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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늪’에 빠져버린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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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수호

부정선거 ‘늪’에 빠져버린 국민의힘

n.news.naver.com

[단독] HMN뉴스, AI로 가짜뉴스만들어…윤석열 지지 단톡방 단골 등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월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해 정문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원본보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월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해 정문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사업자 등록은 하지 않았다. 유튜브 콘텐츠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HMN뉴스’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교양 채널 휴머니스트’의 관계자를 지난 1월 2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HMN뉴스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 윤석열 지지자들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단톡방에 스카이데일리(신문), FN투데이(온라인뉴스) 등의 매체와 함께 단골로 등장하는 동영상 ‘뉴스’다. 지난 1월 21일 이들이 공개한 ‘선관위 체포된 중국인 99명 CCTV 추정 영상 발표’ 영상은 사흘 만에 조회 수 96만회를 기록했다. 앞의 발언은 ‘HMN뉴스는 등록된 언론기관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휴머니스트 방송회사’라는 법인이 등록돼 있었지만, 지난 1월 20일자로 폐업 신고했다. “e메일로 협박이 많이 들어왔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기자라기보다 유튜브 콘텐츠에 가깝다. 여러 제보도 들어오지만, 구글 검색을 자주 이용한다. 커뮤니티 사이트, 특히 DC인사이드에 올라오는 글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 내용을 가지고 여럿이 분석도 하고, 토론도 해 콘텐츠를 만든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는 것 아닌가.” 이 회사가 과거 낸 온라인 채용공고를 보면 구독자 35만명인 HMN뉴스 이외에도 50만명과 30만명의 구독자를 각각 보유한 두 채널과 해외 채널을 운영한다고 돼 있다. 직원은 5~6명인 것으로 보이지만, HMN뉴스는 사실상 주간경향이 접촉한 위 관계자(30대 남성) 혼자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럿이 토론한다고 했지만 영상 속에 기자라고 나오는 김민수와 김미영의 목소리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것 같다.

“사실을 말하자면 (AI로 만든 것이) 맞다.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매체도 활용하고 있다. MBC도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성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지 않았는가.”

-그런 경우 재연이라는 자막을 덧붙여 사실을 밝히고 있다. HMN뉴스는 왜 밝히지 않는가.

“내가 쓰는 AI 사이트에서 유료 결제를 하고 있는데, 사이트 규정에 유료 결제를 하면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선관위 중국인 99인 체포설’은 이미 주한미군·주일미군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헌재 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측이 언급했을 때 선관위도 팩트체크(검증) 자료를 냈다. HMN뉴스 주장이 가짜뉴스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기자는 의혹을 보도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허황한 사실이 아니라 증명 가능한 팩트니까 보도한 것이다.”이들이 올린 뉴스 영상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집회’, 지난 1월 19일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관련 영상이 여럿이지만 이 관계자는 “그 집회 현장에는 아직 가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에서 일한다. 다른 유튜버나 언론보도물을 짜깁기한 뒤 AI로 생성한 목소리를 입혀 HMN뉴스를 생산한다.

‘선관위 중국인 99인 체포설’은 탄핵 심판 중인 헌재에서도 언급됐다. 지난 1월 16일 진행된 2차 변론에서 윤석열 대리인단의 배진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부정선거에 대해서 다 자백을 했다는 그런 뉴스가 나왔다. 그게 팩트이든 아니든….”

윤상현은 부정선거 주장 진짜로 믿을까

가장 큰 문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 부정선거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사람은 현재로선 김민전 의원 정도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다시 살인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부정선거 증거가 많다”는 윤석열 대통령 글을 인용한 뒤 “부정선거 관련 증거가 쏟아질 때 진상규명과 제도개선을 위해 나서지 않고 이제 와서 얼마나 더 새로운 증거를 내놓으라는 말이냐”고 덧붙였다.

