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헌법재판관 기습 임명에 … 與, 복잡해진 손익계산서

국민의힘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2인 임명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추가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가속이 붙게 된 만큼 향후 정국 해법을 두고 손익계산에 돌입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2일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

우선 당 지도부는 일제히 '국정 안정'을 강조하며 몸을 낮췄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정치 본령은 국민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드리는 데 있고 가장 시급한 것은 국정을 안정시키는 일"이라며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민생 경제 회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새해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는 국정 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까지 "독단적 결정"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한 데 반해 언급을 자제하며 최 권한대행을 겨눈 총구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핵을 당했는데, 그다음 권한대행이 바로 임명을 단행하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관성 없는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만 드러난 셈"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은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을 통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최 권한대행이 당과 별도의 소통 없이 전격 임명한 데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은 물론이고 다른 국무위원들과 교감 없이 단행된 최 권한대행의 결정을 누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겠나"라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국정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정 파열음이 불거지는 것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혼란을 최소화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시기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 향후 정국 대응책을 고심하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과 유불리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며 "이미 벌어진 상황인 만큼 앞으로의 정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도 "시간 끌기가 답은 아니다. 6인 체제로 계속 두는 것도 여당으로서는 부담이 크다"며 "최 권한대행이 이렇게 임명함으로써 탄핵을 벼르고 있던 더불어민주당도 곤혹스럽지 않겠나. 나쁘지 않은 수"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대해 당이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행정부의 결정에 항의 표시 외에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는 반응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