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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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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적인 민족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만해(萬海)

충남 홍성에서 충생한 만해 한용운(1879~1944) 시인은 1897년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했으며,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출판하고 저항문학에 앞장섰다. 시집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장편소설 [박명(薄命)]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 [십현담주해(十玄談註解)] [불교대전] [불교와 고려제왕(高麗諸王)] 등의 저서를 남겼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려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만해 한용운 시인의 詩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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