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빚 1000만원에도 쓰러진다…개인파산 10명중 4명 노인

김형주 기자

입력 2022/04/28 17:48

 

 수정 2022/04/2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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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가 월소득 100만원 안돼
1천만~2천만원 못갚아 파산

경제활동 재개때 불이익 받아
개인회생 선택하게 유도 필요

카드빚에 시달리던 60대 자영업자 A씨는 고민 끝에 개인파산을 선택했다. 채무액은 1000만원대로 많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년 동안 가게 매출이 급감했고, 빚을 변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30년간 운영한 기업이 파산한 B씨 역시 연대보증으로 채무를 떠안게 되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수입을 얻던 기업이 사라진 데다 고령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도 없어 소득을 얻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령화시대에 진입하면서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개인파산이 두드러지고 있다. 안정적 소득이 있는 고령자가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8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파산 채무자 중 43.9%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50대는 32.6%에 달했다. 개인파산 10명 중 7명이 50대 이상인 셈이다.

개인파산 채무자 중 고령자가 많은 것은 고정소득이 있는 고령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개인파산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고 소득도 없는 채무자가 선택하는 제도다. 채무를 감당할 수 없어도 고정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개인회생을 선택한다. 실제 지난해 개인회생은 30대(31%), 40대(29.9%), 20대(14.1%)가 다수를 차지했고 50대(18.3%)와 60대 이상(6.7%)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복기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도산팀장)는 "고령자의 재취업이 어렵고 노후 보장이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30·40대는 경제활동을 왕성히 해 그나마 고정소득이 있으니 개인회생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파산은 재산보다 채무가 많을 때 재산을 모두 처분해 채무를 변제한 뒤 남은 부분은 탕감받는 제도다. 반면 개인회생은 채무액을 감경해 일정한 변제 기간에 일부만 갚게 한다. 개인파산을 하면 면책 전까지 공무원, 변호사, 후견인, 수탁자 등이 될 수 없다.

직업과 사회활동에서 공·사법상 제한을 받는 것이다. 개인회생은 집 같은 기존 재산을 처분하지 않아도 되지만, 고정 소득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실제 개인파산 채무자의 작년 소득을 보면 월 수입 100만원 이하 비중이 61.7%, 100만~150만원 19.2%로 저소득층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개인회생은 각각 0.7%, 18.4%에 불과했다. 월 수입 중위값은 개인파산이 54만원, 개인회생은 195만원이었다.

백주선 법무법인 융평 대표변호사는 "고령층 개인파산자들은 대체로 생활자금을 갚지 못해 채무가 쌓인 경우가 많다"며 "금액도 1000만~2000만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소액이지만 소득이 없기 때문에 이조차 변제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파산보다 회생 선택자가 많은 것이 사회 전체에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회생은 파산과 달리 채권자도 손실을 일부 회복할 수 있고, 채무자도 돈을 떼먹었다는 사회적 비난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면책이 되면 파산으로 인한 각종 불이익이 복권되긴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파산자에 대한 낙인 효과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