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선거 결과 데이터 분석··· 보수 단일화 효과 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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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당초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는 보수 후보의 선전이 예상되었지만 그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자산·연령·지역에 따른 선거 데이터를 분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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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6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서울시 마포구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결과 당선이 확실시되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을 비롯해 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시사IN 신선영
2024년 서울시교육청의 한 해 예산은 약 12조원이다. 같은 해 서울시 예산(45조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교육청 예산의 특성상 이 중 약 4조원은 인건비로, 또 4조원은 학교 회계 전출금으로 지출된다. 말 그대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한 예산인 셈이다. 현재 한국에서 서울시교육청보다 예산이 많은 광역자치단체는 네 곳(서울·경기·인천·부산)에 불과하다. 예산의 규모만이 아니다. 전국 지방 교육행정에서 서울은 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서울시교육청이 어떤 교육정책을 취하느냐가 전국 모든 교육청과 초중고 교육 현장에 영향을 미친다. 이토록 중요한 기관의 대표를 뽑는 보궐선거가 10월16일 치러졌다.
결과는 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출마한 정근식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서울시민의 선택을 보다 꼼꼼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23.5%다. 서울에서 치른 역대 광역 단위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2008년 교육감 직선제 이후 가장 낮은 투표율이기도 하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에도 투표율(53.16%)이 높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재보궐 선거임을 감안하더라도 유독 투표율이 떨어졌다. 투표율이 이처럼 낮을 때에는 결국 ‘적극 투표층’이 선거의 향방을 갈랐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서울시교육감 재보궐 선거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투표율은 연령 구성과 연관이 강하다. 국가와 지역을 막론하고 생애 첫 투표 유권자(18·19세)의 투표율이 높으며, ‘20대 후반~30대 초반’ 연령층의 투표율은 낮아진다. 그 이후로는 꾸준히 상승하여 전체적으로 J자 형태의 투표율을 보이는 것이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한국도 전체적인 경향성은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최근 과거에 비해 ‘20대 후반~30대 초반’ 연령구간의 투표율이 꾸준히 상승해왔다. 2020년대 들어서는 ‘50대 이상’ 구간과 ‘20대 후반’ 연령대의 투표율 격차가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와 같이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우, ‘20대 후반~30대 초반’ 연령구간의 투표율은 빠르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올해 4월 치러진 총선에 비해 이번 서울시교육감 재보궐 선거 투표율이 가장 크게 감소한 지역들을 살펴보면,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은 동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진구 화양동(4월 총선 대비 -79.6%), 관악구 신림동(-77.4%), 성동구 사근동(-76.8%)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덜 하락한 송파구 잠실7동(-52.43%), 서초구 방배3동(-55.58%), 송파구 오륜동(-58.03%) 등은 20~34세 인구 비율이 서울 전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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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역에서 청년인구 비중이 적다는 것은 이 지역의 정주 환경이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층, 특히 아동청소년을 키우는 가구에 적합하다는 의미도 된다. 서울에서 20~34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과 20세 미만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행정동별 투표율을 그린 〈그림 1〉에서도 이런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전체 인구수가 적은 종로구 일대를 제외하고 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높게(30% 이상) 나타난 행정동(노란색 표시)을 살펴보자. 용산구 이촌동,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일원동, 송파구 잠실·오륜동, 서대문구 남가좌동 등이다. 초중고 학교 등을 품은 대단지 아파트가 자리 잡은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자산 변수(주택 가격)보다는 인구구성의 영향이 강해서라고 해석된다. ‘20대 미만’ 인구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행정동별 인구구성 특성과 투표율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20대 미만 인구 비율과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관관계(상관계수 0.695)를 보였다. 이는 교육감 선거라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물론 위에서 언급된 동네들의 주택 가격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사실이나, 최근 10년 동안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투표율과 주택 가격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집값이 높은 동네는 교육감 선거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투표한다’고 결론 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집값과 지지 후보의 상관관계
반면 ‘집값’과 ‘지지하는 후보’ 간에는 일정한 경향성이 나타났다. 지난 4월 총선 직후 분석(〈시사IN〉 제864호 ‘부동산 가격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 기사 참조)에서 투표구별 부동산 가격과 각 지역의 지지 후보가 일정한 경향성을 보인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이처럼 서울 선거에서 지지 성향은 주택 가격과 강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투표 행태는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이번 교육감 선거의 행정동별 개표 결과를 각 행정동 주택 가격 변수와 함께 분석해보았다. 올해 4월에 치러진 총선과 유사한 모습이 관찰된다. 표준주택공시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보수 단일후보인 조전혁 후보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고, 정근식 후보의 득표율은 낮았다. 반대로 주택 가격이 낮은 지역에서 조전혁 후보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4월 제22대 총선 당시 서울의 투표율은 69.3%였다. 당시 서울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수 합계는 총 296.5만 표, 국민의힘 후보들의 득표수 합계는 총 262.8만 표였다. 당시 구도를 이번 재보궐 선거에 대입해 비교해보자.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율은 23.5%로, 만약 지지 성향이 그대로 유지된 채, 투표율이 감소한 만큼 표가 줄어들었다고 가정한다면 정근식 후보는 100.5만 표, 조전혁 후보는 89.1만 표 수준이어야 한다.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 정근식 후보는 96.4만 표, 조전혁 후보는 88.1만 표를 획득했다. 단언할 수는 없으나, 4월 총선의 전체적인 구도가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 선거에서도 유지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두 후보의 득표 중 일부가 윤호상 후보(7.3만 표)에게 일부 분산되었다고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결과다.
