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3월 말에도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길게 늘어선 천막과 깃발 사이로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여의도 집회 현장은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각지에서 모여든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집회에는 국민의힘 윤상현·조배숙·박대출 의원,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국민대 법학과 이호선 학장, 청년들 등이 연단에 올라 탄핵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탄핵 각하', '대한민국을 구해주세요', '문형배 OUT', 등이 적힌 피켓과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하얀 천막 앞에서 피켓을 나눠주던 한 자원봉사자는 "세탁해서 넣어놨던 롱패딩을 다시 꺼내입고 나왔다"면서 "여기 모인 시민들이 마음 한편에 넣어놨던 이 나라에 대한 위기의식을 도저히 참지 못해 나오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늦어지는 데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은평구에서 온 윤찬식 씨(58)는 "대통령이 형사재판 출석하랴 헌재 심판 받으랴 정신없이 끌려다니다시피 했는데 정작 헌재는 왜 이리 선고를 미루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비를 입고 도시락을 먹고 있던 60대 여성 하모 씨는 "날은 추워도 선고가 지연되는 걸 보니 각하가 될 것 같다"며 "진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니 춥지도 않다"고 말했다.
◆윤상현 "헌재, 당장 선고하라 … 민주당 줄 탄핵이 바로 국헌문란"
이날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윤 의원은 헌재를 향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다음 주라도 선고를 내리라"고 촉구했다.
그는 "신속 심리가 중요하다고 했던 헌재가 정작 한 달 넘게 선고 기일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힘줘 말했다. 또 "대통령 측이 요청한 증인은 무더기로 기각하고 초시계까지 써가며 시간을 재더니 이제 와서 침묵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의 줄 탄핵 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7일 만에 복귀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윤 대통령 직무 32개월 동안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29차례고 헌재에 접수된 13건 중 9건은 선고가 내려졌지만 모두 기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9전9패 민주당은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탄핵의 본질은 국회의 국정 마비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이라며 "이쯤 되면 이 대표야말로 국헌문란 행위의 수괴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거론한 데 대해 "무정부 상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히틀러식 공포정치, 입법 쿠데타를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 의원도 "진술과 증거 절차 모두 오염된 탄핵은 독수독과로 무효"라며 "형법과 대법원 판례상 이번 비상계엄은 국헌문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탄핵은 각하되거나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배숙 "李 선거법 판결, 판사 출신으로서 부끄러워"
조 의원은 최근 무죄가 선고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거론하며 "판사 생활을 10여 년 했지만 이번 판결을 보고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검사와 판사를 모두 지낸 그는 해당 판결문에 담긴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백현동 개발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 "(이 대표는) '국토부가 용도 상향을 두고 협박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국토부는) 협박한 사실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판결문은 '이 대표가 여러 차례 압박을 당했기 때문에 강박 상태에서 발언한 것이고 그래서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며 "협박한 사람이 없는데 협박당했다고 주장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직선거법은 굉장히 엄격한 법"이라며 "과거 명함 제작 시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처음부터 무죄를 내리겠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꿰맞춘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논리고 희한한 논리였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어 "판사가 알고 보니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었다"며 사법부 내 특정 이념 성향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는 목적이 정해지면 법 해석 권한을 내세워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집단"이라며 "이런 판결이 반복되는 것을 국민이 더는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헌재 앞에서 한 달 가까이 단식 투쟁 중인 시민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 전 후보자는 "이 대표 2심 판결 이틀 전부터 야당 의원들이 수십 명씩 헌재 앞을 드나들며 사실상 불법 집회를 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방관하고 있다"며 경찰의 이중적 행태도 지적했다. 그는 "헌재 앞에서 단식하며 싸우는 애국 시민들을 지켜달라"며 단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29/20250329000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