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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39년만에 '7광구' 공동개발 협상 재개 … 어떻게든 中 개입 막아야

뉴데일리

한국과 일본이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는 대륙붕 '제7광구'(한일 공동개발구역·JDZ) 개발 문제 등을 논의하고자 '제6차 한일 공동위원회'를 39년 만인 지난 27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대한민국과 일본 간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 연장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외교가에 따르면, 외교부는 당시 공동위원회 후 보도자료를 통해 "협정상 공동위원회는 협정의 '이행'에 관한 문제의 협의 수단"이라며 "협정의 이행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도 정례 브리핑에서 "협정의 향후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1974년 체결돼 1978년 발효된 이 협정은 현재로서는 일본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연장 없이 2028년 6월에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일 JDZ의 남중국해화'다. 중국은 자국의 관할권을 주장해 온 한일 JDZ에서 일방적으로 대륙붕 탐사와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에서 해양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 사이에 각축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 정치도 변수다. 협정이 종료된다면 7광구 문제는 한국 좌파 진영의 본격적인 '반일(反日) 선동'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러시아·북한의 군사협력, 중국의 해상 패권 야욕이 맞물리고 있는 동아시아 안보 현실에서 한일 갈등은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현행 협정 유지가 한일 양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분석한다.

◆日의 소탐대실 … 협정 종료 후 7광구 독점권 주장 의도

일본은 2028년 협정이 종료되면 국제법 추세에 맞게 한국과 대륙붕 경계를 새롭게 획정하고 7광구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일본은 7광구의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연전술'을 펼쳐왔다. 공동개발은 1990년대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1978년부터 1987년까지 1차 공동탐사(2D 물리탐사), 2002년 2차 공동탐사(3D 물리탐사)가 이뤄졌지만, 경제성이 있는 유정(油井)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은 후속 탐사와 채굴을 위해 2009년과 2020년 한국석유공사를 조광권자로 선정했지만, 일본은 호응하지 않았다. '양국이 공동으로 시추와 탐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한국의 독자 탐사는 불가능했다.

이처럼 일본이 사실상 '사보타주'를 벌인 배경에는 일본에 유리하게 변천해 온 대륙붕 경계 획정 기준이 있다. 협정 체결 당시만 해도 대륙붕 경계 획정 기준은 '대륙붕의 권원은 육지영토의 자연연장'이라는 '자연 연장론'이 주류였다. 그러나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이 채택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자국의 영해기선에서 200해리까지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정할 수 있게 됐고, 양안 간 거리가 400해리 미만일 경우 '중간선'(등거리선)을 기준으로 대륙붕 경계를 획정하는 것이 국제법상 주류가 됐다. 중간선을 기준으로 하면 일본은 7광구 대부분의 해역에서 독점적 권리를 누릴 수 있다.

◆中, 협정 종료 시 7광구 관할권 주장 가능성 커

그러나 중국의 해양 패권 야욕을 고려하면 협정 종료는 일본에 있어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자연 연장론'을 토대로 오키나와 해구의 동북쪽에서 서북쪽까지가 자국의 대륙붕 경계라고 주장하며 자국을 배제한 이 협정이 불법이자 무효라고 비판해 왔다. 중국은 한일 JDZ 대부분의 수역에 대해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은 새로운 대륙붕 경계를 확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의 해양 패권이 동아시아에 투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까지 개정해 가며 공세적인 해양 정책을 펼쳐왔다. 중국은 1996년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했지만, 2년 뒤인 1998년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을 공포해 이를 번복했다. 2020년 6월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인민무장경찰법', 같은 해 12월에는 '중화인민공화국 국방법'을 개정했고, 2021년 1월에는 '중화인민공화국 해경법'을 신규로 제정했다.

특히 중국 해경법 제3조는 적용 범위를 '중국의 관할 해역 및 그 상공'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중국의 관할 해역은 내해(內海), 영해, 접속수역, EEZ, 대륙붕을 포함한다.

이와 관련해 박창건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2021년 논문에서 "원래 공해의 성격을 지니는 EEZ와 대륙붕의 상위 수역에 중국의 국내법에 근거해 해경이 법 집행을 함으로써 중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해'로서 기정사실로 하려는 것"이라며 "중국은 국제법의 일반적인 해석과 다르게, 영해가 아닌 EEZ의 상부 수역에서 타국 군함의 이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중국은 2008년 '일중(중일)공동개발합의'를 체결하고 한일 JDZ에서 약 925m 떨어진 곳을 합의구역으로 정했지만, 아직 후속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일본과의 협의 없이 동중국해 '일중 중간선'의 중국 측 해역에 16~19개의 이동식 채굴시설을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시설들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들 일부 시설에는 해양 순시선에 설치하는 대(對)수상 레이더와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반접근·지역거부'의 일환으로 이 구역에 대공 레이더를 설치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해양 패권 야욕은 한일 협정 종료 이후 한일 JDZ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은 2014년 백령도 인근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이어도 근해와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8개의 해양관측부표를 추가로 설치했다. 중국은 자체 설정한 해상 방어선인 '제1도련선'(일본 쿠릴열도와 대만 동쪽, 필리핀 서쪽, 믈라카 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진출하기 위해 서해 부근에서 활동하는 한미일 잠수함의 운항 정보를 수집하려는 목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은 서해를 2010년 자국의 '내해'로 규정하고 2016년 이후 한국의 영토주권을 반복적으로 침범해 왔다. 2016~2020년 5년간 중국 군함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잠정 중간선을 넘어 한반도 인근에 출현한 횟수는 900회가 넘는다.

