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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이 인질 석방 과정을 둘러싸고 약 한 달 만에 파기 위기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미국 인수 및 개발 구상(가자 구상)'을 내놓으면서 이해관계가 더욱 첨예해지자 중동 정세가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신들이 휴전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협정 이행과정에서의 모든 소동이나 지연은 이스라엘의 탓"이라고 비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하마스가 15일 정오까지 모든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발언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4시간에 걸친 안보 내각회의를 마친 후 영상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런 방침이 내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군(IDF)은 남부사령부에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휴가 취소를 명령하는 등 병력을 강화에 나섰다. IDF는 "준비태세 강화 결정에 따라 (가자지구 부근) 병력 증원 규모에 예비군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5일 전쟁 발발 466일 만에 3단계로 구성된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에 도달했으나, 인질 석방이 진행 중이던 10일 하마스 측이 석방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3주간 이스라엘의 휴전협정 위반사항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난민들이 가자지구 북부로 귀환하는 것을 지연시키고, 가자지구 내 여러 지역에서 포격과 총격을 지속하며 인도적 지원물자의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 등을 이유로 꼽았다.
같은 날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의 인질 석방 연기가 휴전협정의 완전한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로선 15일 정오까지 모든 인질이 송환되지 않는다면 휴전을 취소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하마스를 압박했다.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AFP통신에 "양측이 존중해야 할 합의가 있다는 걸 트럼프는 기억해야 한다"며 "이것이 인질들을 돌려보낼 유일한 방법"이라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위협은 아무 가치가 없으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예멘의 후티 반군도 전쟁이 재개될 경우 이스라엘 공격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후티 반군 수장인 압둘-말릭 알-후티는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방아쇠 위에 손을 올려뒀다"며 "이스라엘이 다시 가자지구에서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기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에 연대를 표한다면서 이스라엘의 군함 등을 공격했다.
휴전협정이 위태로운 상태에 빠지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이날 "우리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가자지구에서의 적대행위 재개를 막아야 한다"며 "하마스는 예정대로 15일에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도 휴전 합의를 지킬 것을 촉구한다. 2단계 협상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지난달 15일 합의한 바에 따르면 양측은 휴전 1단계로 우선 6주간 전쟁을 멈추고, 하마스는 33명의 인질을 점진적으로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최대 1904명의 인질을 풀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다섯 차례에 걸쳐 인질 16명을 석방하는 데 그쳤다.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은 약 73명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이스라엘군이 사망을 확인한 인질 34명의 시신도 포함된다. 2단계 휴전에서 양측은 하마스의 남성군인 석방,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등을 이행하기로 했다.
휴전협정이 위태로운 가운데 새로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고 휴양지를 세우겠다는 이른바 '가자 구상'을 내놓으며 중동 정세가 더욱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만나 "가자를 미국의 권한 아래 둘 것"이라고 계획을 재언급하며 요르단에 가자주민 수용을 촉구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주민의 유력한 수용처로 지목한 이집트와 요르단은 사실상 가자주민 수용 제안을 거부했다.
다만 하마스는 이번 인질 석방 연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을 거론하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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