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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계속 미뤄지는 가운데 빠르면 다음 주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사건의 변론을 종결한 이후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역대 최장 평의를 거치고 있다.
법조계에선 쟁점마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달라 평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론을 놓고서도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인용할 것이라는 전망부터 기각하거나 각하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본지는 지난 14일부터 헌법연구관을 역임하거나 헌법연구위원으로 활동한 국내 유수의 헌법학자 3명에 대해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19년 경력의 헌법연구관 및 연구부장 출신 이명웅 변호사를 시작으로 헌재 헌법연구위원을 지낸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11년간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의 고견을 들어봤다.
그들 대부분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과 법리적 타당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기각이나 각하로 결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왜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서 헌법학자로서 실망감을 느꼈는지 자세히 정리해봤다.
◆시작부터 절차상 하자 "재의결 거쳐야 하고 각하 맞다"
그들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헌재가 심판대상과 소추사유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13일 열린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준비 기일에 국회 측이 '내란죄'를 소추사유에서 철회하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황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 기일에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에 내란죄가 포함되는지를 두고 공소장 변경이 불쑥 제기됐다"며 "소추위원(국회 측)이 그런 주장을 했더라도, 헌재는 본격적인 심리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처음부터 공소장 변경을 쟁점화할 수 있느냐고 걷어찼어야 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헌재는 어정쩡한 태도로 국민을 혼란 혹은 현혹했다"며 "공소장 변경 제도는 심리를 진행해 보니, 심판대상(소추사유)를 변경해서 재판할 필요성이 있을 때 이용하는 제도다. 심리를 해보지 않은 첫 기일에 이런 논의를 하는 건 '법이 아닌 어떤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 역시 국회 측이 내란죄를 철회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을 빨리 파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란죄를 한 주장 철회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며 "내란죄 전체를 다 덜어내는 것과 내란죄에서 내란 행위라는 게 있고 사실관계가 있는데 그 사실관계에 형법을 적용해 내란죄가 성립하는지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측이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전체를 덜어내기 위해선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차 교수는 "탄핵소추안 의결한 것과 동일성이 없기에 재의결을 거쳐야 하고 각하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尹 비상계엄, 중대한 법률 위배 아냐"
절차상 문제뿐 아니라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내란죄'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비관적인 의견을 냈다.
이 변호사는 "(비상계엄은)국회의 권능을 영구적이거나 사실상 상당기간 폐지한 것이 아니다. 내란죄로 보기 어렵다"며 "설령 비상계엄 선포나 국무회의, 계엄군에 대한 지시가 헌법이나 법률 위배라고 하더라도 중대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내란죄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헌법에 의헤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 교수는 비상계엄 당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고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한 인원이 김형태 707특수임무단장을 포함한 계엄군 16명에 불과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국헌 문란) 의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판단하는데 객관적인 정황도 같이 봐야한다"며 "객관적인 정황은 16명의 707 특임단 소속 특전사들이 국회의사당 건물로 투입된 것인데 이 인원으로 누구를 끌어내고 체포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진짜로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하기 위해 계엄군을 국회의사당 건물로 진입시켰다면 왜 16명만 보냈고 왜 실탄을 장착 안 시켰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것이 내란죄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고 탄핵 심판 절차에서도 핵심적인 쟁점이 되는 사실관계"라며 "결과적으로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고 끌어내려고 시도한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졸속 재판 주도한 헌재, 선고 지연 자초"
그들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 한 달여가 다 돼가지만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이유로 '졸속 재판'을 지목했다.
차 교수는 "결론은 반드시 합의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다. 만장일치가 아니어도 일단 결론은 낼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건 사실관계 확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합의가 안 되고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증거 조사 절차의 문제"라며 "졸속 재판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헌재가 증거능력이 없는 검사 작성 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선언한 뒤, 해당 증인 신청을 모두 거부한 것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드러났다"고 못박았다.
헌재는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국회 측이 공개한 조지호 경찰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2020년 형사소송법(312조)이 개정됨에 따라 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인들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탄핵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법(제40조)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절차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헌재의 입장은 오만이자 위법"이라고 부연했다.
차 교수 역시 "현재 윤 대통령은 내란죄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동일한 사유로 형사 재판과 탄핵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형사 재판에서는 증거로 쓸 수 없는 검사 작성 피의자 심문 조서를 탄핵 심판 절차에서 증거로 써서 이를 기반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할 경우 두 결론이 충돌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그렇게 되면 헌법재판소가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 "현재 상태라면,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할 것"
이런 윤 탄핵심판 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와 헌법재판관들 사이의 의견 충돌로 기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황 교수는 "헌재가 '법대로' 재판하기에 충분히 변론과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윤 대통령이 석발될 때, 구속취소 사유로 써 놓은 법리가 증거능력 쟁점을 크게 흔들어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법리 논쟁'이 시작됐다. 현재 증거 상태로는 윤 대통령을 파면할 수 없다"며 "변론을 재개해서 증거를 더 수집하지 않는 이상 현재 상태라면,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변호사는 "소수의견이 있다면 그 의견에 따라서 사실관계의 기술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사건에서는 법 위반 및 중대성 판단 부분에서 소수의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란의 경우가 아닌 한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 행위이므로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탄핵 소추된 사건에 대해 어떤 경우에는 형법을 적용하고 어떤 경우에는 안 하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기 위함이냐 결론을 내놓고 끼워 맞추는 거냐는 비판을 받을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것도 자초한 부분이 많다"며 "공정하게 진행한다고 말만 해서는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공정하다는 인상을 줘야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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