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은 3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한 상황에 대해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정치적 파장을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해제했다. 왜?' 제하의 기사에서 "처음에는 윤 대통령과 군이 국회의 표결을 받아들일지 불투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수요일 새벽에 대국민 연설을 또 하고 계엄령을 종료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화요일 밤 윤 대통령의 이례적인 선포는 많은 한국 국민을 분노하게 했으며(outraged) 1980년대 후반 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전에 한국에서의 군사적 통치방식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라며 마지막으로 계엄령이 선포된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학살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 명령은 겨우 6시간 정도 지속했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민주주의로 알려진 한국에서 이것은 광범위한 파장(wide-reaching ramifications)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P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전에 야당에서 관련 소문이 나온 적이 있다면서 "윤 대통령의 결정은 충격이었지만, 완전하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라고도 평가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배경과 관련, "윤 대통령은 한국의 최대 박빙 선거 중 하나에서 승리했으나, 곧바로 많은 스캔들에 휩싸였다"며 "불필요하게 보인 여러 (정부) 조치들과 함께 스캔들로 인해 그의 지지율은 급락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윤석열 정부는 군대가 국회를 포위하고 의원들이 군 통치에 반대하는 투표가 진행된 긴장된 정치 드라마에서 밤 동안 선포했던 계엄령을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AP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배경과 관련, "야당이 장악한 의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상징적 조치"라는 시드니 사일러 전(前)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의 발언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윤 대통령은 탄핵 가능성에 직면했으며 이런 시나리오는 윤 대통령이 대담한 움직임을 하기 전에도 가능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허드슨센터 38노스의 나탈리아 슬래브니 연구원은 AP에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정치적 다원주의의 강력한 역사가 있으며 대규모 시위와 신속한 탄핵에 낯선 나라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전문가인 '브뤼셀 거버넌스 스쿨'의 한국 의장인 마론 파체코 파르도를 인용,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중대한 정치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파르도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야당과 함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고백이자 자신의 진영에서도 고립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한국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윤 대통령은 큰 정치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이어 "향후 윤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신속하게 자세한 설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더 깊은 설명이 없다면 정치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윤 대통령의 심야 계엄령 선포는 국내 반대파, 언론, 심지어 보수 정당과의 충돌을 불러일으켰다"며 "그의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교수는 로이터에 "한국의 국제적 평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윤 대통령이 한국이 매우 불안정해 보이게 만들었다"며 "이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세계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몇시간 만에 (계엄) 명령을 철회했다"면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서울에서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계엄령 선포에 대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소중한 동맹국 중 한 곳에서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으며 평화적인 반대를 억압하고 경찰국가를 만들었던 전후 독재정권(dictatorial regime)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의 책략(ploy)은 긴박한 밤사이에 역효과를 낳았으며 서울에서 해가 뜰 무렵에 그는 한발 물러섰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안팎에 머물러 있고, 4월 총선에서도 여당이 대패하고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야당을 힘으로 억누르며 스스로 권력을 지키기 위해 비상수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HK도 관련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주한 일본대사관이 재외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앙TV(CCTV)도 윤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속보로 전했다.
영국 BBC도 이번 사태를 집중 조명했다.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위대 사이에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를 빌어 "(윤 대통령이) 정치적 공격을 막기 위한 전술로 계엄령을 발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국회 밖에서 즉각적인 시위를 촉발했고, 몇시간 만에 의회에서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24도 계엄령 선포와 함께 수백명의 시위대가 국회 앞에 모여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로 4월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고 재조명했다.
한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날 홈페이지에 빅터 차 한국석좌 등이 작성한 문답 형식의 글을 통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2022년 5월 취임 이후 (공직자) 탄핵 시도를 언급하면서 야당이 '입법 독재'를 하고 있어 통치능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야당과 여당의 충돌 상황을 소개한 뒤 "북한은 이번 혼란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선전(공세) 목적으로 악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일 새벽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윤 대통령의 국내적 생존 가능성(survivability)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며 "계엄령 선포를 뒤집기 위한 국회의 신속한 움직임, 지지율이 10%대인 대통령에 대한 거리 시위 확산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demise)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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