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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소음과 욕설, 교통문제 등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헌법재판소 앞 주민들은 물론 지하철 3호선 안국역과 9호선 국회의사당역 등 시위현장과 가까운 지하철 근무자와 주변 주민·학부모·직장인 등도 연일 계속되는 시위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시위현장에 배치된 기동대 등 일선 경찰들 역시 피로가 쌓이고 있는 상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아직까지 정하지 않았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20일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가 당장 이번 주에는 어렵다"면서도 "한 주에 두 번 혹은 이틀 연속 선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21일은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을 마친 지 25일째 되는 날이다. 헌재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지는 98일째다. 과거 탄핵 사례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 종결일로부터 14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각각 선고가 내려졌다.
천 공보관은 "전례는 없지만, 이번처럼 탄핵 사건이 많이 접수된 것도 처음이기 때문에 전례를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헌재 앞 주민과 시위현장 주변 근무자들 모두 "지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100일째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관련 뉴스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헌재 인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20대 후반 남성 박모씨는 "계속 여기에 있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며 "여기가 방음이 잘 되는 편인데도 소리가 뚫고 들어온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상가에서 원하는 것은 사실 선고를 빨리 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선고일이 확정됐으면 언론에 나가지 않더라도 인근 상가에는 미리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유모씨도 "헌재가 지난주에 선고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라며 "전에는 시위하는 날만 골목골목 차량 통제를 막았는데 헌재의 탄핵 선고일 발표가 늦어지면서 평일에도 이렇게 막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위도 과격해진다"면서 "어제는 보수하고 진보하고 여기서 군데군데 싸웠고, 그래서 경찰이 뜯어말리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오늘 이렇게 더 삼엄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생 자녀를 데리러 나온 한 40대 여성 학부모는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 욕설과 고성을 매일 들은 지 두 달이 넘었다"며 "차로 데리러 오는 것도 일이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경찰 차벽도 줄지어 있고 근처 도로도 꽉 막혀서 평소보다 20~30분씩 더 걸린다"며 "선고가 계속 미뤄지는데 아이들이 마음 놓고 빨리 학교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헌재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고모씨는 "근처에 사는데 어제 여기 난리가 났었다"며 "민주당 의원이 와서 기자회견을 하니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계란을 던지고 욕하고 싸웠다. 헌재 맞은편, 양옆 곳곳에서 싸움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은 쓰러져서 경찰 2~3명이 들어서 이동시키기도 했는데 오늘 이렇게 바리케이드와 차벽을 치면서 조금 조용해진 것"이라고 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관계자는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시위하시는 분들이 몇 시간 동안 일반 시민들 앞에 서서 '이재명 구속'을 외친다"며 "대부분 1인 시위자분들이라 저희가 어떻게 제지하지도 못하고 혹시라도 싸움이 붙을까 봐 항상 노심초사하다"고 했다. 그는 "경찰들이 역사 내에 배치돼 있지 않으면 관리는 온전히 저희 몫"이라며 "선고일이 미뤄지고 있으니 저희도 덩달아 긴장의 연속"이라 말했다.
◆경찰관 "계엄 이후 고강도 근무 계속" … 교대 위해 지방 기동대 서울로 파견하기도
경찰관들의 피로 누적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개월간 집회 시위 현장에는 기동대 5462개 부대가 투입됐다. 1월에는 서울청 기동대원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도 113.7시간에 달했다.
선고일을 앞두고 경찰 기동대는 합동 연합훈련도 실시했다. 경찰은 지난 18일 서울경찰청 기동본부가 돌발 상황과 불법 행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훈련에는 서울청 소속 8개 기동단뿐 아니라 타 시도에서 상경한 부대까지 포함해 총 45개 부대, 2700여 명이 참여했다.
헌재 앞 집회·시위를 통제하는 한 기동대원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고 이후 지금까지 고강도 근무가 계속되고 있다"며 "나흘에 한 번꼴로 밤을 새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이틀은 견딜 수 있지만 두세 달이 넘어서면 몸이 버티지 못한다"며 "쉬는 날에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 이유가 다 그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7일 전국 기동대 30여 개 부대, 3000여 명을 불어 고강도 근무에 투입돼 왔던 서울 기동대원들과 교대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일정 기간 서울에서 근무할 경우 다른 기동대원들과 또다시 교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주말 역시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주요 집회 구간에 대해 가변차로 통제 등 교통 대응에도 나선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 탄핵 찬성단체는 22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율곡로 일대에서 집회를 연 뒤 종로 방향으로 행진한다.
자유통일당과 세이브코리아 등 탄핵 반대단체도 각각 서울 종로구·중구 세종교차로~덕수궁대한문 구간과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서 집회·행진을 이어간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21/20250321003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