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실망한 범야권이 '탄핵'을 거론하며 압박에 나섰다. 총선 민의를 앞세우며 정쟁성 법안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야당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 암흑기'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전날 한 언론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서 "채 해병 특검을 통해 해병 대원 사망 사건에 윤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되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며 "윤 대통령 본인이 수사 대상이 될 뿐 아니라 탄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9일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윤 정부에 분명한 어조로 야당에 192석을 몰아줬고 정권 심판을 했다"며 "더 심한 정치적 결정까지 단 8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탄핵 소추에 필요 의석인 200석을 직접 거론하며 윤 대통령의 탄핵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탄핵 카드로 사실상 윤 대통령을 협박하고 있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총선 승리 후 민생보다 정치적 법안 통과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미 22대 국회에서 각종 특검법 뿐만 아니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22대 국회 개원 후 6개월 안에 법안을 모두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처리하고,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 처리를 벼르고 있다.
양당은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해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 만들기' 작업도 시작했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용이하게 하고자 국회 관례를 깨고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은 물론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까지 독식하겠다는 입장이다.
야권이 폭주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이 '총선 민의'다. 자신들이 주도하는 정쟁적 법안이 모두 민심이라는 의미다.
친명(친이재명)계가 장악한 민주당에서 비주류로 전락한 비명(비이재명)계에서조차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총선 승리고 민심이 모두 우리 편이라는 착각에 빠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지역구 의석을 71석 더 얻었지만, 총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 차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을 이미 4년 전에 경험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며 압도적 승리를 했지만 부동산 정책과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다 결국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대선 패배 책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실정이 있다고 비판했던 친명계가 친문(친문재인)계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친문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민은 강자가 약자를 탄압하는 모습을 매우 싫어한다"며 "불과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했는데, 저들도 민심이 본인들 편을 든다고 착각하면서 총선에서 참패했다. 총선 승리하고 또 다시 정권을 내주려는 게 아니라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생과 관련한 법안 통과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과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 등의 국회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하는 것이 민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민주당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며 한숨을 짓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 민주당은 과거의 민주당처럼 국민 눈치를 보지 않을 것 같다"면서 "그야말로 폭주기관차처럼 치고 나올 것인데 우리가 할 일은 국민에게 부당함을 잘 설명해 여론을 움직이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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