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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12월 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통신영장을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체포영장은 서부지방법원으로 돌려 청구해 발부를 받으면서 '영장 쇼핑'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오동운 공수처장과 체포영장 발부 당시 서부지법원장이던 정계선 헌법재판관이 과거 헌법재판소와 지방법원에서 함께 재직하면서 쌓은 친분에서 비롯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사법연수원에서 함께 수학한 동기이기도 하다.
좌파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회장에다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정계선 헌법재판관과 마찬가지로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오동운 공수처장이 윤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수처와 서부지법이 '좌파 사법 카르텔'의 선두에 서서 정권 교체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인권법학회' 오동운 공수처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
오 처장은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8년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했다. 부산지방법원에서 법복을 입어 부산과 울산에서 근무했으며 경향 교류 원칙에 따라 수도권으로 올라가 인천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여러 재판을 담당했다.
2010년 서울고등법원 배석판사로 발령받자마자 헌법재판소에 파견되어 헌법연구관을 지냈고 파견이 한 차례 연장돼 2013년까지 3년간 헌법재판을 보조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2013년 헌법재판소 파견 근무를 마치고 지법부장판사로 승진해 울산지방법원에서 초임부장판사로 2015년까지 근무했다. 울산지방법원을 마지막으로 법원을 떠났고 국제법 전공으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초대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해 1월 임기만료로 퇴임하자 오 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의 여권 추천 후보로 선정됐다. 다만 당초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공수처장으로 임명시키려 했으나 야권(더불어민주당) 추천위원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최종 후보자 2인을 추려내지 못하면서 7차 회의까지 파행하는 등 수장 공백이 장기화됐다. 추천위원장을 맡은 당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여권 측 인사에는 반대표를, 야권 측 인사에는 찬성표를 지속 행사하면서 회의가 계속 공전됐기 때문이다.
결국 8차 회의끝에 오 처장과 이명순 변호사가 공수처장 후보로 최종 선정됐다. 추천위가 꾸려진 지 석 달 반만의 결론이다.
하지만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2003년 윤 대통령과 함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당시 수사팀 멤버들은 수사가 종료된 이후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라는 친목 모임을 만들었는데, 윤 대통령과 이 변호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원석 검찰총장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전·현직 검사들이 대거 속했다.
윤 대통령이 이 변호사를 임명한다면 야당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했다. 특히 그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거대야당이 출범한 상황이었다. 결국 두 달여의 고민 끝에 윤 대통령은 4월이 돼서야 오 공수처장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오동운-정계선 동기에다 5년간 '한솥밥'…尹 체포에 앞장
최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주도하고 있는 정계선 재판관도 1995년 37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해 1998년 27기로 연수원을 수료했다. 오 처장과는 연수원 동기.
수료후 서울지방법원(현 중앙지법)에서 예비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해 서울행정법원,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등 여러 곳에서 일했고 옥스퍼드 대학교에 연수를 다녀왔다.
이후 2010년 헌법재판소에 파견돼 2년 간 헌법연구관을 지냈다. 이 때가 오 처장과 함께 2년간 '한솥밥'을 먹던 시절이다. 좌파 성향의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하던 두 사람이었던 만큼 많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법원으로 돌아와 서울고등법원에서 1년간 항소심 사건을 다루다가 2013년 지법부장판사로 울산지방법원에 전보됐다. 오 처장과 마찬가지로 울산지법에서 부장판사로 3년간이나 함께 지낸 것이다. 연수원에서 함께 수학하던 시절을 빼고도 무려 5년간이나 헌재와 지방법원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였던 셈이다.
이후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7년 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전보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2018년 법원행정처 출신 남성 엘리트 판사가 독점해오던 형사합의27부 재판장으로 이동했다. 중앙지법 형사27부는 공직비리, 뇌물 등 부패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로 정계선 판사는 여성 최초로 부장판사를 맡게 돼 화제가 됐다.
당시 맡았던 유명한 재판이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이다. 검찰에서 징역 20년·벌금 150억 원·추징금 111억원을 구형했고 법원에서는 징역 15년·벌금 130억원·추징금 약 82억 원을 판결했다. 당시 검찰 측 주요 인물이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이었고 둘은 연수원 27기 동기다.
이후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앞서 2023년 임기가 만료되는 이선애·이석태 전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유력했으나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이력 때문에 헌법재판관 추천위에서 위원들 간 격론이 있었다고 한다.
이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사법부 양대 최고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포진한 상황에서, 특정 출신 독식으로 갈등 해결 기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했다고 한다.
같은 해 우리법·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기까지 했지만 탈락했다. 이후 지난해 윤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부지법원장에 임명해 헌법재판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근무했다.
◆오동운→정계선→이순형→마성영→신한미 '한통속'
이처럼 오동운 공수처장과 정계선 헌법재판관과의 과거 인연이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서부지법을 택해 '영장 쇼핑'한 이유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심지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과거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정 법원장이 이 판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이 판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례저으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시해 논란을 빚었다. 두 조항은 '군사상·공무상 비밀 시설과 자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경호처가 공수처의 대통령 관저 수색을 막는 법적 근거다.
이에 대해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공수처법은 '제1심 재판관할은 서울중앙지법으로 한다. 단, 범죄지, 증거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 형사소송법 규정(피고인 주거지, 현재지)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수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예외 없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공수처는 피의자 주거지 및 범죄지가 용산 대통령실이라는 이유로 용산을 관할하는 서부지법에 관할이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꼼수일 뿐"이라며 "민주당이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한 2명이 서부지법원장 정계선, 서부지법 부장판사 마은혁이 있는 법원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이 영장 발부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서부지법에 낸 이의신청을 기각한 판사도 공교롭게도 좌파 성향 판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을 심리한 마성영 부장판사는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체포(구금)에 대해서는 취소나 변경을 구할 수 없고 수색영장은 이의신청 대상도 아니다"라면서 "발부에 대해 다투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선을 그었다.
마 판사는 또 형소법 제110·111조의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문구에 대해서도 "기존의 법 해석을 확인하는 의미일 뿐"이라면서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 북부지법 근무 당시 조국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보수 성향 유튜버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바 있다. 이후 중앙지법으로 옮긴 마 판사는 조 전 장관에게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형이 약하다"는 평이 나왔다.
공수처가 1차 체포 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2차 영장을 신청한 곳도 서부지법이다. 당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신한미 부장판사로 알려졌는데, 그 역시 진보 성향의 판결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올 1월 김건희 여사 특검을 주장하며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은 대진연 회원 2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서부지법은 모두 기각했다. 당시 기각했던 판사가 신 부장판사다.
한 법조계 원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6년 동안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등 주요 보직을 차지하며 거대 카르텔을 형성해 왔다"면서 "정치 편향성을 가진 인물들이 득세하면서 사법부는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특정 정치 집단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24/20250224001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