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 KDI "금리인상 美보다 천천히…물가상승 둔화 지켜봐야"
입력2022.11.10. 오후 12:00
수정2022.11.10. 오후 12:00
서미선 기자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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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지속되면 경기부담 상당…내년 추경까진 불필요"
"현 국면, 스태그플레이션 방향 맞지만 명확히 말하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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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하고 있다(KDI 제공).
(세종=뉴스1) 서미선 이철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당분간은 조금 천천히 인상하면서 물가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KDI는 내년 한국경제가 1.8% 성장에 그치고 물가는 연간 3.2%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향후 경기둔화 예상을 감안해 거시정책 긴축의 속도와 강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하는 게 좋을지 묻자 "가능하면 낮은 폭으로 인상해가고, 저희 전망에 따르면 물가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켜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한국에서 몇 번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는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경기둔화 모습은 많은 부분에서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정 실장 등과의 일문일답.
-거시정책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 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을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있다. 재정정책은 이미 예산안이 나와 있고 그것을 단기간에 그때그때 조정하기는 좀 쉽지 않을 것이고, 통화정책은 한 달 반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조금 천천히 인상하면서 물가의 흐름을 지켜보자는 정도다. 11월 말에 금통위가 있는데 미국만큼 가파른 인상은 대부분 예상하지 않을 것이다. 가능하면 낮은 폭으로 인상해가고, 물가상승세가 더 확대되면 금리를 좀 더 빠르게 인상해야 하겠지만 저희 전망에 따르면 조금은 물가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켜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1%대 경제성장률 전망은 언제 이후 처음인지. 물량 기준으로 수출을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하반기 플러스로 예상했는데 하반기엔 세계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지.
▶제가 기억하는 한은 1%를 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과거엔 우리 경제 성장세가 3%, 4% 정도였기 때문에 1%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해야겠다. 지금은 성장 추세 자체가 대략 2% 내외이기 때문에 앞으로 1% 후반이 나온다고 아주 큰 위기라고 해석하긴 어렵다. 경기순환 과정에 1% 초반, 1% 후반, 2% 초반 정도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숫자다. 2022년에 상고하저 패턴이었으면 2023년은 상저하고를 전망했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내년 상반기에 가장 경기가 많이 둔화되고 서서히 하반기 회복되는 정도가 되겠다.
-정치권에서 물가상승세 때문에 예산 지출이 종전보다 늘어나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물가가 상승하면 똑같은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도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 부분 현실화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것이 전체 수요를 자극할 정도로 된다면 통화정책과는 조금 어긋날 수 있어 그 정도로 제약했으면 좋겠다.
-올 상반기엔 내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92달러로 전망했는데 이번에 84달러로 낮춰 잡은 건 최근 국제유가 인상 요인이 반영된 것인가. 국제유가를 낮춰 잡았는데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려 잡은 요인은.
▶다양한 기관들의 전망 수치와 금융시장의 선물 가격 등을 반영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는지를 감안해 내년 연평균 84달러로 잡았다. 국제유가를 하향 조정했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해 어긋나보일 수도 있는데, 올 상반기 생각했던 것보다 에너지나 곡물 가격이 조금 더 경제에 많이 파급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 반영했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조금은 더 높은 상황으로 올해 3.6%, 내년 3.3%로 큰 폭 떨어지지 못한다. 이것도 공급 측 충격이 대개는 근원물가에 잘 파급이 안 되는데 이번엔 장기화되며 근원물가에도 많이 파급되는 모습으로 관측돼 내년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경기둔화 국면'의 정확한 의미는.
▶성장률 외에도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보고 경기를 판단하고 있어 딱 부러지게 말하긴 어렵다. 크게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부분을 봤고, 그것이 성장률뿐만 아니라 다른 지표에서도 많이 관측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침체로까지는 판단하고 있지 않다. 2% 정도에서 조금 내려간 1.8% 정도면 잠재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큰 폭 하회하는 정도도 아니다.
-단기 경기부양 정책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목표를 추구하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정책이 필요없다는 것인지.
▶단기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것은 내년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적용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정책을 하다 보면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너무 상승하는, 그래서 경기가 불안정해지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과거 눈높이로 정책을 수행하게 되면 오히려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은 시점에 추경을 말하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기본적인 저희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경기가 조금 둔화되지만 추경까지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내년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얼마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이번 전망을 했는지.
▶연준 금리상승은 따로 전망은 하지 않고 내년도 한 5% 초중반 정도에서 멈추는 정도로 시장에서 전망하는 것을 반영해 전망했다.
-지금 국면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나.
▶경기 쪽을 보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고 물가 쪽을 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한다는 점에서 경기는 둔화되고 물가는 높은 국면으로 당연히 해석돼야 한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이 '이 정도 넘어가면 너무 높은 물가다' '이 정도 내려가면 경기침체다' 이렇게 똑부러지게 말하긴 어렵다. 내년도를 경기침체까지는 아니고 경기둔화 정도, 물가상승률도 연간으로는 3.2%지만 하반기로 하면 2.5%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분명히 말하긴 어렵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방향성 자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맞지만 (현 국면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명확하게 얘기하긴 아직은 조금은 어렵다.
-거시대책이 아닌 미시대책은.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둔화되면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에너지 가격 등이 올라가면 그 부분들은 취약계층 보호 제도에도 지원이 좀 더 현실화해 바뀌어야 한다.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같은 속도로 올라 한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벌어져도 한은은 빅스텝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
▶그 부분은 금통위가 적절히 잘 판단할 것이다. 한국에서 몇 번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경기둔화 모습은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많은 부분에서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내년 1분기나 2분기에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나.
▶내년 1, 2분기 중 상당히 낮은 성장률은 전망하고 있지만 저희 베이스라인 시나리오에선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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