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변 인물들의 잇단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의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과거 사건들이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당시 사건들을 다시 소환해 수사기관의 허술한 수사 과정과 섣부른 사건 종결 처리를 질타하며 이제라도 철저한 재수사를 통해 유족과 국민적 의혹을 풀어내야 한다고 이 대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21일 정치권과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재명 관련자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추진 제안이 나왔다. 이 대표의 범죄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다 명을 달리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 이 대표의 주변 인물들의 사망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대표와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숨진 이들은 모두 6명이다. 가장 먼저 지난 2021년 12월10일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 사망했다.
이후 같은 달 21일에는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김 전 처장이 대장동 수사를 받던 중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전 처장은 당시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8시30분께 성남도개공 사무실 1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 전 처장의 유족들은 당시 "(김 전 처장이)아침에 출근한 뒤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김 전 처장이 숨진 채 발견되기 20분 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이미 숨진 상태였던 김 전 처장을 발견했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던 때 의혹의 핵심 당사자이자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인허가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이 갑자기 숨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 수사팀과 경찰은 "유족과 주변인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 등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고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사건을 그대로 종결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처장의 아들은 지난해 7월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처장의 유품들을 수사 기관에 증거물로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대표의)정치 보복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가족이 피해를 받을 까봐 두려워서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 대표는 "대선 당시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김문기를 몰랐다"는 발언은 거짓이라고 결론 냈다.
◆'이재명 범죄 의혹' 제보 시민단체 대표도 모텔서 심장마비로 사망
2022년 1월12일에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한 시민단체 대표 이모씨가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씨가 지병을 앓고 있었고 사인이 심장 질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씨가 사망 직전 술을 마신 듯 비틀거리며 복도 등을 오가는 장면이 찍힌 모텔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이 공개되면서 일각에서는 "약물에 의한 사망 아니냐"는 등 타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6개월이 지난 7월26일에는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의 핵심 인물이던 경기도청 5급 비서관 출신 배모씨의 지인도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병사로 결론 났으나 이 대표와 관련한 공익제보자들의 연이은 사망은 각종 괴담을 낳았다.
실제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재명 측근들의 돌연사들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 "경찰 수사가 너무 허술하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등 이 대표 측근들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이 대표의 핵심 측근 3인방으로 알려졌던 유동규 전 본부장이 대형 트럭과 교통사고가 난 것과 관련해서도 "증거를 인멸하려는 것 아니냐", "영화 '아수라'는 순한 맛" 등 의혹을 제기하는 뉴스 댓글들이 넘쳐 나면서 파장을 더했다.
◆이재명 초대 비서실장, "정치 내려놔라" 유서 남기고 숨져
약 반년이 흐른 지난 3월9일에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전씨는 유서를 통해 "이재명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라며 이 대표를 향해 정치 은퇴를 촉구하고 숨졌다.
이 대표의 측근은 아니지만 이 대표와 관련한 사건에서 수사 선상에 올랐다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시도한 인물들도 있다.
지난 6월29일 전직 언론사 간부 김모씨는 충북 단양군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만배씨와 돈거래를 한 혐의로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앞서 지난해 12월5일에는 이 대표의 경기지사 법인카드 사적 유용을 묵인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세탁소 주인 A씨가 유서를 남긴 채 실종되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이 세탁소는 이 대표의 법인카드 사용처들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곳이다.
이후 추척에 나선 경찰은 신고 4시간20여 분 만에 전북 익산의 한 모텔에서 A씨를 찾아냈다. 발견 당시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괴담'은 현재진행형…"이제라도 검경 총동원해 진실 밝혀야"
이처럼 이 대표의 주변 인물들의 잇단 죽음을 둘러싼 괴담과 의혹들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등에서는 철저한 재수사를 통해 지금이라도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유죄 판결 이후 '이재명 즉각 사퇴 촉구 위원회'와 함께 '이재명 관련자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출범까지 논의되면서 재수사 촉구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이 대표 재판 선고 직후 당 소속 의원 단체 대화방에 '이재명 관련자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 출범을 제안했다. 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민생 피해가 너무 크다"며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수 의원들이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 측근들의 잇단 죽음은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너무 많다"며 "사람을 직접 죽여야만 살인 행위가 아니고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것도 똑같은 살인 행위인 만큼 이 대표는 이제라도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유족과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력을 총동원해 죽음의 실체를 명확히 밝혀 더는 억울한 이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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