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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조국·송영길·김경수 띄워준 출판사 손잡고 정계 복귀 시도

뉴데일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뒤 당 대표직을 반납하고 물러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백낙청의 '창비(창작과 비평)'의 뒤를 잇는 좌파 성향 출판사와 손을 잡고 '국민이 먼저입니다(가제)'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의 상황과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배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할 때 느낀 생각 등을 담은 이 책의 출판은 '메디치미디어'가 맡았다.

2008년 기자 출신 김현종 대표가 '콘텐츠계의 메디치가(家)가 되겠다'며 세운 메디치미디어는 17년간 좌파 이념을 설파하는 책들은 물론, 좌파 진영 핵심 인사들의 책을 두루 펴내며 좌파 담론의 산실(産室)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3년 전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메디치미디어가 '진보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출판사임을 밝히며 "경제 중시 미디어이면서도 새로운 진보 담론을 말할 수 있고 진보성을 잃지 않는 미디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한 바 있다.

물론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박형준 부산시장, 윤여준 전 장관, 조은희 의원 등 여권 인사들도 이곳에서 에세이 등을 펴낸 바 있으나, 그동안 메디치미디어가 발간한 책들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좌파 계열 책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치·사회'나 '인문·역사' 부문에는 △'유신 사무라이 - 낭만과 폭력의 한일 유신사' △'유신 그리고 유신 - 야수의 연대기' △'평화의 길, 통일의 꿈' △'시-유 어게인 IN 평양 - 나는 북한 최초의 미국인 유학생입니다' △'민청학련 - 유신독재를 넘어 민주주의를 외치다' △'담대한 여정' △'김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승부사 문재인' 등 보수우파 이념과 척을 지는 책들이 수두룩하다.

이 외에도 △박지원(지금 DJ라면) △송영길(둥근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우상호(민주당 1999-2024) △김경수(사람이 있었네) △조국(가불 선진국) △김현미(당신은 아직 지지 않았다) △양정철(세상을 바꾸는 언어) △신경민(국정원을 말한다) △민병두(새로운 진보정치) △탁현민(더 쇼) △전현희(오늘 한 걸음 더 다가서겠습니다) △임은정(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등 수많은 친민주당·좌파 인사들이 메디치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내왔다.

민감한 시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대변하는 두 권의 책(조국 그리고 민정수석실, 조국 오디세이)도 메디치미디어에서 출판됐다. 한때 보수우파당을 이끌었던 한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 복귀를 공식화하는 책을 왜 하필 이곳에서 내려 하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한 전 대표는 오는 26일 '국민이 먼저'라는 자신의 정치적 원칙을 담은 책을 출간한 뒤 북콘서트 또는 강연 등의 행사를 통해 정치 복귀를 공식 선언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실상 '대선 출마' 행보로 봐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메디치미디어는 △출판뿐 아니라 △뉴스레터 형식의 온라인 매체 '피렌체의 식탁'과 △유튜브 채널 '메디치미디어'를 운영 중이고 △정기적으로 '메디치포럼'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식과 경로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철학을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출판·강연·온라인미디어를 통해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메디치미디어는 이제 현실 정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메디치미디어가 출판한 책이 '피렌체의 식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널리 확산되고, 메디치미디어가 발굴한 작가나 칼럼니스트가 '피렌체의 식탁'을 통해 필명을 날린다. 정계·학계·언론계를 망라한 1만여 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피렌체의 식탁'의 주 독자층이다. 메디치미디어가 엄선한 작가들이 매체를 넘나들며 콘텐츠를 생산·유통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파하며 유기적인 '집단지성체'를 형성하는 구조.

대권주자들이 기웃거릴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메디치포럼' 역시 메디치미디어 네트워크의 보폭을 넓히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보통 어떤 작가가 출판을 하면 출판사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작가의 북콘서트나 강연 등을 기획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출판·강연·온라인미디어 '3박자'를 고루 갖춘 메디치미디어는 초보 작가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출판사로 다가올 수 있다.

문제는 메디치미디어가 거느리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좌파 인사들에게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한 전 대표가 이곳에서 책을 내면 '피렌체의 식탁'에서 재인용될 수도, 유튜브 채널에서 홍보될 수도 있다. 발간 후 한 전 대표가 '메디치포럼'의 연사로 등단하는 건 일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해당 매체들의 독자와 청중 상당수가 한 전 대표가 몸담았던 정당과 '대척점'에 있는 인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연 한 전 대표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출판 계약을 맺었을까. 사실상 메디치미디어의 막강한 파급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노리고 이곳을 택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 뚜껑도 열기 전이지만, 한 전 대표가 '좌파적 가치'를 추구하는 미디어기업과 손을 잡고 정치 복귀를 시도한다는 것은 정계에 또 다른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외연 확장', 나쁘게 말하면 '변절'로 비난받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는 선택이다.

한 전 대표는 중도층 민심을 공략한다는 명목으로 '좌클릭 전략'을 내세우다 끝내 대통령실과 각을 좁히지 못하고 야인이 됐다. 그가 어떤 철학과 전략을 들고 돌아올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기존 보수우파와 결을 달리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18/20250218001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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