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도권 격전지를 돌며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 최대 접전지인 이광재 후보(성남 분당갑) 지원 유세에는 인색하다. 이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분당에는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정적 견제'라는 견해와 함께 성남시장 시절 의혹으로 재판 중인 이 대표의 분당 방문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시작된 공식 선거운동 기간 대부분의 시간을 수도권에 할애했다. 이 대표는 총 71곳을 방문했는데, 이중 서울만 30곳을 방문했다. 인천과 경기 지역 방문은 각각 14곳과 7곳이다. 주로 접전 지역을 찾아 지원 유세를 했다. 유세 마지막 날인 9일에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에서 '피날레 유세'를 한다.
수많은 수도권 격전지 중 이 대표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역은 성남 분당이다. 분당갑과 분당을 2개 지역구가 있는 곳으로 모두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남 분당갑과 분당을을 접전 지역으로 꼽으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 지역을 마지막으로 찾은 것은 지난달 19일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전 방문이 전부다.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이던 지난달 29일, 민주당은 성남 분당 이광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이 대표는 불참했다. 이 대표가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성남 분당과 사정이 비슷한 서울 동작을(류삼영 후보)을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6번, 서울 중·성동을(박성준 후보)은 3번을 찾은 것과 대조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이런 행보를 두고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험지로 꼽히는 분당에 전략공천한 이광재 후보를 바라보는 이 대표의 속내가 복잡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친노(친노무현) 적자'로 불리는 이 후보가 국민의힘 대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22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결국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도 참여해 이 대표와 경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광재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를 기반으로 해왔다"며 "만약 이번에 험지인 분당에서 깃발을 꽂는다면 체급이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험지에 보냈는데 생환하면 이 후보는 결국 이 대표와 겨루게 되는 유력한 대권 주자가 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이 대표가 성남 분당에 지원 유세를 하면 오히려 부동층 표를 날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과 백현동, 성남FC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분당 유권자들이 이 대표에게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사실 선거 기간에는 표 계산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며 "분당에서 이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할 텐데, 중도층은 아무래도 좋지 않게 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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