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학생인권조례를 '학생 반항 조장 조례', '학부모 갑질 민원조례'로 규정하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사태를 계기로 학생을 비롯한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 모두의 권리는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오는 26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교권 보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 원인 가운데 하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교권 추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학생인권조례"라며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시절 국내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 때 참고했다는 뉴욕의 학생권리장전에는 학생의 권리와 함께 책임과 의무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나라 일부 교육감들이 주도한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의 권리만 있지 책임과 의무는 없다"며 "이는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의 정신은 버리고 껍데기만 카피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조례는 결국 일부 학생들의 책임없는 방종(放縱)을 조장했다"며 "그 결과 교권과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교육 현장의 황폐화로 연결됐다. 한마디로 명분과 달리 학생 반항 조장 조례이자 학부모 갑질 민원조례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현재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경기·광주·전북·충남·제주 등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 2010년 10월 김상곤 경기교육감 재임 때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됐다. 지역마다 세부내용은 다르지만, 반성문·야간자율학습 강요와 두발·복장 규제, 체벌 금지 등 학생의 기본적 인권 침해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서울시와 경기도는 학생의 인권은 해당 조례에 열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시되면 안 된다고 명시하며 폭넓은 학생 인권보장 조항을 마련했다. 그러나 책임에 대한 항목을 명확히 하지 않으며 학생들의 권리만 명문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사를 발로 차거나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을 저지른 데다 '서이초 사태'까지 터지면서 이를 계기로 추락한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과 野 성향 교육감들도 이념 아닌 교권 강화 협력해달라"
윤재옥 원내대표는 "최근 5년간 폭행을 당한 교사가 1100여명에 이른다는 교육부 통계도 있다"며 "교권을 넘어 생존권을 호소하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책을 찾아 실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각 지역의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 중 교권을 침해하거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개정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교권 회복은 교육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들이 부당한 갑질에 홀로 노출되지 않도록 법적 조력을 받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민주당과 야권 성향 교육감들도 학생인권조례 문제에 대해 이념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교권 강화를 위해 협력해 달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학생인권조례 중 어떤 부분이 교권을 침해하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의 책임과 의무 부분이 빠진 채 권리만 포함돼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며 "그 조항으로 인해 교권을 보호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가 있는지 살필 것"이라고 답했다.
체벌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 체벌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국민 정서와 기준이 변했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오는 2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교권 보호 대책을 논의한다. 회의에선 교권 침해를 방지하고 교원 지위 회복을 지원하는 제도적 방안이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당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 등이, 정부에선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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