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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의 한국 외교는 그간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벗어나 '안미경미'(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로 선회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 전략경쟁에 있어 동맹국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분담해야 미국도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한국을 '방기'(abandonment)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美, 反패권연합 결성 추진할 것 … 舊 패러다임인 '안미경중' 버려야"
국방부 미국정책과장, 주제네바대표부 군축담당관 등을 역임한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14일 한국국방외교협회(회장 권태환)와 플라잉닥터스(대표 김상수)가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개최한 '2025 글로벌 안보정세 평가와 한반도 안보' 세미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는 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아주 절감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일각에서는 여전히 '안미경중'이라는 옛날 패러다임을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에서 패권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저지한다는 최우선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반패권 연합'(anti-hegemonic coalition)의 결성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송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진정한 동맹국으로서 의심받지 않도록 태도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중용', '균형' 등이 수사학적으로는 듣기 좋을 순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의 패권 장악을 막기 위해 동맹국을 지원하되 그 과정에서 비용·편익 분석을 철저히 적용해 불필요한 '연루'(entrapment)의 위험을 피해야 함을 강조할 것"이라 동맹관계의 변수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최대 100억 달러까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고율 관세 등을 꼽았다.
◆"美, 中 견제 2~4배 강화 전망 … 美, 자국에 도움이 돼야 동맹 유지"
주미 국방무관을 지낸 신경수 한미동맹재단 사무총장은 미국의 중국 견제가 현재의 2~4배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트럼프 2기를 '한국이 미국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때, 한미 상호이익이 충족될 때 동맹관계도 형성되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신 사무총장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느끼는 위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미국 상원의원들, 하원의원들은 '중국인들이 1년에 약 15만 명이 멕시코 국경으로 밀입국해 땅을 사서 대마초를 키우고 팔아 돈세탁한 뒤 군사기지 주변에 집을 사들인다'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견제를 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일본은 중국 견제나 대만 문제에 대해서 확고하게 이야기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게 트럼프 정부 인사들의 인식이다. 과연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해 외교적 수사든 정책이든 행동이든 보여주지 않으면 동맹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 견제에 대해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정책과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그나마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했지만, 미국은 '그다음엔 뭘 할 거냐'며 자꾸 한국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수사만 있고 정책과 행동은 없었는데 이게 트럼프 정부에서 계속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NCG 기반 핵안보 약화 가능성 … 조선업·반도체 등 대미 레버리지 활용 시나리오화 필요"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과 적성국을 가리지 않으므로 지금 구축해 놓은 한미 핵협의그룹(NCG) 기반의 핵안보로는 공포의 균형 기제가 약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과거와 같이 NCG 기반으로 핵안보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중간점검을 하고 다양한 옵션을 풀어내 거래에 거래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을 굉장히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국가이므로 동맹으로서 잘 대우해야겠다는 인식을 갖게끔 대미 레버리지를 높여야 한다"며 "조선업이나 반도체 등 대미 레버리지 어젠다를 발굴하고 이를 여러 번 쓸 수 있게 쪼개서 시나리오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美, 책임과 역할을 분담하는 동맹국에게만 역할할 것"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니어재단 부이사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유럽 방위는 유럽 책임으로 하고 중동은 가급적 외교를 통해 해결하면서 최우선 과제를 '대중 전략경쟁'에 두려고 하는 것 같다"며 "러시아로 편향된 미국의 의도가 명확히 보인다. 종전 교섭을 수월하게 하고 대중 경쟁을 위해 러시아를 떼어내려는 의도가 개재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짚었다.
신 부이사장은 "뮌헨 안보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관련해 '미국의 주된 자원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쓰겠다'는 의도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며 "(미국은) 유럽에 대해서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는 유럽 국가는 32개국 가운데 24개국뿐이다. 우크라이나전 조기 정전에 따른 부담도 전부 유럽이 부담하라는 식으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지적대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미국이 추진하려는 우크라이나 종전 합의의 '현실적 결과물'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자국 이외 다국적군의 주둔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신 부이사장은 "트럼프주의는 동맹을 과거의 동맹으로 보지 않는다. 동맹도 응분의 책임과 역할을 분담할 때 동맹이 되고 미국도 그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아직 동아시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유럽, 중동에서의 전쟁 종식에 우선하면서 동아시아가 서서히 의제에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이 필요한 분야로 ▲트럼프 정부의 높은 대북 접촉 관심에 비춰 북핵 교섭 재개 여부와 스몰딜 여부 ▲한미 연합방위체제상 주한미군 지위 변동, 한비연합훈련, 확장억제 ▲방위비 분담 조정 ▲북러관계 추이 ▲미국 함선 건조 및 MRO(유지·보수·정비) 문제 ▲대만해협·남중국해 문제 ▲인도태평양 전략 등을 꼽았다.
한편, 한국국방외교협회는 이날 세미나를 시작하기에 앞서 2025년 해외 파견무관 환송행사를 열고 한-아프리카 재단, 플라잉닥터스의 업무협약서(MOU)를 체결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15/202502150000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