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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회담에서 자신이 일주일 전 처음 공개한 '가자지구 미국 인수 및 개발 구상(가자 구상)'을 재확인하면서 요르단에 가자지구 주민수용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압둘라 2세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휴전합의 이행이 삐걱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가자전쟁) 종결 및 전후 구상 등을 논의했다.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가자지구를 어느 권한(authority) 하에 둘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권한"이라고 답한 뒤 현지에 호텔, 사무실, 주택 등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를 미국의 권한 아래 두겠다는 발언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개발하는 동안 가자지구에서 미국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어 "우리는 (가자지구를) 살(buy) 이유가 없다. 사지 않을 것이며 가질 것"이라면서 가자지구 개발을 통해 중동 지역에 평화와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곳은 가자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이라며 "우리가 가져가서 지키면서 소중히 간직하고, 끝내는 중동 지역민들을 위해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큰 규모의, 아마도 가장 큰 수준의 경제 개발을 할 것"이라며 "(중동)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중동 출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은 약 200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만약 가자주민들이 떠나길 원치 않을 경우에는 강제이주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200만명을 모두 이주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수십년, 수백년에 걸쳐 일어난 다른 사건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라며 "현재 전세계에 가자지구보다 열악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르단과 이집트의 일부 땅과 그 외 다른 지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요르단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수용을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요르단과 이집트에 많은 자금을 이바지한다"며 "우리는 협박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수준을 뛰어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에 요르단에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 이집트에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원조를 제공한 바 있다.
'협박'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미국의 지원을 거론한 것 자체가 '압박'으로 풀이된다.
압둘라 2세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에 대해 "나는 우리가 이집트와 아랍국가들의 계획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집트가 (트럼프 대통령 구상에)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며 "지켜보자"고 말했고, 기자의 관련 질문에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의 아이 2000명을 최대한 신속히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아름답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구상을 공개한 이후 아랍국가 정상과 처음 대면 회담하는 자리였다.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요르단 측에서는 후세인 왕세자 등이 배석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의제는 자신의 가자 구상의 핵심인 가자 주민 이주계획과 관련해 요르단의 협조를 확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가자지구 인근 국가인 요르단과 이집트가 가자지구 주민수용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원조를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두 나라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날 압둘라 2세 국왕은 기자들 앞에서 트럼프 구상에 대해 의견 표명을 피했지만, 회담에서는 자국 내 반발 기류를 전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 가운데 특히 가자 주민을 가자지구 밖으로 영구 이주시키는 구상에 대해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 전체가 반발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국가로 이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미국이 가자지구를 인수할 것"이라면서 가자지구를 미국이 소유해 해안 휴양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어 그는 10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가자지구 밖에 "아름다운 공동체들(거주지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로 돌아올 권리를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그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자지구 밖에서) 훨씬 더 좋은 거주지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12/20250212000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