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님이 별세하셨습니다.
이어령은 워낙 유명한 분이시긴 하지만, 제가 이 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 딸 이민아 때문입니다.
이어령은 책을 많이 읽기도 하고, 책을 많이 쓰기도 했습니다.
딸이 어린 시절, 자러가기 전에 “아빠 굿나잇!”인사를 했었는 데, 쓰던 글의 호흡이 끊길까봐 돌아보지 못한 채,
손만 흔들며 “굿나잇, 민아” 하고 대답했던 것을 두고두고 마음에 걸려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민아는 김한길과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납니다.
김한길이 쓴 미국일기는 아내와 함께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해서,
가난하고 어려웠던 이민 생활을 참 아련하게 그려냅니다.
이민아는 김한길과 이혼 후, 미국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다가 검사까지 되죠.
이민아는 어렵게 키운 큰 아들이 젊은 스물 몇살에 이름도 모르는 병에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아픔을 당하게 되죠.
시간이 흘러, 이민아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 활동을 하다가, 눈이 실명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때 이어령은 딸의 눈을 고쳐주면 하나님을 믿겠다고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이민아의 눈은 기적적으로 고쳐졌고, 이어령은 세례를 받고 기독교에 귀의했죠.
이민아는 목사가 되고, 암 투병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참으로 굴곡이 많던 생애의 마지막까지 불꽃처럼 열정적으로 살다 갔습니다.
이어령 선생은 지성의 종착역은 영성(靈性)이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어령 선생이 돌어가실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도 따님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그 그리워하던 딸을 보러가니, 한편으로 설레기도 하지 않았을까요.
오래 간만에 따님과 재회를 하고 활짝 웃는 이어령 선생의 모습이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