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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확장억제(미국 핵우산)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노골적 거래주의'(Naked Transactionalism)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향후 연합작전계획(작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체제에서 '북한의 핵 공격에 핵으로 대응한다'는 식의 연합작계를 수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연합작계에 북핵 시나리오를 반영할 시점도 미정이지만 미국 핵무기 사용 권한은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동맹국에 막대한 청구서를 내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거래주의를 관리할 정상외교가 한국의 탄핵 정국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특히 '한미동맹에 기반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주장해 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의 핵심 관련자로 면직된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외교도 사실상 불능화한 상황이다.◆한미, 여전히 '재래식 전쟁'을 가정한 연합작계로 훈련
26일 외교가에 따르면 현행 연합작계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 핵 사용 상황이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한미는 연합연습에서 북한 핵 사용 상황을 연습할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제1야전군사령관 등을 역임한 김근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국방포럼 상임대표(예비역 육군 대장)는 뉴데일리에 "한미 연합작계는 핵전(核戰)을 가정한 작계가 돼야 한다. 북한은 핵을 고도화해 왔고 휴전선 근처 전방에 전술핵을 배치해 왔다. 우리는 북핵 위협에 직접 놓여 있는데도 한미는 아직도 재래식 전쟁을 가정한 연합작계로 연습하고 있다. 상황 변화에 따른 많은 가정을 세워야 하며 이에 따라 작계의 가정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실은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킴으로써 한미동맹을 기존의 재래식 동맹에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켰다고 밝혔다. 미국의 핵전력을 한국의 재래식 전력에 통합함으로써 한미동맹을 핵·재래식 통합(CNI)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켰다며 '때 이른 샴페인'을 터뜨린 것이다. 미국은 아무리 가까운 동맹국일지라도 구체적인 핵자산 현황까지 공유하지는 않으므로 향후 한미동맹이 CNI를 통해 진정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김 대표는 "국가안보실은 한미동맹을 '핵 기반 동맹'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자평함으로써 우리의 안보 현실을 호도했다. 확장억제 조치의 최종 종착역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주도로 작성하는 연합작계에 반영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합작계는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했다"며 "연합작계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한미동맹이 '핵 기반 동맹'이라는 평가는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 北, 향후 5년이면 '대미(對美) 직접 억제력' 확보
이러한 위기의식의 바탕에는 북한이 한국군 화력의 최소 6만 배에 달하는 핵 능력을 보유했고 향후 5년이면 '대미(對美) 직접 억제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긴박한 안보 현실이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50~18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50여 기라고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북한의 핵능력은 한국군 화력의 약 6만 배에 달한다.
34년간 육군에 복무하고 대령으로 전역한 최승우 서울안보포럼(SDF) 북핵대응정책 센터장(공학박사)은 북한이 50기의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야포 3억5000만 문에 해당하는 핵위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2022년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야포는 6000여 문이다. 핵무기의 정치·심리적 요소와 방사능, 핵·전자기파(EMP) 등을 제외하고 단순하게 기본 화력만 비교해도 한국은 북한의 5만8333분의 1에 해당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센터장은 "북한이 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기본 원자탄 20킬로톤(kt) 25기와 50kt 25기를 가지고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하면 북한 원자탄의 총량은 1750kt이 된다"며 "오래된 연구 결과이지만 기본 원자탄(20kt)은 TNT 2만 톤에 해당하며 야포 400만 문이 일제 사격하는 것과 같은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된다. 북한이 보유한 핵 위력 1750kt은 TNT 175만t에 해당하는 야포 3억5000만 문이 일제 사격하는 것과 같은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 대비 2022년에 플루토늄 보유량을 20㎏ 늘렸다. 김정은은 2022년 12월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나라의 핵폭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합참 정보본부장 겸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이영철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예비역 육군 중장)는 "기존 핵탄두로 미국과 협상해 하노이에서 완전히 깨졌으니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민간 연구소들은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30~90기, 일부 학자들은 100기에 근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여기서 더 나아가 김정은의 '집권 20년'을 맞는 2031년 전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사거리 5000㎞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 투발 수단과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북한이 목표하는 '대미(對美) 직접 억제력'을 갖추는 데 약 5년 안팎이 소요될 것"이라며 "북한은 이제 핵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보고 장거리미사일, SLBM, 다탄두(MIRV) 미사일 등 핵을 운송하는 투발 수단을 개발하는 과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향후 3~5년이면 5000㎞급 SLBM을 제작하고 최소 5년이면 소형 원자로 설계와 제작이 핵심인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을 것이며, 2030년까지 핵탄두 200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민간 싱크탱크들의 분석을 토대로 한 이 교수의 전망이다. 200기는 파키스탄, 인도 등 '상대적 소국'이 핵공격을 받은 뒤 잔존 능력으로 핵보복을 할 수 있는 '제2격 능력'(second strike)을 확보할 수 있다는 최소 핵탄두 보유량을 의미한다.◆美, 北核 공격 임박해도 응징 의지 안 밝힐 수도 … '동맹 방기' 우려 커져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이 한미 확장억제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북한의 핵 사용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이 응징 의지를 밝히지 않으면 '치명적인 시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여기서 치명적인 시차는 북한의 핵 사용 임박이 분명해진 순간부터 한국이 이를 억제하는 '상응 수단'을 갖추기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또한 북한이 민간인 피해 없이 군사시설만 선별해 정밀 타격할 경우, 핵 공중폭발에 따른 EMP(전자기파) 등 비살상 효과만 노릴 경우, 미국 국민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원치 않을 경우에 미국의 핵 보복이 제한된다.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근접하면서 북한 비핵화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에 기반한 비핵화 협상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미국 조야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무기 역량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함에 따라 미국과 북한이 핵국가로서 핵군축 혹은 핵동결을 염두에 둔 '스몰딜'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북한 비핵화의 중간 단계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북한 핵실험 중단 등 '핵 동결'을 의미한다. 그만큼 한국이 '트럼프의 미국'으로부터 방기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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