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이 '상해치사 전과자'에게 '총선 후보 적격' 판정을 내린 사실은 보도조차 하지 않은 반면, 이날 자사 기자들이 '언론인권상'을 받은 사실은 기사화하는 등 "인권의 중요성도 그때그때 정파적 이익에 따라 달리 평가하는 것 같다"는 쓴소리가 내부에서 제기됐다.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오정환)은 15일 배포한 '사람 목숨에도 귀천이 있는가'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더불어민주당 총선 후보자 검증위원회가 지난 1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의찬 대표특보에게 총선 후보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판정을 번복한 사실을 거론했다.
MBC노조는 "정 특보는 1997년 5월 27일 전남대에서 발생한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에 관여한 혐의(상해치사)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라며 "당시 25살이었던 이종권 씨는 전문대 졸업생으로 경찰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학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 대학생 행세를 했을 뿐인데 전남대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남총련 간부들은 이씨를 경찰 프락치로 의심해 7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때리고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가해 죽였는데, 그 자리에 정의찬 남총련 의장도 있었다"고 되짚은 MBC노조는 "그랬던 정 특보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선거대책위 조직본부팀장을 맡았고, 지난 8월에는 민주당 대표 특보로 임명됐다"며 "하늘에서 고(故) 이종권 씨가 정 특보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탄식하겠는가"라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민간인을 고문해 죽인 '상해치사범'이 과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후보가 될 수 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며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라면 이런 사실을 보도하고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할텐데, MBC는 14일 당일은 물론 민주당이 정 특보를 '부적격'으로 재의결한 15일 현재까지 메인뉴스 리포트는커녕 그 흔한 단신 한 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4일 MBC 기자들이 '언론인권상'을 받은 사실은 보도했다"며 "건설노조원 고(故) 양회동 씨 분신 사건을 검증 보도한 공로였다"고 밝힌 MBC노조는 "이날 뉴스데스크는 언론인권상이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인권 신장에 이바지한 언론인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는데, 바로 그 뉴스에서 상해치사범이 국회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기사는 누락됐다"며 "가짜 대학생을 때려 죽인 것은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건지, 그 양면성이 치를 떨게 만든다"고 분개했다.
MBC노조는 "사람 목숨에 대한 MBC의 이중 기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또 다른 예를 들었다.
MBC노조에 따르면 지난 7일 MBC '뉴스데스크'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24살 김용균 씨가 사고로 숨졌는데, 대법원에서 원청업체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기사를 톱 리포트 2개로 보도했다. 당시 앵커는 "오늘 뉴스데스크는 또다시 우리 법이 약자를 지켜주지 못한 무거운 소식으로 시작한다"는 비장한 멘트로 해당 리포트를 소개했다.
그러나 바로 이날 뉴스데스크는 감사원이 '피살 공무원 월북몰이 사건'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한 내용은 일반뉴스 거의 마지막에 리포트 1개로 짧게 다뤘다.
MBC노조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2020년 9월 공무원 이대준 씨의 표류 사실을 알고도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군 시스템상 기록을 삭제한 채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렸다'고 돼 있다"며 "우리 정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사건인데 현재 MBC 간부들에게는 '가벼운 소식'으로 보였단 말인가. 그런 기사는 수도권 외 시청자들은 알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12/15/20231215002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