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담] 조자룡과 홍준표

말 그대로 ‘개’인적 소견 담은 군‘담’

참소에도 의리를 지킨 장판파의 영웅

洪 탈당 일축… 일각은 음모 자제하길

조조의 창칼 숲으로 역주행하다

상산(常山) 조자룡(趙子龍‧생몰연도 ?~서기 229)은 삼국지연의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촉한(蜀漢)의 맹장이다. 소설이 아니어도 그 이름 석 자 아는 사람이 상당수다. 그의 본명은 조운(趙雲)이지만 자(字)를 붙인 조자룡이라는 호칭이 더 유명하다.

조자룡은 북방에 위치한 기주(冀州) 상산국(常山國) 진정현(眞定縣)이 고향이다. 정사삼국지 조운별전(趙雲別傳) 등에 의하면 키는 약 190㎝에 달했고 용모는 매우 남자다웠다. 한 자루 창을 잘 썼으며 기마술에 능해 기병대장으로 활약했다.

조자룡이 유비(劉備)를 만난 때는 둘 다 공손찬(公孫瓚)에게 의탁하고 있을 때였다. 조정원로 유우(劉虞) 참살 등 공손찬 전횡이 극에 달하자 유비‧조자룡 모두 하방(下放)을 택했다. 서주(徐州)로 향하기 직전 유비는 조자룡의 손을 맞잡고 고별했다. 낙향하려던 조자룡은 “끝내 공의 덕을 저버리지 않겠소”라며 당(黨)과 나라를 위한 충심(忠心)을 맹세했다.

조자룡은 유비가 원소(袁紹)에게 귀의하자 약속대로 그의 세력에 합류했다. 유비는 조자룡과 한 침상 쓰며 관우(關羽)·장비(張飛) 못지않게 중용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세에서 함께 먹고 자고 한다는 건 상대를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었다. 아무와 한 집에서 형제처럼 살았다간 자칫 자다가 암살될 수 있기에 유비가 조자룡을 얼마나 신용했는지 알 수 있다.

이후 조자룡은 죽을 때까지 유비 그리고 후주(後主) 유선(劉禪)을 따르며 한(漢)나라에 충성했다. 그런데 유비 휘하 몇몇은 조자룡을 아니꼽게 봤던 모양이다.

조자룡 일생에 가장 극적인 장면은 단연 장판파(長坂坡)에서 필마단창(匹馬單槍)으로 내달려 젖먹이 후주를 구한 사건이다.

서기 208년 당시 조조(曹操)는 한나라 최대 충신이자 역성혁명(易姓革命) 최대 걸림돌인 유비 제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조조에게 맞설 힘도 없고 백성도 차마 버릴 수 없었던 유비는 자발적으로 따라나선 백성들과 느릿느릿 후퇴했다. 조조는 앞서 서주대학살 등 유혈낭자 전쟁범죄 일삼은 바 있었다.

조조의 정예기병 호표기(虎豹騎)는 유비 뒤를 금방 따라잡았다. 많은 백성이 말발굽에 짓밟히고 생이별하는 난리통 속에 유비의 아내 감부인(甘夫人)과 유선도 낙오됐다. 유비의 유일한 아들 유선이 변을 당하면 머잖아 400년 한나라를 계승하게 되는 촉한은 단 1대(代)만에 멸망할 게 뻔했다. 이에 조자룡은 유비에게 고할 틈도 없이 백성들 사이를 역주행해 조조의 대군 사이로 뛰어들었다.

“조자룡이 탈당하고 역적에게 붙으려 한다”

그런데 이 장면을 목격한 누군가는 조자룡이 당과 나라를 버리고 역적에게 투항하러 간다고 착각했다. 또는 아닌 줄 알면서도 “이 기회에 저 눈엣가시가 배신했다고 일러바쳐서 돌아오는 즉시 주인님(유비)께 숙청당하도록 하자. 그럼 내 몸값도 올라가고 일석이조(一石二鳥)지” 음모 꾸몄다는 추측도 설득력 얻고 있다.

해당 목격자는 그 길로 유비에게 쪼르르 달려가 “조운이 북쪽(조조 진영)으로 갔사와요” 고변(告變)했다. 그러나 조자룡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당원들이라면 누구도 이를 믿지 않았다. 특히 유비는 수극(手戟)까지 내던질 정도로 격노했다.

“조자룡은 그럴 사람이 결코 아니다” 유비의 장담처럼 조자룡은 정말로 창칼의 숲 뚫고 감부인·유선을 구출해왔다. 얼마나 목숨 걸고 싸우며 많은 창칼 부러뜨렸는지 이 장판전투에서 “조자룡 헌 창(칼) 쓰듯 한다”는 속담이 비롯됐다.

훗날에도 많은 촉한 조야(朝野)는 자기희생적으로 헌신했던 조자룡을 존경했다. 조자룡은 끝까지 당의 맏형으로서 의리 지키면서 이릉대전(夷陵大戰), 제갈량(諸葛亮)의 북벌 등에서 최고참으로서 세력 이끌었다. 천수백년이 지난 오늘날 조자룡은 역대제왕묘(歷代帝王廟)에 배향(配享)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5일 자신의 SNS에서 일각의 탈당 의혹 제기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는 “지난번에 내년 총선 후 바뀐 정치지형 아래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했는데 그걸 일각에서는 탈당으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또 “나는 이 당(국민의힘)을 30여년 간 지켜온 본류(本流)다.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지류(支流)가 아니고 본류”라며 “본류가 제 길을 이탈하면 그건 대홍수가 되지만 탄핵 와중에서도 당을 지키고 살린 내가 탈당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정계가 권모술수(權謀術數) 난무하는 곳이라지만 작금엔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비단 홍 시장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의도적 풍문(風聞)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 사이에선 “그 잔머리 굴릴 에너지 있으면 민생 고민에나 써라” 비판 고조된다. 의리와 능력의 아이콘 조자룡이 장판파에서 난신적자(亂臣賊子)들을 시원히 밀어버렸듯 정계 정화(淨化)가 시급한 때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