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의원들에게 사실 확인차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 몸통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당 지도부의 조기귀국 요청을 외면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직접 사실 여부를 묻는 것을 두고 당내 불만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野 의원 "李 전화?… 진짜 열받는 것"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돈 봉투 의혹'이 확산하자 이른바 지라시에 돈을 받았다고 언급된 의원들에게 직접 연락했다.
해당 의혹 지라시에 이름을 올린 A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내가) 핵심이니까 언급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화 온 거를 내가 일일이 뭘 밝히나"면서도 "(이 대표에게) 전화 왔다는 뜻도 아니고 안 왔다는 뜻도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돈 봉투를 수령한 것으로 의심받는 의원들에게 직접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을 두고 "이 대표가 그런 짓거리를 하면 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같은 지라시에 포함된 B의원은 "당 대표가 물어본다고 (돈 봉투를) 받았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와의 통화 여부에 대해 "그게 뭐가 중요한가.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상관없는 사람한테 그런 전화를 하는 건 당 대표가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B의원은 이어 지라시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것과 관련 고발 등의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대표에게 연락받지 않았다고 밝힌 C의원은 "(이 대표가) 뭘 그런 얘기를 하나. 서로 실례되는 얘기"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혹시 받았나? 이렇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면 진짜 열받게 하는 것"이라며 "대표가 의심하나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총선 앞두고 입 닫은 송영길… 野 '진땀'
돈 봉투 의혹 사실관계 확인에 이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은 해당 의혹이 차기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돈 봉투 의혹'과 관련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돈 봉투 의혹이 대형 악재로 확산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돈 봉투 의혹으로 인한 현 사태를 "당 간판을 내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들께서 돈 봉투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당을 온전히 보겠느냐"며 "우리가 자체적으로 엄정하게, 검찰 수사보다도 더 세게 추상같이 성역 없이 파헤쳐서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19일 파리에서 출근길에 현지 취재진과 만나 "그날(22일) 말씀드리겠다"며 조기 귀국에 대한 즉답을 회피했다. 이 대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파리 일정을 고수한 것이다.
송 전 대표는 22일 오후 4시 파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그는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 연구교수로 현지 체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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