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회동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이날 오후 2시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회동에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과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회동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잘 계셨어요? 선거 운동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다 이제 건강 회복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참석자들이 원형 테이블에 착석하자 윤 대통령은 "하여튼 초청에 이렇게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오늘 이렇게 또 용산에 오셔서 여러 가지 얘기 나누게 돼서 반갑고 기쁘다. 편하게 좀 여러 가지 하시고 싶은 말씀 하시자"고 했다.
통상적인 대통령실 취재 관행에 따라 윤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난 뒤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 써 가지고 왔다"면서 안쪽 주머니에서 A4 10장을 꺼내 작심 발언을 약 15분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저희가 오다 보니까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며 "오늘 제가 제1야당의 대표로서 이 나라의 최고 국정책임자이신 대통령님께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국민의 뜻을 전달해 드리려고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혹여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이 거북하실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야당과 국민이 가지는 이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의 일면이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며 "2년 만에 처음 성사된 오늘 회담이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국민의 말씀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구했다.
이어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 회복 지원금은 꼭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도 말씀하셨던 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며 "전세사기특별법이라든지 다른 화급한 민생 입법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의료 개혁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서 시작한 의료 개혁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면서도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주제가 연금 개혁"이라며 "대통령님께서 과감하게 연금 개혁을 약속하시고 추진한 점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로 하는 개혁안이 마련됐다. 대통령님께서 정부, 여당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기를 바라고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유감 표명을 요구했다.
그는 "사실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며 "특히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서 우리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이런 조치들은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약속을 해 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밖에 이 대표는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나 또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며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의혹과 관련된 특검 수용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저출산 대책과 관련, "파편적이고 부분적인 저출생 대책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서 결혼, 출산, 양육, 교육, 취업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기후 위기,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해서 재생에너지 정책의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제품만 구매하겠다는 이런 세계적 추세에 맞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에도 조금 더 관심 가져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가치 중심의 진영 외교만으로는 국익도 국가도 지킬 수가 없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전환을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도, 과거사, 핵 오염수와 같은 이런 대일(對日) 관계 문제에서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며 "자세한 말씀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날 이 대표의 모두 발언은 공백을 제외하고 4153자에 달했다. 이는 200자 원고지 29장 분량이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4/29/2024042900271.html
채상병, 김건희특검 빼고 싹 다 거부하면 되겠네
ㅇㄱ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