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죽음은 방화 사건, 조계종 상층부 혀 깨물고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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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진우스님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 박수림 |
[기사 수정 : 12월 11일 오후 8시]
"자승스님의 죽음 이유를 소신공양이라고 하는 조계종 상층부는 혀 깨물고 반성해야 합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의 사망과 관련한 인터뷰 도중 진우스님(동국대 전 교법사)이 한 말이다. 지난 10여 년간 자승스님과 인연과 악연을 오간 그는 "2010년 서울 양천구 국제선센터에서 기도 스님으로 활동하던 중 당시 총무원장이던 자승스님의 추천으로 조계종 총무원 기획국장으로 인연을 맺었다"고 떠올렸다.
둘의 인연은 곧 악연이 됐다. 진우스님은 "2022년 (조계종의 입법기구인) 중앙종회 선거에 나갔다가 자승스님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다 조계종에서는 제적(승적 박탈), 동국대에서는 해고당했다. 또, 자승스님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봉은사 주지 스님에게 고발당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스튜디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진우스님은 "어떤 죽음이든 죽음은 미화되지도 폄하되지도 않아야 한다"면서 "자승스님의 마지막 날 구체적인 행적은 무엇인지, 그의 죽음으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는지를 규명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진우스님과의 주요 일문일답.
"소신공양 프레임으로 사라진 방화 사건... 경찰·언론은 조계종 받아쓰기 하며 책임 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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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봉당 자승 대종사 분향소 대한불교 조계종 제33대, 제34대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분향소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되어 있다. |
ⓒ 이정민 |
- 자승스님에 대한 문제 제기 후 징계와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데, 최근 자승스님의 영결식에 다녀온 걸로 안다. 어떤 마음으로 조문을 다녀왔나. 당시 분향소 분위기는 어떻던가.
"(조계종) 최고 권력자가 방화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당황스러웠다. 자승스님은 조계종에 공이 아예 없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고, (징계와 소송이 걸려있지만) 개인적인 정도 있어서 영결식에 가서 조문하고 왔다. 그런데 자승스님 사망 다음 날 조계종에서 '소신공양'이라고 발표했다. 그 대응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 자승스님이 사망 직전까지 활발히 활동했고, 건강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갑작스럽다', '의아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은 그의 사망 원인을 '소신공양'이라고 발표했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방화 사건'이라는 시선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똑같은 사건이 지난해 3월 18일에도 있었다. 경기 안양시 삼막사 종무소에서 성무 주지 스님이 종무소를 불태우고 사망한 사건인데, 그 사건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방화'라는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계종에서 자승스님 사망 다음 날인 30일에 '소신공양', '자화장'이라는 종교적인 프레임을 먼저 씌웠다. 경찰 발표도 안 난 상황이었다. 언론이 방화 사건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가이드라인을 친 것으로 생각한다."- 경찰과 언론에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과 경찰이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고 했다. 자살이 아니라 자살을 강요당했거나 타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자승스님의 죽음으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는지를 생각하고 혐의자를 떠올릴 수 있다. 그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요즘 자승스님의 동선이나 최근에 만난 사람들, 통화 내역, 통화 내용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까지 전혀 발표가 안 되고 있다. 국민들이 모두가 다 궁금해하는 사건에 대해서 왜 아직도 경찰은 조계종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지...
언론의 경우 조계종의 발표만 받아서 쓰고 있다. 사람들이 언론에 돈을 주는 이유는 '궁금한 걸 대신 물어봐 달라', '대신 질문해달라', '모르는 걸 알려달라'는 것 아닌가. 조계종에서 발표하는 내용 받아쓰기만 할 거면 초등학생에게 기사 작성을 맡겨도 된다. 언론의 책임 방기다."
- 자승스님이 갑작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망 원인에 대해 여러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들리고 있다. 그런데 자승스님은 총무원장을 두 번씩이나 지냈던 사람이고 불교광장 총재,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등을 역임했던 사람이다. 그런 분의 죽음은 반드시 원인이 규명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경찰은 문화재 방화 사건에 대해서 당사자의 숙소 등을 압수수색 하거나 조사를 안 하지 않았나. 되레 지인(조계종)이 증거물(유서)을 가져와서 그 내용을 발표했다. 이건 형사 사건에서 보면 증거 훼손 내지는 증거 인멸로도 보일 수 있다. (자승스님 사망 원인 조사에 대해) 경찰이 책임을 방기한 거다.
또 자승스님이 남긴 메모(유서)에 보면, 각 상좌에게 2억 원씩 출연해 '토굴을 복원해 달라'고 적혀있다. 일반적으로 '토굴'은 스님들이 농막 등을 수리해서 조용히 있는 수행처를 말한다. 다시 말해 문화재 사찰의 전각 중 하나를 토굴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다. 8억 원을 들여서 토굴을 복원하라고 한 것은 (불에 탄) 비전을 지칭한 게 아닐 거로 생각한다. 그런데 조계종에서 유서라며 발표하고, 토굴이 불에 탄 비전인 것처럼 얘기하는 게 자승스님의 죽음을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만들기 위한 가스라이팅으로 보인다."
- 최근 정부는 자승스님 사망 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자승스님의 업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자승스님의 공은 사찰 방재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실현했다는 거다. 2008년도에 숭례문이 불타면서 문화재 방재에 대한 경각심이 굉장히 높아졌다. 그래서 조계종도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에 걸쳐서 2천억 원 정도 세비를 들여 사찰 방재 예측 시스템을 구현했다. 관련해서 비리 문제에 대한 고발도 많았지만, 어찌 됐든 그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실현한 게 자승 총무원장 체계였다.
그런데 또 그 시스템을 완벽하게 망가뜨린 게 자승스님과 성무 주지 스님이다. 사찰에 직접 방화했기 때문이다. 방재 시스템 도입 후 이교도들에 의한 사찰 방화가 확연히 줄었는데 스님들에 의한 방화가 갑자기 3건(내장사, 삼막사, 칠장사)이나 생겨버렸다. 문화재를 위해서 우리 국민들이 세비까지 모았는데도 방화를 저질렀다는 게 자승스님의 가장 큰 죄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이번 일을 계기로 조계종이 어떻게 거듭나야 한다고 보나.
"어떤 분이 자승스님의 영결식을 보고 '오늘은 조계종이 혀를 깨물고 죽은 날'이라고 글을 쓴 걸 봤다. 자승스님의 죽음도 황당하지만 그걸 소신공양이라고 총무원 관계자들, 원로 의원들 모두가 찬탄하는 게 참... 저도 조계종의 일원이지만 너무나 창피하다. 현주건조물 방화에 대한 범죄 사실을 어떻게 소신공양이라고 미화를 시키나. 앞으로 누군가가 조계종 국보가 있는 건물에 들어가서 '깨달음을 얻겠다'며 방화를 한다면 누가 어떻게 말릴 수 있겠나. 소신공양이라고 주장하는 총무원장은 그래서 비판받아야 한다.
얼토당토않게 자승스님 사망을 소신공양이라고 말하는 총무원장, 상월결사 그리고 조계종 상층부는 혀를 깨물고 반성해야 한다. 죽음은 미화되지도 폄하되지도 않아야 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서이초 교사 사망, 해병대 채상병 순직까지 '진상규명이 추모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승스님 죽음에 대해서도 진상규명만이 올바른 천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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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진우스님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 박수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