“나경원 의원도 지금 말하는 걸 뜯어보면 부정선거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고 있다. 대놓고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 의원은 없다.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는 부정선거 주장이 비상계엄·내란의 핵심적인 근거가 돼버리니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10년 넘게 추적해온 시민활동가 류종렬씨의 말이다. 그는 윤상현 의원만큼은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이 지난해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윤 의원 측의 요청으로 제가 직접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들고 가서 설명하며 이해를 시켰다. 분명 내 앞에서 ‘부정선거 주장은 엉터리라는 것을 납득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저럴까. 부정선거 집회 등에 가서 하는 윤 의원의 발언을 자세히 들어보면 명시적으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발언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알고 있음에도 속이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디지털정당위원장을 지낸 김성훈 정치평론가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나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당이 존폐위기에 처했을 때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는 “나경원, 김기현, 권영세, 권성동, 조배숙 등 당 5선 의원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들은 정치 입문 후 이런 당의 위기를 처음으로 당해보는 것이다. 이전에 마지막 친위쿠데타·내란은 전두환 때다. 사실 현역 의원 중 친위쿠데타·내란을 자기 정치 인생에서 경험해본 사람은 없다. 보통 이런 일에 5선은 안 나서는데 나서는 이유가 있다. 집권당 5선 의원이면 장관이나 광역자치단체 대표 같은 것도 꿈꿀 만한데 ‘12·3 내란’으로 그 일정이 깨진 것이다. 윤석열이 뻔히 죽을 줄 알면서 던지는 것이다. 5선이 돼서 야당이 된다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 대부분은 “앞으로의 정세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여기저기 걸쳐놓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양다리가 아니라 세 다리, 네 다리다. 윤석열 쪽에도 걸치고 예전 국민의힘 지도부 쪽에도 다리를 뻗고 있다. 거기에 전광훈 목사 등 극우 쪽에도 확신할 수 없으니까 한 다리 걸치는 것이다.” 그는 헌재에서 윤석열 탄핵 심판이 마무리되고 조기 대선 경선 국면에 들어가면 ‘대한민국 보수정당 생리상’ 재빠른 태세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경선에 들어가면 부정선거에 동조했던 과거 입장을 다 부인할 것이다. 왜? 부정선거는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헌법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을 지내고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정책 총괄지원실장을 맡았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도 “내란이 일어난 순간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빛의 속도로 윤석열과 ‘손절했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한다. “직접 경험해본 대한민국 보수는 가치나 철학이 없다. 항상 현실론만 남아 있다. 그때그때 여론조사 1위가 최고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유승민이 1등이 나오면 후보가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배신자론을 이야기하는데 윤석열을 대선주자로 뽑은 시점에서 배신자론은 허상이었다.” 그는 앞으로의 조기 대선 국면에서 기껏해야 경쟁자가 4~5명에 불과할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은 후보가 10명 이상 난립하리라 전망했다. “가치나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관심이 있는 것은 자리다. 특히 ‘명태균 게이트‘에 걸려 있는 사람은 모두 출마한다고 보면 된다. 지지율이 1%든, 0.1%든 예선전이라도 나오면 정치 개입 비난을 안 받기 위해 수사는 전부 멈추게 마련이다.”

사실상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서 국민의힘 쪽에서는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 유력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월 18일과 19일 양일간 진행한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대 김문수 장관’의 양자 대결 투표 의향을 물었는데, 김 장관이 46.4%를 기록해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41.8%)을 오차범위 내(±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강윤 시사평론가는 “김문수는 중도확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우므로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라며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현재는 설혹 높은 지지율이 나오더라도 대선은 중도층 싸움이기 때문에 앞으로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적어도 국민의힘 내의 극우성향은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튜브 채널 ‘HMN뉴스’의 영상들은 언론이나 다른 유튜브 영상을 짜깁기한 뒤 AI로 만든 기자의 목소리를 입혀 만들어 낸다. /해당 유튜브 화면 캡처원본보기

유튜브 채널 ‘HMN뉴스’의 영상들은 언론이나 다른 유튜브 영상을 짜깁기한 뒤 AI로 만든 기자의 목소리를 입혀 만들어 낸다. /해당 유튜브 화면 캡처

