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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세계 경제 질서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본'을 단순한 경제적 요소가 아닌,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파나마 운하에서 중국 자본을 배제하려는 시도와 틱톡에 대한 지배구조 변화 압박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중심의 '우방국 경제'라는 개념으로 수렴되고 있다.
과거 글로벌화 시대에는 자본이 국경을 초월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오직 경제적 효율성만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안보 전략에서는 자본의 출처와 성격이 동맹과 적국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를 단순한 국제 무역의 핵심 루트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안보 거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은 파나마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특히 홍콩 기반의 허치슨 왐포아(현 CK 허치슨 홀딩스)가 크리스트발과 발보아 항구를 운영하며,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물류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중국의 경제적 침투를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군사적, 외교적 대응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이어진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압박에 CK 허치슨은 결국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압박에 이어 군사적 옵션까지 동원할 태세다. 이는 '자본의 국적'에 따른 안보 전략이 강조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틱톡(TikTok)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 역시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틱톡이 중국 정부와 데이터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강력한 제재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중국 기업이 아닌 미국 자본이 지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분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내에서도 '우방국 경제'의 원칙을 적용해 중국의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가까운 우방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향해 관세 칼을 뽑아 든 이유는 뭘까.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현재 USMCA)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무역 관계도 긴밀하게 유지해 왔다. 특히, 캐나다는 원자재 및 에너지 자원의 주요 수출국으로 중국과 교류가 많으며, 멕시코는 미국 시장을 향한 중국 제품의 우회 경로로 활용된 사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 압박을 가하는 것은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줄이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더욱 깊이 편입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즉, '우방국 경제'의 개념을 단순한 동맹 개념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독립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강제적인 조치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기회를 잡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자본 몰아내기에 나서면서 그 모습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자본의 이념화는 사실 중국의 '초한전(超限戰)'을 통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초한전은 1999년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군사전략가 차오량(喬良)과 왕샹수이(王湘穗)가 공동 집필한 같은 제목의 책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이는 전통적인 군사 충돌을 넘어 경제, 기술, 금융, 사이버, 외교, 심리전 등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해 적국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 자본의 유입을 단순한 경제적 현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제기돼 왔다. 중국이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도를 가지고 자본을 활용해 한국을 잠식하려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초한전 프레임'이라며, 과거 냉전식 사고에 갇힌 이념적 논쟁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과거의 글로벌 자유무역 논리에 갇혀 자본의 새로운 정치적 의미를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19/20250319003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