낮은 투표율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관심도가 떨어지는 선거였다. 하지만 ‘20세 미만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가 많은 지역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고, 자산에 따른 득표율 분산 역시 4월 총선과 유사했다. 총선 때 나타난 ‘표밭’의 기본적인 구도를 살펴보면 이번 선거는 보수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선거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애초부터 정근식 후보에게 더 유리한 선거였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교육감 선거의 특성과 지난 선거의 교훈을 고려하면 오히려 보수 단일후보에게 유리할 수도 있는 선거였다. ‘단일화만 된다면’은 지난 10년간 보수 진영 또는 보수 교육감을 원하는 사람들의 ‘기원’과도 같았다. 역대 교육감 선거는 보수 진영에 유리한 선거로 평가받아왔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2014년부터 내리 3선을 했지만, 이는 보수 후보 간의 표 분산 덕이 컸다. 보수 계열로 간주되는 후보들의 표 합산은 항상 여유 있게 민주·진보 계열 후보의 득표수 합산을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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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를 통해 2022년과 2024년(보궐) 서울시교육감 선거 결과를 다시 한번 비교해보자. 만약 2022년 선거에서 조전혁 후보가 보수계로 분류되는 박선영·조영달 두 후보의 표를 절반이라도 가져왔다면 근소하게 조희연 후보의 득표를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니 ‘단일후보 승리’는 보수계 교육감을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이자 필승카드였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재도전한 조전혁 후보는 일찌감치 보수 단일화에 성공했고, 이는 ‘기존 구도’로 보았을 때 조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펼쳐지리라는 예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2022년과 달라진 2024년 지도
투표율이 감소했으니 득표수도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번 보궐선거 투표율은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53.2% 대 23.5%). 득표수 기준,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에 투표한 유권자 전체 수(전체 투표수)는 2022년 대비 44%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보수계 후보의 득표수 합계는 2022년 248.2만 표에서 2024년 95.4만 표로 38.5%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투표수 감소 비율보다 보수계 후보의 득표수 감소 폭이 더 큰 것이다.
지역별 득표율 감소를 보면 더 명확하다. 보수 후보 기준, 2022년 선거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득표율이 상승한 행정동은 강남구 신사동과 압구정동 두 곳뿐이다. 〈그림 3〉 지도를 살펴보면 더 명확하다.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서 조전혁 후보의 우세는 유지되었지만, 그 외 거의 모든 지역들에서는 정근식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받았다. 단일화를 했는데도 서울 전역에서 조전혁 후보의 득표율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정근식 후보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진보 계열 후보들이 받았던 득표수 175.5만 표에서 96.4만 표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2022년 대비 54.9%). 전체 투표수 감소를 고려하면, 오히려 2022년 선거 당시보다 더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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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직접 선거운동을 벌일 수 없고, 유세 현장이나 공약 등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어렵다. 각 후보의 교육철학 차원에서 ‘진보’와 ‘보수’가 나뉘긴 하지만, 이 선거의 결과를 가지고 정권에 대한 민심의 평가를 읽어내는 것은 다소 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전체적으로는 지난 4월 총선의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진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선거를 ‘교육행정’이라는 독립된 이슈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여전히 정권에 대한 평가를 표심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읽힌다.
이번 선거 개표 결과를 ‘자산’ ‘연령’ ‘지역’ 변수로 따져보면, 현재의 정치적 환경과 지난 총선에서 보여준 민심의 경향성이 교육감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단순히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인물’을 뽑는 데서 더 나아가, 서울시민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심도 깊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교육감 선거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미래에 어떤 동료 시민을 맞이하고 싶은지를 선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교육이 결코 정치와 분리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그때 박선영 단일후보로 나왓으면 이꼴은 절대 안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