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저학력·저소득' 발언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강원도 춘천으로 이동하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켜서 "저학력·저소득층이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며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의원은 다시 SNS에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정당을 지지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정보를 왜곡·조작하는 일부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의원의 이 말이 '계급배반투표'를 언급한 것이라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자신의 경제적 계급과 배치되는 정강정책을 가진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계급배반투표는 정치·사회적 현상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만 학계에서는 계급배반투표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이 의원이 말한 것처럼 '언론 탓' 하나의 이유만으로 분석하고 있지는 않다.
계급배반투표를 언론 탓으로 치부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지적 수준을 폄하하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정치인 본인은 아는데 국민은 뭘 모르고 찍는다는 것이 전제다. 국민이 뭘 모르는 이유는 언론 탓으로 돌리는 논리 구조다. 이런 논리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2007년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 진영 일각에서 유행했던 이른바 '국개론(국민이 개○○라는 이론)'으로 흐르게 된다.
국민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다. 국민은 투표를 할 때 자신이 경제적 계급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니며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한다.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정당이 공천한 후보자다. 정당의 정강정책은 결국 후보자를 통해 현실화하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전과, 후보자의 언행, 후보자의 직계존비속·형제자매와의 관계, 후보자의 정치·행정경력에서 의혹 유무, 후보자 배우자의 공적 자세 등을 국민은 신중하게 살피고 과연 이 후보자에게 자신의 표를 던져도 될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정당의 정강정책과 무관하게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표를 주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이 또한 계급배반투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
지난 3·9 대선에서 계급배반투표가 실제로 일어났다면 그 원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이재명 의원이 대선 직후 잘 분석한 적이 있다.
모든 게 후보가 부족해서 진 것이라고 연설해 감동을 주고 '눈물의 해단식'을 만들더니 불과 4개월여 만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이 바뀐 것은 어찌된 일일까. 분명 "이재명이 부족해 0.7%p를 못 채웠다"고 하지 않았나. 모든 책임은 부족한 후보에게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국민은 위대하고 국민의 판단은 언제나 옳다더니, 그 국민은 어디로 간 것일까. 4개월여 사이에 우리 국민이 바꿔치기라도 당한 것일까. 어쩌다가 집단지성을 발현하는 언제나 옳은 위대한 국민은 사라지고, 언론의 조작·왜곡에 속아넘어가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정당을 지지한다는 지성이 없고 선택을 그르치는 부족한 국민만 남았을까.
연설을 미리 준비해와서 할 때에는 국민이 언제나 옳고 후보인 본인은 한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반면 즉석으로 하는 유튜브 라이브에서는 언제나 옳던 국민이 졸지에 언론 때문에 뭘 모르는 저학력·저소득 국민,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정당을 지지하는 어리석은 국민으로 전락한다. 이재명 의원이 생각하는 국민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지, 이 의원의 본심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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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옳지만 이재명은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