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계속되는 '입법 독주'가 제22대 국회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총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기세가 오른 민주당은 21대 국회 막바지까지 여당 반대 법안을 의석 수로 찍어 누르고 있다. 다음 국회에서도 '정쟁형 법안'에 대한 본회의 상정이 줄줄이 예고된 상태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총선에서 우리당이 패배하고 내부 일을 보느라 민주당의 독주를 국민에게 더욱 자세히 알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입법권력을 손에 쥐고 정부와 여당을 겁박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모습을 다음 국회에서도 봐야 한다는 게 걱정되고 두렵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채 상병 특검법을 의석 수를 앞세워 통과시켰다. 이태원 특별법 처리를 여야가 합의하며 협치를 약속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소속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을 펼치다 순직한 사건을 군이 초동 조사 후 경찰로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는 법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어 민주당이 특히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법안이다.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할 시 특검을 진행하자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2일 본회의에 부의된 전세사기특별법도 오는 28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 또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이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공기관이 책임지는 것이 골자다. 임차인이 받지 못한 보증금의 대부분을 공공기관으로부터 돌려받고 공공기관이 임대인에게 채권 추심을 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공공기관이 추심을 하더라도 떼인 보증금을 받아낼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대신 돌려줄 보증금이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국가기관이 빚을 대신 떠안게 된다. 민법상 거래에 공공기관이 끼어들어 국민 세금으로 돈을 돌려주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반면 민생법안으로 평가받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 연금개혁안,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등은 21대 국회에서 통과가 어려워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고준위방폐물법을 처리하기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했음에도 민주당의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다음 달 말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정쟁 유발형' 법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192석의 범야권은 김건희 특검 등의 본회의 통과를 예고하고 있다. 즉,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모든 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법안은 2일 통과된 이태원 특별법을 제외하고 총 8개에 달한다.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찬대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후보자 정견발표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개원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여사 일가를 수사할 '김건희 특검법'은 정국의 뇌관으로 꼽힌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지면서 '김건희 특검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자녀 관련 수사를 하겠다는 '한동훈 특검법'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독주에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유일하게 남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카드도 '반란표'가 나올 경우 재표결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거부권으로 재표결에 들어간 법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2가 찬성하면 확정되는데, 192석의 범야권에 '8표만' 추가되면 통과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야당이 정치 복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힘 자랑만 한다면 반드시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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