간도 그런 한간이 없었다. 그는 일본이 대륙을 침공한 1940년 11월 난징에 왕징웨이를 수반으로 한 일본 괴뢰정부가 들어서자 의탁했다. 또 괴뢰정부 선전부 부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중화일보 주필 후란청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장스쥔은 이 때 동족을 탄압해 빼앗은 일확천금으로 아들을 괴뢰정부 중앙대학에서 공부시켰다.
그러나 중일전쟁이 끝나도, 마오쩌둥이 집권해도 장스쥔은 전혀 처벌받지 않았다. ‘현지에서 한간이라 평가된 사람’ 중 장스쥔이 앞 순위 인물이었을 게 뻔 했음에도 말이다. 장스쥔은 무려 1973년 1월 77세로 자연사할 때까지 평안히 잘 살았다.
뤼자핑 주장이 사실이라 가정할 때, 장스쥔의 무병장수 배경에는 중공의 ‘우리식 공정함’ ‘내편무죄 네편유죄’ ‘친일파 색출·재판에서 중공 사람은 대충 해도 되나 국민당 출신은 안 돼’ 식의 내로남불이 있었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신중국이 건설되자마자 장쩌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중공에 입당해 부정축재한 재산 덕이라도 본 듯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는 중국 최대 부촌인 상하이 당 서기장 등을 거쳐 국가주석, 중공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까지 올랐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쌍특검’이 현재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부인과 제1야당 대표를 동시에 특검하자는 초유의 사태에 유권자들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입법폭주 논란인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쌍특검법에는 허점도 이런 허점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언뜻 보기에는 여야 고위인사 모두의 비리 의혹을 특검하자는 것이기에 공정해 보이나 조금만 살펴봐도 이러한 내로남불이 없다는 것이다.
김 여사를 수사할 특검 추천권은 민주당·정의당이 갖게 된다. 여기까지는 이해충돌 방지 차원으로 볼 수도 있으나 문제는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 특검 추천권도 국민의힘이 아닌 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범야권이 사실상 갖게 된다는 것이다. 50억 클럽 의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루설이 제기되고 있다.
김 여사 특검 찬성 목소리가 상당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기자도 의혹 규명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50억 클럽 의혹 특검에 있어서도 이해충돌, 내 편만 살리기 논란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는 게 많은 국민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택적 한간 심판 논란의 중공과 다를 게 무엇 있을까.
※ 본 칼럼은 12일 네이버에 송출될 예정인 언론사 칼럼 원본입니다. 아마 필자가 쓴 원본과 송출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염원해봅니다. 지난 약 두 달 정도의 상당수 네이버 송출 필자 글들 사례처럼 상당히 뭔가 위험하고 비상식적이고 비공익적이게 바뀌지 않길 기대해봅니다.
※ 바이라인(필자 이름) 옆 이메일 계정은 용량이 꽉 차서 수신되지 않은지 두 달 정도 됐습니다. 작업이 내외 사정으로 늦어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정상화하고 정계 등 여러 분들 말씀 확인하고 경청코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고생이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