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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무차별 '글로벌 관세전쟁' … 동맹도 우방도 예외 없다

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첫 한달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가장 많이 장식한 단어는 '관세'다.

대통령선거 기간 관세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치켜세우고, 자신을 '타리프(tariff, 관세)맨'이라고 칭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본격적으로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표 관세를 꺼내 들었다.

거친 말과 정책을 내놓으면서 상대의 기를 꺾어놓고 시작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의 기술'인 것을 세계는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무차별 '관세전쟁'은 그야말로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중국, 캐나다, 멕시코 관세 인상을 시작으로 전세계 철강·알루미늄 관세,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모두 겨냥한 '상호관세' 도입 선언까지 예상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관세 규제가 몰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동맹이든 적대국이든 가리지 않고 오직 미국의 이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20일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 무역정책' 각서에 서명하고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적자 분석 및 글로벌 추가 관세 검토 결과를 4월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검토 결과는커녕 각서 서명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1월26일 '관세 카드'를 처음 꺼내 들었다.

미국이 그간 체포한 콜롬비아 국적의 불법이민자를 군용기 2대에 태워 보고타로 향했지만, 이들 항공기의 착륙을 거부당하자 '25% 관세 즉각 부과'를 실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콜롬비아가 미국의 불법이민자 추방정책에 협조하겠다고 후퇴하자 곧바로 없었던 일이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이때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여겨진다.

2월1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 관세부과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3주간의 '트럼프 관세 폭풍'이 시작됐다. 중국이 원료를 공급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제조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국경을 통해 유입됨으로써 미국 내 공중보건 위기가 커졌다는 것이 주요 배경이었다.

이후 캐나다, 멕시코는 마약 관련 국경 강화 등을 미국에 약속해 시행을 한 달 유예하기는 했지만, 그의 관세 조준점이 적성국도 아닌 오랜 우방국에 먼저 맞춰진 점은 세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널리 예상됐던 대중국 관세보다도 더 큰 여파를 남겼다는 평가다.

문제는 펜타닐 원료 공급 사실을 강력 부인한 중국에는 관세부과 조치가 그대로 시행됐다는 점이다. 이에 중국도 10일부터 미국에 보복 조치를 시작하면서 세계 최강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중간 관세전쟁이 본격화됐다.

중국의 보복이 시작된 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3월12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포고문에 서명한 뒤 "우리는 친구와 적들로부터 똑같이 두들겨 맞고 있었다. 외국 땅이 아닌 미국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튿날인 13일에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면서 모든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 사실상 전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날렸다.

다만 일반적인 의미의 상호관세가 아니라 관세에 더해 무역상대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특유의 조세제도나 환경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환율, 역외 세금까지 모두 조사해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면 관세를 때리겠다는 '트럼프식 상호관세'였다. 상대국의 거의 모든 정책을 문제 삼을 수 있는 일종의 '마법 카드'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향한 무차별 관세 폭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3월12일 시행 예정인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국가별 상호관세, 자동차 관세, 반도체와 의약품 등도 줄줄이 시행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백악관이 관련 설명 자료에서 브라질, 인도, 유럽연합(EU), 캐나다, 프랑스 등을 불공정 무역상대로 '콕 집어' 거론했지만, 해당 조치는 대미무역 관계를 유지하는 모든 국가에 예외 없이 적용될 것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시작한 것은 그간 강조한 대로 엄청난 규모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관세 징수를 통해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부채를 축소하는 동시에 감세 공약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외국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해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꾀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국제무역의 오랜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이번 조치로 "미국이 이용당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미국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하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향상하며 무역적자를 줄이고 경제 및 국가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특징 중 하나는 시행까지 짧게는 수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기간을 둬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서 서명 당시 배석한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 지명자는 관세부과 대상을 국가별로 다룰 것이며 4월1일까지 행정부 내 연구를 거치겠다고 했다.

이는 앞으로 한 달 반가량의 기간 동안 국가별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거나 관세율이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각국은 일제히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 나서면서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협상 움직임이 가시화하지 않은 주요 국가는 중국 정도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미국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미국의 공격에 비하면 소극적인 반발이다.

협상에 나선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에 맞추느라 분주하다. '선물 보따리' 핵심은 미국산 제품 구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일인 13일 백악관을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F-35 전투기 등 미국 무기 구입과 원전 도입 등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대미 투자금액을 1조달러로 확대하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서도 인수가 아닌 투자로 물러섰다.

대만 역시 대규모 미국 무기 구입을 검토하는 등 각국은 대항보다는 수용을 택했다. EU 행정 수반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조차 지난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강경한 태도 대신 "에너지를 포함한 상호이익 분야에 경제적 우선순위를 두겠다"면서 온화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각국의 저자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불분명하다.

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BBC에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하려는 교섭이 이뤄질 수 있지만, 관세가 너무 빠르고 맹렬해 협상이 지속가능한 옵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며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은 단기적으로 회유를 추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격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우리다. 현재 우리나라는 계엄·탄핵 혼란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다.

우리 정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간의 통화를 조율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 달이 다 되도록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최상목 권한대행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과 소통 문제에 대해 "대행 체제로 여러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외교적 협상의 어려움을 인정하기도 했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의 대미 수출 1·3위를 차지했고, 의약품은 대미 수출 규모가 4년새 곱절로 커진 주력 업종이다. 중국 다음 제2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이들 업종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를 홀로 이끌다시피 한 수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심각한 문제다.

양국간 교역에서 98%의 관세를 없앤 한·미 FTA가 방패막이 돼 줄 것이라는 기대는 사치다. 리더십 공백을 탓하고 복지부동할 때가 아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20/20250220001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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