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KF-16 전투기 추락사고는 12년전 정비불량 때문"… 공군, 관련자 징계 고려

지난달 공군 KF-16C 전투기가 훈련 중 추락한 사고는 12년 전 '정비 불량'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은 지난달 20일 19전투비행단 소속 KF-16C 전투기 추락 사고 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기는 엔진의 연료펌프 구동축의 톱니바퀴에 비정상적 마모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엔진에 정상적으로 연료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엔진이 정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동축 톱니바퀴에서 나타난 비정상적 마모는 너트를 체결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동축을 고정시키는 너트가 없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비정상적인 마모가 발생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공군 관계자는 "연료펌프 구동축이 들어 있는 기어박스를 수거해 잔해를 정밀 분석한 결과 해당 너트의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12년 전 창정비 과정이 문제… 공무상 과실죄 등 적용 고려

전투기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엔진은 지난 2010년 창정비를 받았는데, 공군은 당시 창정비 과정에서 정비사들이 너트를 체결하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정비불량으로 결론내린 공군은 12년 전 해당 전투기를 정비했던 인력을 대상으로 문책위원회를 구성해 책임 소재와 징계 및 처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공무상 과실죄와 군용물 손괴죄 적용 등 검찰 고발도 고려되고 있다. 2010년 당시 공군 82정비창의 작업자와 품질관리(QC) 담당자, 정비창 공장장(팀장)이 문책 대상으로 거론된다.

공군 관계자는 "당시에는 1차 작업자가 어느 정도 자격을 갖추면 2차 점검자 역할까지 겸할 수 있었기 때문에 1명이 1·2차 점검을 겸했다"며 "2012년에 1·2차 점검을 겸할 수 없도록 기준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고기와 같은 'PW 엔진'을 쓰고 있는 F-16과 F-15 전투기에 대해서도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40여 대에 대한 점검을 완료했으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은 총 200여 개 엔진에 대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0일 오후 8시5분쯤 제19전투비행단 소속 KF-16C 전투기 1대가 전투초계 임무 수행 중 원주기지 서쪽 약 20km 지점 산악지역에서 엔진 이상으로 추락했다. 당시 기체는 고도 2만4천ft(7천300m), 속도 250kn(460km/h)로 비행 중 엔진 경고등이 들어온 후 추력이 감소하면서 엔진 정지상황이 발생했다.

2차례의 공중 재시동도 실패하자 조종사는 비상탈출했으며, 전투기는 경기 양평군 양동면 금왕리 야산에 떨어졌다.

공군은 다음날 정찰자산 및 비상대기전력을 제외한 KF-16 전 기종의 비행을 중지했으며, 공군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KF-16은 F-16 계열 전투기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총 140대를 도입한 공군의 주력 전투기다. 대당 가격은 420억 여원이다. 최대이륙중량 19.18t, 전장 15m, 최대속력 마하2.0, 최대상승고도 1만5240m로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했다.

KF-16은 그러나 도입 이후 끊임없이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1997년 8월 연료 도관 부식으로 처음 추락사고가 발생한 이후 한 달 뒤인 9월 같은 이유로 또다시 추락했다. 2002년 2월에는 엔진 터빈 블레이드 파손으로 1대가 추락했고, 2007년 2월 정비 불량 사고 이후 그해 7월 비행 중 착각으로 서해에 추락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09년 3월에는 조종사 과실, 2019년 2월 부품 고장으로 각 1대가 추락했다.

올해 공군 항공기 추락사고는 총 5건으로, 2건은 자재 결함, 2건은 인적 과실이며, 1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