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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비롯해 그 뒤를 잇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등 국무위원 전체를 탄핵시키겠다고 겁박하고 나섰다.
언뜻 가능한 얘기일까 싶지마 민주당 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가능하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 이후 마치 '무소불위' 권력을 손에 쥔 모습이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마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에 참여시켜 탄핵 인용 정족수인 6표를 확보하기 위한 것밖에 볼 수 없다. 또 국무회의를 마비시켜 법안 공포나 거부권 행사 등을 불가능하게 해 자신들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의회독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이런 무소불위 권한을 안겨준 건 다름아닌 헌법재판소다. 헌재가 앞서 한 총리나 최재해 감사원장 등에 탄핵을 기각하면서 '무리한 탄핵소추가 아니다'고 '줄탄핵'을 허용해 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대통령 기준(200석 이상 찬성)이 아닌 국무위원에 적용되는 151석 이상 찬성으로 정해줬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만으로도 탄핵소추가 가능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극단적 여소야대로 인해 '제왕적 의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부도 의회가 예산심의결권과 임명동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대 야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덕수→최상목→이주호 등 줄탄핵하면 국무회의 마비…'의회독재' 시나리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지난 28일 긴급 성명서를 통해 한 대행에게 "일요일(30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재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며 "모든 국무위원에게도 똑같이 경고한다. 이후 권한대행으로 승계될 경우 마은혁 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시라.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국회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즉시 탄핵하겠다"고 했다.
마 후보자가 임명될 때까지 한덕수→최상목→이주호 등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승계하는 모든 국무위원들을 차례로 탄핵하겠다며 '내각 총탄핵'을 시사한 것이다. 이들은 구체적일 일정까지 제시해 놓고 있다.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31일 본회의에 한 대행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24시간 후인 내달 1일 본회의에서 의결하겠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이미 이런 일정을 요구해 놓고 있다.
이는 지난달 25일 변론이 종결되고 한 달이 넘도록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 지정이 이뤄지지 않자 마 후보자를 탄핵심판에 합류시켜 인용 정족수인 6명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죄 선고를 받고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지자 하루 빨리 조기 대선을 위해 윤 대통령 파면을 몰아부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무회의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11명)가 출석하면 법적으로 유효하며 출석 구성원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현재 국무위원 6명을 연쇄 탄핵소추하면 국무회의 안건 심의가 불가능해진다.
국무회의가 안 열리면 법안 공포나 거부권 행사 등도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의 '줄탄핵 위협'은 국무위원을 다 탄핵시켜 행정부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키는 '의회 독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한 인사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발표를 미루는 건 재판관들 사이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 상황에서 5대 3 정도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어떻게든 좌파 성향의 마 후보자를 임명시켜 6대 3으로 인용 결정을 내려야 윤 대통령 파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덕수 복귀 일주일만에 재탄핵 겁박…과제 산적한데 헌재가 '줄탄핵 무기' 준 셈
특히 한 총리의 경우 지난 24일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87일 만에 업무에 복구한지 일주일만에 또다시 탄핵 위기에 몰려있다.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산불 재난' 현장을 챙기고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대응하는 등 혼란한 국정수습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논란이 있는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고 민주당은 '재탄핵'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처음 탄핵소추를 당했을 때도 직무 시작 열흘 만에 탄핵돼 직무를 정지당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민주당 혼자서도 가능하다. 지난 24일 헌재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을 기각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소추 요건을 151석 이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6명의 재판관이 기각 또는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대행은 대통령과 비교해) 상당히 축소된 간접적 정당성만 보유한다", "권한대행 지위가 새로 창설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래 신분상 지위(총리)에 따른 의결 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며 대행의 권한을 제한적이라고 봤다. 한 총리는 대통령 탄핵의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2/3, 즉 200명이 아닌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적용한 것이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내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비상상황에서 직무의 공백 및 국가적 기능장애상태 방지를 위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하여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이므로, 권한대행자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헌법 제65조 제2항 단서에 따른 탄핵소추 의결정족수(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각하 의견을 냈다.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국가적 혼란 발생의 방지 등을 위해 탄핵제도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거대 야당이 다수결을 앞세워 무리하게 탄핵을 남발하는 것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헌법재판관들이 151석 이상이면 탄핵소추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민주당에 '줄탄핵 무기'를 쥐여준 셈이다.
◆"탄핵소추 남용 아니다" 선 그어준 헌재…"6명만 탄핵시키면 민주당 세상"
지금까지 거대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 30건 중 중복된 인원을 제외하면 국회는 24명의 공직자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 중 13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13건 중 9건(한덕수·이상민·안동완·이정섭·이진숙·최재해·이창수·조상원·최재훈)의 탄핵소추안이 기각됐다. 윤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손준성 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다만 헌재는 지난 13일 이창수 지검장 등 검사 3명의 국회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하면서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비상계엄의 원인이 된 '탄핵 남발'에 대해 어느 정도 합당하다고 선을 그어 준 것이다.
당시 헌재는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되었다. 이 사건 탄핵소추 주요 목적은 헌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 사유가 윤 대통령 측 주장처럼 아무 근거 없는 정치 공세가 아니며 일부 그런 성격이 있더라도 탄핵소추를 할 만한 위법 행위가 확인됐기 때문에 '탄핵 남발'은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의 '줄탄핵'을 어느 정도 허용해 준 셈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재가 탄핵심판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지 않았다고 야당 손을 들어주면서 오히려 탄핵이 더 남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앞으로 6명만 탄핵시키면 민주당 세상이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31/20250331001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