국민의힘 태세 전환, 탄핵 심판 전후일 듯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부정선거론은 습관적으로 패배의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찾지 않고 외부로 돌려 공격하려는 논리”라며 “윤 대통령은 확신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국민의힘 주변에서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 프레임 차원에서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선거론에 대한 국민의힘의 태도는 탄핵 심판 결론이 날 때까지 어정쩡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보수를 결집하는 형식으로 진영지배력을 스스로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제기하는 부정선거론에 대한 문제를 여당 내에서 거론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대로라면 탄핵 심판에서 인용 결정이 나도 불복하고 저항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대선 국면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탄핵 심판 결론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연구위원은 부정선거론을 매개로 국민의힘의 극우화 경향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의 경우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시민사회를 흡수해 자기 세를 불려가는 형식으로 정치를 유지해 왔다. 반면 현 국민의힘 계열은 이명박 정부 때나 박근혜 탄핵 때 정권이 외부에서 수혈을 받기보다 보수든 극우든 외부세력이 국민의힘을 끌어가는 식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보면 국민의힘이라는 원내 정당이 외부세력에 끌려 정당정치의 면모를 상실하고 외부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해가는 느낌이다.” 그는 지난 박근혜 탄핵 당시 궤멸을 피했던 ‘학습효과’가 현재의 국민의힘 대응 전략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보수세력에게 윤석열은 효용성 있게 쓰고 버리면 그만인 사람이다. 박근혜 탄핵 당시 새누리당은 망할 것 같았지만 버텼다. 대통령 하나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보수가 망하지 않으니, 새로운 세력으로 성곽을 쌓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지금 국민의힘을 둘러싼 우경화된 세력이 그 경험을 토대로 이 상황을 끌고 나가고 있다고 본다.”

미국 트럼프 낙선 때와 유사한 한국 상황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벌어지는 상황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현 대통령이 낙선한 후 벌어진 사태와 유사하다.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상황도 흡사하다. 당시 트럼프를 지지하던 큐아넌 등 극단주의 세력들 사이에서는 ‘미군 델타포스가 미국 투개표 시스템 개발사인 도미니언 시스템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사를 급습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돌았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미국 지난 대선 후 가짜뉴스에 선동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 난입폭동을 일으키는 등 일련의 과정과 한국의 국가 중요기관 침탈 등 폭동으로 비화하는 패턴이 유사한 면이 많은데 나는 이것을 냉전(cold war)에 빗대 ‘차가운 내전’ 상황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양대 정당 중 하나인 공화당이 극우세력에 점령돼 수구화되는 현상이 1995년 무렵 시작해 오바마 대통령 시기를 거쳐 트럼피즘(트럼프주의)으로 ‘악화’했다면 한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당시 한국의 우파들이 앞으로 자신들이 집권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부터 시작해 문재인 정부 시기 악화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앞으로 극우 정당화될 것이냐를 묻는다면 ➀당의 공식적인 강령과 정책 ②당의 정치활동 ③극우단체와 협력 여부 ➃당의 주류정치인이 극우냐 여부 ⑤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극우냐 등의 지표로 평가해야 하는데 당의 명목적인 강령이나 정책은 극우적이지 않다”라면서도 “최근 당의 활동, 극우단체와의 협력, 의원들의 행동, 지지층 다수의 인식조사 결과 등 다른 모든 면에서 극우적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의 윤석열 지지율은 역설적으로 통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지지율이 나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윤석열의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큰데 그렇게 되면 극우 포퓰리즘 성격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탄핵 이후 ‘옥중 순교자’로 메시지 정치를 해 국민의힘 집권 연장의 희망을 주면서 과격행동을 선동할 수도 있다. 집권 첫날인 지난 1월 20일 의사당 폭동 관련자들을 사면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모델이 될 수 있다.” 탄핵 이후 국민의힘 지지층을 중심으로 하는 극우 확장성은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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