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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문 앞.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고려대인들'이라 밝힌 재학생들이 서울대와 연세대에 이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외부인 개입으로 대학생 시국선언 취지가 흐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려대 학생임을 증명할 수 있는 학생증과 과잠(학과 점퍼), 청바지 착용을 권고하는 사전 안내가 이뤄졌다.
학생들은 국기 경례와 애국가 제창, 묵념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묵념 중 일부 학생들은 눈을 감고 결연한 표정으로 다짐하듯 무엇인가를 읊조리기도 했다.
본격 연설 전 학생들은 둥그렇게 모여 '자유·정의·진리'라는 고려대 교훈에 맞게 행동하자고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발언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연설자로 나선 과잠 차림의 김미강 씨는 단호한 목소리로 개회사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우리는 단순한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탄핵이 이뤄진다면 법치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고려대는 항일 투쟁의 본산이었고 해방 후에도 자유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 왔다"며 "우리는 수동적인 지성인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집회는 다섯 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헌법재판소의 불공정성과 불법적 행태 ▲반국가 세력의 실체 ▲부정선거 의혹 ▲하이브리드 전쟁과 체제 갈등 ▲입법 독재 비판 등이 주요 논점이었다.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고려대에서 취득했다는 김병준 강남대 교수는 "현 정부를 공격하는 세력들은 진실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약속을 어기고 집회를 방해하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정문 뒤편에서 맞불집회를 진행하는 학생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남광규 고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교수도 후배들을 향해 "대학은 자유의 전당이고 탄핵을 찬성할 자유가 있으면 반대할 자유도 있다"며 "시위를 방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자유 시민과 함께하는 학생들이 자랑스럽다"면서 "딱 한 마디만 하자면 선거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확인하고 가자"고 발언하며 연단을 내려왔다.
마지막 연설자로 나선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재학생 유찬종(21) 씨는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고 그동안 시위에 나선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만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함"이라며 "우리의 자유와 법치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국선언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고려대 재학생 김모 씨는 "전국 대학가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계엄 당시보다는 탄핵 반대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헌재 불공정 재판 논란이 이어지면서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대학가 보수 세력의 결집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국선언 현장에는 고려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과 유튜버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서울대 시국선언에도 방문했지만 오늘 고려대가 가장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정문 뒤쪽 중앙광장 쪽에서는 탄핵을 찬성하는 학생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조국혁신당 등의 깃발을 든 학생들은 탄핵 찬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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