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해야" vs "국민 관심 밖"… 민주당, 대의원제 개편 두고 공개 충돌

더불어민주당이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오는 10일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대의원제 문제를 놓고 공개 충돌했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개혁의 의지가 없고 정쟁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의원제는 근시안적으로 보면 필요해 보이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아무리 힘 센 제왕들이 민주주의를 막을 수 없었듯 민주당 민주주의 '1인 1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며 "민주당 총선 공천룰이 1년 전에 결정되는 이유는 총선이 임박할수록 '왜 하필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하냐'며 반대하기 때문에 미리 정하려는 것이다. 지금이 바꿀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김은경 혁신위는 대의원 권한 축소를 핵심으로 한 혁신안을 오는 10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의원은 전국 당원을 대신해 지도부 선출 등에 참여하는 대리자로, 최고위원·지방자지단체장·지역위원장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 본선에서 대의원 투표 30%, 권리당원 투표 40%, 일반 국민여론조사 25%, 일반 당원 여론조사 5%를 합산해 지도부를 선출했다. 대선 이후 새롭게 유입된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은 지속적으로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더 나은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혁신위가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정당의 구성원 중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당원이다.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이 관여해 임명하는 1만6000명 대의원보다 130만명 권리당원들이 더 국민과 가까이 있다"고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반면 양소영 민주당 대학생위원장은 "혁신위는 총선과 전혀 상관없는 국민 관심 밖인 당권에 매몰된 대의원제를 놓고 혁신인 듯 외치고 있다"며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 지도부의 결단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대변하는 게 아닌, 윤석열 정부가 잘못되기만을 바라는 반사이익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 논란과 관련해 당 쇄신 요구 기자회견을 주도했고,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에게 문자폭탄을 받은 바 있다.

양 위원장은 "국민은 정권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에 민의를 올바르게 대변하라고 했지만, 당은 국민의 염원을 지키지 못했다"며 "대화와 타협의 숙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보다는 상대를 혐오하고 무너뜨리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잃었고, 내로남불이라는 시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실책에만 모든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며 "정치를 변화시키려는 개혁적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전당대회 (당 대표직) 수락 연설 당시 '상대의 실패에 기대는 무기력한 반사이익 정치를 하지 않겠다', '발목잡기가 아닌 잘하기 경쟁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겠다', '울며 겨자먹기식의 차악으로 선택받는 것이 아닌 최선을 선택받겠다'라고 약속했다"며 "전당대회 이후 1년이 지난 지금의 민주당 모습은 어떤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상대 정당과 싸우고 헐뜯고 흠집을 내며 정쟁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며 "남 탓만 하는 인사에 대해 단호히 질책해야 한다. 약속했던 정치개혁 문제를 방치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