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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여야 합의를 통해 이뤄진 연금개혁(국민연금 모수 개혁안)이 '세대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실상 '더 내고 덜 받는' 입장의 청년층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3040세대 여야 의원들은 "연금개악법"이라며 집단 보이콧을 선언했다. 여야 잠룡들도 잇따라 정부를 향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기성세대는 "구조개혁 마련 등 추가 개혁을 통해 개선해 나가면 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현행 40%에서 43%로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보험료율 인상 방식을 '모든 세대가 향후 8년 동안 0.5%포인트씩 일괄적으로 인상하기로 한 점이 논란이 됐다.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오르지만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곧장 43%로 오르면서 더 긴 기간 인상된 보험료를 내야 하는 젊은 세대로선 더 부담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도 세대 간 이견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재적 의원 277명 중 반대 40명‧기권 44명이 이탈했는데, 30대 이하 의원 12명 중 10명이 반대‧기권했다.
김재섭·김용태·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이소영·장철민·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주영·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모수조정안을 요약하면 당장의 보험금 혜택을 인상하고 후세대 보험료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더 받을 사람이 아닌 더 내는 사람부터 제대로 설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청년세대를 설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없었다"며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그로 인해 추가되는 부담은 또다시 후세대의 몫"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년 표심을 의식한 대선주자들도 뒤늦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86세대는 꿀을 빨고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거듭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도 "연금개악법"이라며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더 내고 더 받는다는 허울 좋은 합의"라며 "'더 받는다'는 금으로 된 잔에 담긴 술은 기성세대의 것이고 '더 낸다'며 1000명의 사람이 흘릴 피는 이제 갓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 젊은 세대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대표,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 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정부의 연금개혁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발표 당시만 해도 "연금개혁은 모두를 만족시킬 답을 낼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부터 확실히 논의를 완료해야 한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이번 모수개혁안 표결에 앞서 "어렵게 이룬 여야 합의인 만큼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지지는 않겠다"고 했다.
반면 이들이 청년의 불안과 공포감을 조장해 '갈라치기'한다는 비판도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청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며 비난한다"며 "이치에 닿지 않는 정략적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소득대체율을 더 낮춰 연금액을 더 삭감하는 게 과연 청년의 부담을 더는 것이냐"라며 "노령세대의 연금이 줄어들면 그들의 생계와 생활을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지 않을 수 없고 국가가 예산으로 지원하게 되면 그만큼 청년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개개인이 부모의 생계와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면 지출 부담이 늘어난다. 어느 경우든 청년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연금개혁 합의와 연금개혁 특위 활동을 앞두고 '미래세대 부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국민연금 개혁은 세대별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이 아닌, 우리 공동체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문제를 보완하고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구조개혁을 위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모수개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구조개혁이 완성되도록 젊은 의원들, 청년세대와 호흡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운 꽃이자 열매였다"면서도 "연금특위에서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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