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비교우위를 점했던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졌다. 게다가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서는 여론조사에 따라 우세한 후보가 바뀌는 대혼전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랐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가운데 누가 백악관에 입성할지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진 모습이다. 시계 제로다.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온 30일(현지시각)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두 후보에 대한 당선 예측과 관련, '동률(50%)'이라는 결과를 내왔다.
미국 대선은 총 득표율이 아닌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두 후보가 각각 선거인단 269명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애초 56%에서 50%로 6%P 떨어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상 선거인단 확보 수는 275명이었으나, 29일 이후 269명으로 줄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확률은 44%에서 6%P 상승했다. 이에 따라 동률이라는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선거인단의 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없을 경우 연방 하원의 투표로 승자가 결정된다. 다만 미국 건국 이래 지금까지 실제 대선에서 이 같은 동점 상황이 발생한 적은 없다.
이런 가운데 이코노미스트는 31일 자로 갱신한 당선 전망에서는 동률(50%)을 유지하면서도 선거인단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270명,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8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접전 속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슬쩍 들어준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확률을 끌어올린 것은 '경합주에서의 선전'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특정 정당에 쏠리는 경향이 약해 표심 예측은 힘들지만, 과반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수의 주가 바로 경합주다.
구체적으로 북부 '러스트벨트(Rust Belt)'에 속하는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그리고 남부 '선벨트(Sun Belt)'에 속하는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7곳이 2024년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의 상승은 (경합주인) 러스트벨트에 집중됐다. 여론조사 결과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약간 앞섰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동률을 기록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CNN방송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러스트벨트 3곳 중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동률(48%)을 기록했다.
앞선 두 번의 선거에서는 러스트벨트의 결과가 승패로 이어졌다. 3개주 모두 2016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에서 48%의 지지율을 얻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43%)을 5%P 차로 제쳤고, 위스콘신에서는 51%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45%)을 6%P 차로 앞섰다.
7개 경합주 가운데 선거인단이 19명으로 가장 많아 핵심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조사기관에 따라 우위가 엇갈리고 있다.
가령 에머슨대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 49%대 해리스 부통령 48%(21~22일 조사, 투표의향 유권자 860명 대상)로 나타났으나 블룸버그통신의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 50%대 트럼프 전 대통령 48.2%(16~20일 조사, 투표의향 유권자 812명 대상) 등을 각각 기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다른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근소한 우위 속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31일 SSRS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23~28일, 유권자 750명 대상, ±4.5%P)에 따르면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48%대 47%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벨트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49.9%대 48.5%로 이긴 곳이다. 1.3%, 7만4000여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세를 올렸을 때 그 배경에는 경합주에서의 선전이 있었다. 이번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그 바통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최신 여론조사 평균치를 제공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같은 추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24일 당시 RCP에서 두 후보의 경합주 평균을 살펴봤을 때 7개 경합주는 모두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즉 7곳 모두 '트럼프 승리'가 전망된 것이다.
그러나 30일 기준으로 살펴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선두를 차지해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칸을 채웠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에서 0.4%P, 위스콘신에서는 0.2%P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앞섰다.
이런 가운데 현재 각종 예측 모델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소폭 우세를 유지한 가운데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초박빙이자 초접전인 상황은 여전하다.
ABC뉴스의 선거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는 30일 기준으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52%, 해리스 부통령은 48%로 점쳤다.
같은 날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DDHQ)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53%, 해리스 부통령은 47%로 전망했다.
'대선 족집게'로 통하는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석좌교수와 저명한 데이터 과학자인 노스웨스턴대의 토마스 밀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릭트먼 교수는 9월 자신이 개발한 '대권 13개 열쇠 모델'을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점쳤다. 그는 1984년 이후 10차례 미국 대선 중 9차례의 결과를 맞혀 '족집게' 역사학자로 불린다.
'대권 13개 열쇠'는 △집권당의 의지 △대선 경선 △후보의 현직 여부 △제3의 후보 △단기 경제성 △장기 경제성 △정책 변화 △사회 불안 △스캔들 △외교·군사 실패 △외교·군사 성공 △현직자의 카리스마 △도전자의 카리스마 등이다.
이 중 집권당이 8개 이상 항목에서 유리하면 집권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반대로 집권당이 6개 이상에서 불리하면 패배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릭트먼 교수는 1981년 저명한 수학자 블라디미르 케일리스-보록과 이 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한 뒤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데 사용해왔다.
릭트먼 교수는 이 모델을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개 항목 가운데 8개 항목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대선 경선 △제3의 후보 △단기 경제성 △장기 경제성 △정책 변화 △사회 불안 △스캔들 △도전자의 카리스마 등이다.
토마스 밀러는 9월 해리스 부통령의 압승을 예상했으나,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돌아섰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34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밀러는 여론조사가 아닌 베팅사이트의 '내기 판돈'을 바탕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인단 승리 규모를 12명 차이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으며 조지아주를 제외한 모든 주의 결과를 맞혔다.
DDHQ는 28일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트럼프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약간 커졌으나, 사실상 접전 양상을 보인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수 경합주의 여론조사 평균이 근래 몇 주 동안 꾸준히 트럼프 쪽으로 기울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오차범위 내에 있을 정도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1/01/20241101003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