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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가 자칫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수신료 수입'이 사라질 수도 있는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은 가운데, KBS의 사장과 이사들이 각각 프랑스와 제주도 출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수신료 개선안에 대한 국민제안 토론을 진행 중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은 내달 9일까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정책 권고' 형식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24일 현재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된 상태.
만약 지금 같은 추세로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올 경우, 당장 4월 9일부터 한전이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통합징수하도록 명기한 'TV 수신료 징수계약'을 변경하거나 아예 해지하는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지난 20~21일 '트루스가디언(truthguardian)'의 의뢰를 받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KBS 수신료를 분리징수할 경우 수신료를 계속 내겠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59%가 "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말이 '분리징수'지,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제외하는 것은 사실상 수신료를 폐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佛 방문' 이튿날 대통령실 수신료 관련 여론 발표
이처럼 KBS의 '존망'을 가르는 중차대한 결과가 4월 9일 공개되는데, 당사자인 김의철 KBS 사장이 '한가롭게도' 4월 8일 열리는 KBS '뮤직뱅크' 파리 공연에 참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KBS 안팎에서 "제정신이냐"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지난 주말 성명을 통해 김의철 사장의 '프랑스 출장설'을 최초로 제기한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은 "여러 경로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다음 달 8일 열릴 예정인 '뮤직뱅크' 파리 공연에 김의철 사장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한다"며 "사장이 회사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KBS노조는 "수신료 분리징수 움직임이 벌어지는 이때 외유성 출장을 가겠다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의 머리로 이해가 가능한 일이냐"며 "파리에서 일하는 스태프들만 피곤하게 해 오히려 프로그램을 망칠 가능성만 있는데, 도대체 무슨 낯으로 파리로 놀러 가겠다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김 사장이 파리에서 '뮤직뱅크'를 구경하기로 한 다음 날(4월 9일)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여론을 관련 부서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짚은 KBS노조는 "시점 또한 놀랍다"며 "그 전날(4월 7일)은 KBS의 여러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예정돼 있다"고 지적했다.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에 '박보검과 식사' 요청설
KBS노조는 "둘 다 KBS의 명운을 결정할 수도 있는 초대형 이슈인데, 이런 중요한 일이 연달아 벌어지는 시점에 한가하게 파리에서 '뮤직뱅크'나 구경할 생각이 드느냐"며 "샹젤리제에서 보르도 와인 한 잔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그렇게 간절한가? 곧 잘릴 거니까 지금이라도 회삿돈으로 해외여행이라도 하자는 심산인가?"라고 다그쳤다.
KBS공영노조는 한술 더 떠 김 사장이 '뮤직뱅크' 파리 공연 당일 사회를 보기로 한 배우 박보검과 점심을 먹게 해달라고 공연 진행 피디를 졸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KBS공영노조는 수신료 분리 징수 위기뿐 아니라 KBS는 올해 광고가 급감하면서 초대형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그야말로 첩첩산중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위기 극복을 위해 중지를 모아 낼 시간도 부족할 판에 3천만 원의 거금을 들여 외유성 출장을 간다니, 이것이 있을 법한 일이냐고 개탄했다.
이에 외유성 출장계획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KBS공영노조는 4월 8일, 김의철 사장이 있어야 할 곳은 프랑스 파리의 공연장과 고급식당이 아니라며 불공정·편파방송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겠다는 기자회견장이라고 꼬집었다."절체절명 위기인데, 제주도는 왜 방문하려고 하나"
KBS노조는 김 사장에 이어 KBS 이사들의 외유성 출장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 22일 '절체절명의 순간, 아무 것도 안 하는 KBS 이사, 뜬금없이 제주도는 왜 방문하려고 하나?'라는 성명을 배포한 KBS노조는 "KBS가 풍전등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지금, 어이없게도 다음달 중순, KBS 이사진의 제주도 방문 일정이 들려오고 있다"며 "분리징수 여론 수렴이 끝나고 본격 절차가 강행될지 모르는 그 순간에 왜 제주도를 간다는 것인지 정말 의문이다. 믿고 싶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KBS노조는 "사실인지 아닌지 이사회에서 직접 밝혀줬으면 한다"며 "만약 일정이 사실이라면 제주도 방문의 배경과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까지 설명하라. 도대체 얼마나 중대한 사안이길래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방문하려는지 조속히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무엇이 그렇게 바쁘길래 △현직 이사가 구속 기소되는 큰 일이 벌어지고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사상 최악의 악재가 발생하고 △이사 확대 재편과 직결된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 날치기 통과됐는데도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모른 채 하느냐"고 일갈한 KBS노조는 "KBS가 이 지경까지 왔으면 이사들은 긴급 중대상황을 선포하고 최소한 간략한 입장 발표라도 하는 게 상식"이라며 "김의철 사장 체제를 잉태시키고 그 어떤 심각한 잘못을 해도 묵인하고 있는 현 이사회는 당장 사퇴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KBS는 비상인데 '외유성 워크숍' 간다는 이사진"
그동안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KBS 보도의 '편파성' 문제를 지적해온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도 목소리를 보탰다.
22일 공정미디어위는 "KBS 이사진들의 외유성 제주도 워크숍 계획이 알려지면서 바람 잘날 없는 KBS에서 또다시 국민을 공분케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공정미디어위는 "△수신료 분리징수 요구 △대통령 일장기 경례 조작 발언 △TV조선 재승인 의혹 연루 KBS 이사 구속 등 최근 KBS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인데, 작금의 위기에 대해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들이 반성은커녕 놀러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꾸짖었다.
"KBS 직원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서 하루하루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데, 이사들은 한가하게 봄나들이나 가겠다고 하니 수신료 분리징수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는 것"이라고 질타한 공정미디어위는 "KBS를 존폐의 기로에까지 놓이게 만든 것은 위기에 눈감고 자리보전에만 급급해 자기 이익만 챙긴 이사들의 무능과 안이함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11명의 이사들은 여행 계획을 짤 것이 아니라, 국민 혈세로 1년에 약 5000만원에 달하는 수당과 업무추진비를 받는 만큼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고 성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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