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원활한 정권인수 방안을 논의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벽난로 앞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은 악수 후 대화를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오벌 오피스를 방문한 것은 2021년 1월20일 대통령 퇴임 이후 약 3년 10개월 만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방문은 대통령선거 승리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차기 정부를 꾸릴 대통령 당선인을 백악관에 초청하는 것은 관례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 평화적 권력 이양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다.
4년 전인 2020년 대선이 끝난 뒤에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현직 대통령과 바이든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6월27일 조지아주에서 열린 CNN방송 주최 대통령후보 TV토론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시작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을 축하한다"며 악수를 청했고, 트럼프 당선인도 "고맙다"며 손을 맞잡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기대한다. 필요한 것들을 충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백악관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매우 고맙다. 정치는 어렵고, 많은 경우 그리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좋은 날"이라며 "정권 인수가 매우 순조로워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원활하게 이뤄질 정권 이양에 감사를 표하고, 환대에도 매우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대화는 여기까지 언론에 공개되고 이후에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거의 2시간 동안 이어진 이 날 회동에 대해 "매우 화기애애하고 품위 있고, 실질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20년 대선 때부터 대권 라이벌이던 두 사람이 그간 서로를 향해 비난과 거친 독설을 퍼부은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장 피에르 대변인은 두 사람이 국가안보와 국내 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두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으며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상세한 질문 목록을 갖고 왔고,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질문에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팀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에 납치된 인질들의 석방을 보장하기 위해 트럼프 팀과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 내년 예산과 대통령이 요청한 재난 추가자금 제공 등 남은 재임 기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의회가 협조해야 한다고 트럼프 당선인에 당부했다. 다만 기밀사항을 공유하지는 않았다고 소개했다.
장 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히 트럼프 당선인에게 항상 소통라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는 백악관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과 트럼프 당선인이 첫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수지 와일스도 동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그의 의견을 물었고, 그는 내게 답했다"며 "우리는 중동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미국의 입장이 뭔지, 그의 생각이 뭔지 알고 싶었고, 그는 매우 친절히 알려줬다"고 했다. 그러나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정말 긴, 힘든 시간이었다"면서도 "서로 회동을 즐겼다. 양측 모두 많은 일을 해왔고, 그는 선거운동과 다른 것들도 매우 잘 해냈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아울러 내년 1월20일 취임식 직전 바이든 대통령과 다시 만나길 바란다면서 "오벌 오피스는 매우 아름답다. 나는 분명히 다시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오전 대선 승리 이후 머물던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을 떠나 2시간여 비행 끝에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그가 탄 전용기가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이용한 것은 2021년 1월2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직 퇴임일이자 바이든 대통령 취임일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오전 9시36분께 자신의 전용기에서 내릴 때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보이지 않았다. 멜라니아 여사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여사로부터 백악관에 초청받았으나, 선약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은 질 여사가 멜라니아 여사에 자필로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모인 미국 의회를 방문해 연설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6일 새벽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대선 승리 선언 이후 일주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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