◆협정 종료 시 '韓 좌파 선동'으로 한일 관계 파탄 전망

한국의 국내 정치 변수를 고려하면 협정 종료는 '제2의 독도' 분쟁으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7광구와 관련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단 한 번도 질의한 적이 없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년 3월 12년 만의 한일정상회담이 추진되자 민주당은 7광구 문제를 회담 의제로 삼을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들은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연달아 열며 "굴욕적으로 퍼주기만 한 정상회담"이라며 "유독 일본 앞에서 작아지는 윤석열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대일 무능·굴욕 외교' 프레임을 강화하며 여론전을 펼친 것이다.

그간 한국 좌파 세력은 주제를 바꿔가며 꾸준히 '반일 선동'을 해왔다.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반일 선동을 위해 '국제분쟁지역화' 하며 국익을 해치는가 하면, 역사상 가장 진일보한 합의 중 하나로 평가되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이행 중단)시켜 한일 관계를 파탄으로 내몰았다.

한국이 37개국과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일본과는 종료시키려 했다. 미국·태국·뉴질랜드·터키·필리핀·이스라엘·호주·캐나다·싱가포르·인도네시아·캄보디아·스페인·영국·몽골·독일·아랍에미리트(UAE) 등과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악사)을 체결했지만, 한반도 유사시 모든 후방 군수 지원을 해야 하는 일본과의 체결은 적극적으로 막아왔다. 가장 최근에는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논란을 조장했다.

내년 6월 한일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일본에서는 이러한 '한국의 국내 정치 변수'를 주목하지 않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인 신각수 전 주일대사(법학박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협정이 종료되면 한일 관계가 끝장날 수 있다"며 "한일 간에는 여러 지뢰밭이 있는데 7광구 문제도 그중 하나다. 분위기 좋게 서로 협력해 주고받고 하면서 나아가지 않으면 지뢰밭이 터지는 일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현행 협정 연장이 한일 양국에 최선 … 일부 개정 필요"

이러한 이유로 국내 전문가들은 해당 협정을 연장하는 방안이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최선이라고 제언한다.

신 전 대사는 "현행 협정을 연장하는 안이 최상"이라며 "협정이 종료되면 한일중 3국이 대륙붕 경계 획정 분쟁에 들어갈 것이다. 한국, 일본, 중국 모두 7광구에 대해 관할권을 주장하면 완전히 난장판이 될 수 있다. 한국에 유리한 '자연 연장설'은 솔직히 관철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현행 협정이 중국의 동진(東進) 가능성을 막아주고 있으니 현상 유지를 해야 한다는 논리로 일본을 설득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중국이 협정에는 반대하면서도 한일 JDZ 내에서 일방적으로 탐사·개발을 감행하지 않았는데, 이는 협정의 억제 효과에 대한 방증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 중국은 한일 JDZ의 좌하단 밖에 핑후(平湖), 롱징(龍井) 가스전을 설치해 자원개발을 하고 있는데, 이는 한일 JDZ에서 자원 매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7광구 내) 제2소구, 제4소구 근처"라며 "중국은 그간 한일대륙붕공동개발에 관해 반대의 견해를 밝혀왔지만 한일 JDZ 내부에서 개발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일본으로서도 협정을 단번에 종료시키기보다 한국과의 협상에서 자국이 유리한 경계획정이나 공동개발체제의 수립을 도모하면서 현 상태를 끌고 가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으로 꼽힌다.

김민철 변호사(법학박사)는 2019년 논문에서 "한일 JDZ 내 중국의 침투 가능성은 일본에 결코 반가울 리 없다"며 "중국을 포함한 3국 간 협상 체제가 구축되면 일본이 원하는 중간선에 따른 경계획정은 더욱 요원해진다"고 했다.

이어 "한중의 '강제분쟁해결절차 배제선언'으로 인해 국제재판을 통한 경계획정도 곤란하다. 당분간 협정 체제를 유지함이 한국의 독자적 자원 활동을 견제하는 데도 용이하다"며 "자원 매장의 불확실성과 주변국의 견제를 무릅쓰고 일본이 무작정 일방적 개발을 감행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거부권·구역 조정 문제 등은 양국이 합의 통해 풀어야"

물론 현행 협정의 맹점인 일방의 '거부권' 행사로 인한 문제, 그리고 국제법 추세로 인한 필연적인 구역 조정 문제는 양국이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신 전 대사는 "현행 협정상으로는 양자가 합의해야 조광권자가 정해진다. 어느 한쪽이 동의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셈"이라며 "어떤 면에서는 협정 체제의 결함이라고 볼 수 있다. 한쪽이 거부해도 다른 한쪽이 일정 기간 이후에 조광권자를 지정해 단독 탐사 개발을 할 수 있게 허용하되, 참여하지 않은 쪽에게도 수익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는 식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은 현 한일 JDZ의 유지를 목표로 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중간선 부근으로의 구역조정을 선호할 것"이라며 "예컨대 한일어업협정상 남부 중간수역과 유사하게 설정하는 안이다. 이처럼 새로운 공동개발체제의 수립은 기존 수역의 유지와 중간선 중심의 축소 입장 간에 접점을 찾는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협정 체결 후 국제법은 한국에 불리하게 변천해 왔다. 그만큼 현 한일 JDZ의 유지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국이 현 한일 JDZ를 유지하려면 일정한 희생을 감수할 필요도 있다"며 "예컨대 수역별 수익 비율을 단계화해 원거리 수역이나 일부 자원 유망 수역의 수익을 양보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수역의 면적을 취하는 대신 자원이나 수익 측면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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