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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법농단' 의혹을 통해 사법부를 장악한 문재인 정부는 대법관 14명 중 11명을 중도좌파 성향의 법관들로 채웠다. 그 결과 1·2심 재판 결과를 뒤집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대법원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던 중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새로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좌파 성향의 법관 대신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을 중용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사회가 양극단으로 갈라지면서 '세상만사의 사법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적어도 대법원만큼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 사법부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권순일 대법관의 임기가 만료되고 그 후임으로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임명제청됐다. 당시 이 부장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은 전체 14명 중 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 등 3명만 남았다.
특히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진보 성향의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권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이흥구 대법관 역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인데다 학창시절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어 '코드인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대법관은 전체 14명이다. 권순일(14기)·박상옥(11기)·이기택(14기)·김재형(18기) 등 4명은 박근혜 정부가 임명했다. 김명수(15기) 대법원장과 조재연(12기)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안철상(15기)·노태악(16기)·민유숙(18기)·김선수(17기)·이동원(17기)·노정희(19기)·김상환(20기)·박정화(20기) 등 10명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이다. 여기에서 권순일 대법관이 빠지고 대신 이흥구 부장판사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의 다수가 좌파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우선 김 대법원장과 박정화·노정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며, 김상환 대법관 역시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변호사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으로 좌파성향으로 분류된다.
안철상·노태악·민유숙·이동원 대법관은 비교적 중도성향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역시 김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으로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였다.
◆대법원의 '좌클릭'…이재명 당선무효형도 무죄 둔갑
당시 대법원의 '좌클릭'은 판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일부 사실을 숨긴 채 "그런 일 없다"고 TV토론회에서 거짓을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으로 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렸던 이 지사는 기사회생했고 현재는 유력 대선후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재 같은 죄명으로 항소심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던 은수미 성남시장의 상고심에서도 "검사가 항소장에 1심 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한 양형부당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로 은 시장 역시 시장직 상실 위기를 회피할 수 있게 됐다.
또 고용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법률유보원칙을 이례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했다. 법률유보원칙이란 인권을 제약하거나 보장하는 경우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앞선 1·2심은 시행령을 근거로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유족을 특별채용하는 단체협약은 채용의 공정성, 기업 채용의 자유 등을 침해해 무효라고 판단했던 1·2심을 모두 뒤집고 "특별채용하라"고 선고하기도 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결론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당시 좌파적 성향을 띠는 대법관들로 사법부의 주류세력이 교체됐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 일부 교체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좌파 성향의 재판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尹 정부 들어 중도·보수로 돌아섰지만 역부족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대법관으로 노경필(23기) 수원고법 부장판사·박영재(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이숙연(26기) 특허법원 판사를 임명했다. 이들은 모두 중도·보수 성향 판사로 분류된다.
특히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선수·노정희 대법관이 퇴임하는 자리에 중도·보수 성향 대법관이 들어가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자연스럽게 진보 측 목소리가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왔다.
당시 대법원은 보수로 분류되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보수 2(이동원·오석준 대법관), 중도 5(노태악·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 대법관), 진보 5(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흥구·오경미 대법관)로 분류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2명이 바뀌면서 중도·보수 10명, 진보 3명으로 재편됐다. 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은 제외한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국회에서 임명 동의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도 중도보다는 보수로 분류된다. 진보성향의 김상환 대법관이 퇴임하고 마 부장이 대법관에 최종 임명되면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하는 13명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중 진보성향은 2명으로 줄어든다. 윤 대통령이 탄핵으로 인해 아직 임명이 되지 않고 있다.
다만 네 대법관 모두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고 합리적 판결을 내리는 법관이란 분석이라 보수 일색의 판결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는 게 법원 안팎의 평가다.
19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용된 노 대법관은 헌법·행정 전문가로 재판연구에 매진한 정통 법관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20년 수원고법에서 근무할 때 은수미 전 성남시장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에서 검찰 구형(벌금 150만 원)보다 높은 벌금 300만 원으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해 주목받았다. 다만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돼 벌금 90만 원이 확정됐다.
1996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처음 법복을 입은 박 대법관은 무엇보다 뛰어난 사법행정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역임했고, 재판연구원 증원, 형사전자소송시스템·미래등기시스템 구축, 민사 항소이유서 제출 제도 도입 등을 추진했다. 재판에 기획 업무까지 능통한 법관으로 꼽힌다.
이숙연 재판관은 1997년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는데 2011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를 맡기도 했다. 특히 카이스트 전산학부 겸직 교수로 일하는 등 정보통신기술과 지식재산권 분야에 조예가 깊다. 다만 젠더법연구회장을 지내면서 젠더 이슈에 뚜렷한 주관을 지녔다는 평가도 있다.
마 대법관 후보자는 2014~2015년 현대자동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의 재판장이었다. 노조에서는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한 부장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과 행정 능력이 뛰어난 법관들을 중심으로 발탁해 '엘리트 중심'으로 대법관을 선출하려는 기조로 해석된다"면서 "대체로 뚜렷한 보수적 성향을 내비치는 분들이 아닌 만큼 임명되면 합리적으로 판단할 분들"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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