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 외교안보팀 인선으로 언론에 보도된 내정자 면면을 보면 대(對)중국 및 북한 정책에서 강경 기조가 두드러진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각) 트럼프 당선인이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 공화)을 외무장관 격인 국무장관에 발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육군 특수전 부대(그린베레) 출신인 마이클 왈츠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 공화)을 낙점했다고 소개했다.
외교·안보 진용의 '투톱'인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낙점된 것으로 보도된 두 인사는 강력한 반(反)중국·북한 코드를 공유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뜨거운 이슈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해야 한다는 인식도 공통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을 경시한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루비오 의원과 왈츠 의원은 상대적으로 동맹을 중시한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사람에 대한 선택이 1기 집권 당시시리아로부터의 미군 철수와 북한과의 핵 협상을 트럼프 당선인이 추구했을 때 참모들과 충돌한 것과 같은 전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오랫동안 매파로서 평판을 형성해온 두 사람 모두 수년에 걸쳐 일정 방식으로 자신들의 외교정책 관점을 트럼프 당선인에 맞추려고 시도해왔다"고 평가했다.
루비오 의원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미국 의회의 대표적 반중(反中) 의원으로 통했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민주주의 및 자치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홍콩 당국자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주도적으로 발의했고, 중국 우한에서 처음 대규모 확산한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혀내기 위한 조사를 벌여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또한 그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 이란 등 4개국 관련 자본의 미군기지 인근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의회에서 나오는 각종 대중국 제재 움직임에서 거의 '고정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왈츠 의원은 하원 중국특위에 몸담으면서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을 줄이고, 미국 대학과 학계를 중국의 간첩 활동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또 2021년 한 행사에서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냉전 중"이라고 말하고, 베이징에서 열린 2022년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했다.
언론의 보도대로 트럼프 당선인이 두 사람을 각각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기용할 경우 중국 견제를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적대 구도를 형성하면서 중국과는 갈등·경쟁·협력을 병행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러시아·중동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고 중국의 군사·경제·외교적 부상을 억제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가혹하게 비판한 이력이 있는 두 사람을 선택했다"며 "이는 앞으로 몇년간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두 사람은 중국과 더불어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하고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원 외교위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지한파'이자 '매파'로 분류되는 루비오 의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경계심을 드러냈고 북한 인권·통일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그는 2015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TV토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해 "수십개의 핵무기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을 가진 미치광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하는 데 있어 남한과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2018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론을 드러내는 등 대북 접근법에서도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왈츠 의원 역시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북한에 미국 정부가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아시아·태평양 동맹에 대해서는 "(미국이) 굳건하게 함께 할 것이란 명확성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6월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두고 "위험하고 사악한 동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루비오 의원과 왈츠 의원 모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비무장지대(DMZ)를 직접 찾기도 했다.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는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매파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한미동맹의 결속을 모색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사람 모두 기용될 경우 최대 안보 현안으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언대로 종전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루비오 의원은 9월 NBC 인터뷰에서 "나는 러시아 편은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협상을 통한 합의가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협상을 하더라도 전쟁을 끝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득이라는 취지다.
WP는 루비오 의원이 유럽의 방위비 분담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경계심에 지지했다면서 그가 지난해 기고문에서 "독일·프랑스·영국은 핵으로 무장한 동쪽의 교전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미국에 의존할수록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왈츠 의원 역시 지난달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 대담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존경하고 믿지만, 세계적인 대리전이 통제불능상태가 되도록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6월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전 접근법에 대해 "이 행정부의 유일한 답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수십억달러의 백지수표를 더 쓰는 것뿐"이라며 "내가 본 가장 단순하고, 전략적이지 않은 사고"라고 비판했다.
WSJ은 "왈츠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며 "루비오 의원은 중국과 이란에 맞선 동맹의 중요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트럼프와 다소 다르지만, 우크라이나전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인선에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외교·안보 라인의 정치인 중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유엔대사로 지명한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은 연방 하원의원(뉴욕, 공화)이고, 루비오 의원과 왈츠 의원도 현역 상·하원 의원이다. 또 세 사람 모두 '트럼프 충성파'로 불린다. 스테파닉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사기' 주장을 열렬히 옹호한 측근으로, 한때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기도 했다.
집권 1기 때 제임스 매티스(국방장관), 렉스 틸러슨(국무장관) 등 자신과 별다른 인연이 없더라도 평판이나 추천 등에 의지해 '외부전문가'를 기용했다면 이번에는 충성심이 검증된 정치인들을 기용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현직 의원을 내세울 경우 대체로 상원의 인준절차가 수월해지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외교기조를 충성스럽게 관철하고, 그것을 정치인답게 잘 포장해 유권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인물들을 내세우려는 의중이 읽힌다.
외교·안보 역시 '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국내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다루려는 포석이 현재까지 거론되는 인선 내용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유민주주의와 동맹을 중시하는 전통 공화당 주류 외교노선과 가까운 루비오 의원의 국무장관 기용이 현실화할 경우 트럼프 재집권이 신고립주의 시대 개막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국내외의 우려와 논란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거론되는 단수 후보가 없는 국방장관직에도 정치인이 기용될지 관심을 끈다.
시민들의 무질서에 19세기 초 발효된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한 육군 장교 출신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 공화), 이라크 파병 경력의 리 젤딘 전 하원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다만 코튼은 최근 상원에 계속 남겠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고, 젤딘은 환경보호청장으로 지명됐다.
비정치인 중에서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 및 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국방장관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1/13/20241113000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