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총 6차례나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공개됐다.
이 지시가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핵심 증거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치인 등 체포 지시 혐의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게다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도 앞서 지난 13일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국회 봉쇄나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는 조 청장 증인심문 등 재판과정에서 드러나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의신청 기간을 놓쳤다"는 이유를 들어 조 청장의 검찰조서를 그대로 증거로 채택했다. 앞서 두차례나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해 진위 여부를 따질 수 없던 조 청장의 진술을 탄핵심판의 핵심 증거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사실관계를 떠나 윤 대통령에게 방어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받고 있는 헌재가 '탄핵 인용'의 답을 정해놓고 재판을 서둘러 마무리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운명 가를 조 청장과의 6번 통화…사실 확인 않고 증거 채택
지난 18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국회 측이 공개한 조 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검찰에서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은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 뒤의 5회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분까지 윤석열과 총 6회 통화했다. 조 청장은 당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도 통화했다.
여 전 사령관이 첫 번째 통화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동현 판사를 포함해 체포자 명단 15명을 불러줬고, 두 번째 통화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추가했다고 한다.
국회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까지 더해 "체포 대상자의 명단이 거의 일치한다"며 "체포 대상자 명단의 존재, 대상자에 대한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점은 증거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헌법재판관 출신인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는 "지금 법정에 나온 증인들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진술 조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형사 절차에서 엄격하게 다툴 필요가 있다고 분명히 주문했다"라며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조서가 적법하고 진실하게 작성되었더라도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이 법정에서 반대 신문에 대해서 그 신빙성이 탄핵되지 않은 경우에는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0년 형사소송법(312조)이 개정됨에 따라 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인들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탄핵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법(제40조)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특히,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사람의 진술 조서를 증거로 조사하는 것은 법률에 위반된다. 증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문형배 권한대행은 "재판부의 증거 (채택) 결정은 이미 4차 기일에 이뤄졌다"라며 "지금 이의신청하는 것은 기간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미 그 점에 대해서는 두차례 이상 재판부의 의견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형사 재판 절차에서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을 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재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이 반대신문을 했을 때 조 청장이 증인으로 나와서 그것을 제대로 답변하지 않거나 진술조서와 다른 내용을 했을 때는 증거 채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미리 형사재판이 벌어지지도 않는데 헌재에서 그것을 판단해서 받아들인다면 만약에 형사재판에서 정반대로 나왔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질 수 있을 것이냐"고 꼬집었다.
◆핵심증인 조 청장 모두 불출석…검찰조서 그대로 증거 인정되나그만큼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판가름할 수 있는 핵심 증인이다. 앞서 헌재는 조 청장의 증언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꼭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달 23일과 이달 13일 2차,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청장이 건강을 이유로 모두 불출석하자, 헌재는 윤 대통령 측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20일 10차 변론기일에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헌재가 3번이나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조 청장이 유일하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청장은 현재 혈액암을 앓고 있어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윤 대통령이 조 청장을 증인으로 재차 신청한 것 역시 조 청장의 검찰 진술을 헌재에서 직접 뒤집고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차 변론기일에서 조 청장을 두고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막판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조 청장은 마지막 10차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헌재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일단 헌재는 조 청장을 강제구인하기 위해 구인장을 발부하고 서울동부지검에 집행을 촉탁(요청)했다.
헌재 관계자는 "사유서를 검토한 뒤 재판부가 강제구인 여부를 결정할 것"라고 설명했다.
조 청장이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헌재가 조 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그대로 주요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조 청장이 나오더라도 형사재판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6번의 통화에서 '체포하라'는 지시만…검찰조서 납득 안돼
특히 이날 조 변호사는 "(조 청장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이 없어서 증거조사를 할 수 없다"며 다시 항의했지만 문 대행은 국회 측에 "계속하시라"며 변론을 예정대로 진행했고 조 변호사는 가방을 들고 심판정을 나가 오후 6시 40분께 변론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변론이 끝난 뒤 취재진에 "조 변호사는 증거 법칙이 적용되지 않고 법을 정면으로 위반해서 진행되는 헌법재판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뜻에서 나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변론에서 조 청장이 윤 대통령의 명령을 받고도 부하들에게 체포 지시 등을 내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그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검찰조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체포 지시 과정이 제대로 나타나있지 않다"면서 "6번의 체포지시 전화를 받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행동을 하고 무슨 요구를 했는지가 전혀 없다. 검찰도 이에 대해 전혀 질문이 없었다"며 조 청장 진술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조 청장이) 다음 기일에 증인으로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확인을 해봐야 할 사항"이라면서 "6번에 걸쳐 전화를 받았다는데 과정은 빠져 있고 똑같은 워딩만 있었다는 점에서 조서의 신빙성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19/20250219001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