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ID/PW 찾기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하기

<단간론파 제로> 상권 챕터2

profile
김세정

<몰입을 위해 윗 브금을 추천합니다>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 -

 

전국에서 특별한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만을 선발해 입학을 허가하는 정부 공인의 특권 학원으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희망' 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희망의 학원이라고 불리우기 부족함이 없는 학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망을 담아 '이 학원을 졸업할 수 있다면 인생에서 성공한 것과 같다' 고 말해지며, 각계의 요직을 맡고 있는 이 학원의 졸업생들을 보면 그것이 과하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 키보가미네 학원의 입학조건은 두 가지.

 

현역 고등학생일 것.

 

각 분야에 있어서 초 일류일 것.

 

키보가미네 학원에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입학시험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장소에 한해서 시행되는 시험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 그것이 이 학원의 방침이다. 따라서 입학생들은, 재능의 연구원이자 교육자인 키보가미네 학원 교직원들의 스카우트에 의해서만 모인다. 키보가미네 학원의 교직원들은 말하자면 재능을 키워주는 부모다. 재능을 발견하고, 재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그들에게 맡겨진 중대한 사명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은 지금, 그런 학원은 지금, 전대미문의,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키보가미네 학원 동지구(東地區)에 있는 교직원동(棟) -

 

그곳은 동지구 안에 세워진 건물 안에서도, 유일하게 학생들의 출입이 금지 돼 있는 장소다. 그 건물 안은 지금, 이상할 정도의 정적에 휩쌓여있었다. 평소라면 교직원들이 산만하게 걸어다녔을 복도에도 사람 그림자 하나 없다. 개인실이나 연구실, 큰 사무실을 생각나게 할 교직원실에도, 그 어디에도 사람이 없었다. 거기에 있어야 할 사람들은 전부, 어떤 한 장소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 제 13회의실.

 

 

 

 

 

교직원동의 최상층에 있는, 최대 수용 인원 수는 300명이 될 정도의, 이 학원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회의실이다. 지금, 학원 내의 교직원들 모두 그 회의실에 모여있었다. 거대한 회의실이 사람으로 꽉 채워져, 방 안에 놓인 긴 테이블에는 빈 자리 하나 없다. 그러나 그런 것 치고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회의실 내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단 한 사람의 것 뿐이었다.

 

그 소리의 주인은,

 

키보가미네 학원의 학원장, 키리기리진(霧切 仁)이었다.

 

그는 회의실의 제일 앞 테이블에서 모여있는 교직원들을 향해 서서, 손에 든 원고를 담담하게 읽어내려갔다. 그저 묵묵히, 아무런 감정도 없이 거기에 쓰여진 문장을 읽어내려갈 뿐. 오디오 플레이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것 또한 키리기리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자신에게는 모든 교직원들에게 이 결정사항을 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설령, 어떤 상식에서 벗어난 결정사항이라고 해도....... 아니, 애초에 지금 자신들에게는 의문이나 수수께끼 따위를 끌어안고 있을 시간 따윈 없다. 그럴 틈이 있다면 해야만 하는 다른 일을 얼마든지 -

 

[은폐한다는 말입니까?]

 

돌연 회의실에 울린 소리. 반사적으로 얼굴을 들어올리니, 삼백 명 이상의 시선이 한번에 자신에게 향했다. 꿰뚫어본다던가 탐색하는 시선과는 다르다. 좀 더 기분 나쁜 시선이었다. 가죽 한 장만 남기고 만져오는 듯한 시선에, 키리기리는 전신의 털이 일어나는 듯 했다. 그 시선에서 도망치듯이 키리기리는 자신의 우측에 나란히 앉은 네명의 얼굴을 보았다. 같은 맨 앞 줄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그들은, 모두가 주름투성이인 얼굴이었다. 전부 모여서 눈을 꽉 감고 있는 탓에 주름투성이 얼굴이 더욱 주름투성이가 되어, 키리기리의 위치에서 보면 옆의 넷이 겹쳐 하나의 커다란 주름덩어리로 보였다. 그들, 키보가미네 학원 평의위원회 사람들의 얼굴은, 이미 무언가를 포기한 듯한 듯 했다.

 

그것도 그럴것이다 - 라고 생각하며 고소를 머금었다. 처음부터 기대도 안 하고 있었지만 말이지 -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마음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키리기리는 자신에게 향해진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지금부터 자신의 말만으로, 그렇게 결의했다.

 

[맨 처음 말해두네만,] 키리기리가 만전을 기하듯이 말했다. [이것은 방금 전 키보가미네 학원 평의위원회에서 결정한 결정사항이다.]

 

그 순간 공기가 미적지근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교직원들의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키리기리는 손 앞의 컵으로 입술을 한 번 누른 후 말을 계속했다.

 

[물론, 이 결정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는 우리들도 이해하고 있다.] 우리들.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주름투성이 얼굴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키리기리가 말하기 시작하는 것도 처음부터 알고 있는듯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것은 책임에서 도망치기 위해 은폐공작을 하고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들이 책임을 져서 끝날 문제라면 얼마든지 책임을 지겠다. 그러나 '예의 사건' 은 그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더 말하자면, 이 장소에 있는 전원이 책임을 져도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 일은 이미 그런 차원을 넘어섰다.]

 

거기서 키리기리는 한 번 말을 끊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듯이 컵 안의 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오해하지 않도록 말해두지만, 나는 무엇 하나, 우리들의 생각이 완벽하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저런 '퍼레이드' 가 일어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키리기리는 커튼으로 막혀 있는 창문을 넘기며 가리켰다. 몇명인가의 괴로운 듯한 시선이 창문으로 향한다. [저 '퍼레이드' 도, 최근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저기에 참가하고 있는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들은 증오해야 할 존재인거겠지....... 그런 시각도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 키리기리는 교직원들의 얼굴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 장소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들려주듯이, 확실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재능이야말로 인류의 희망' 이라는 키보가미네 학원의 이념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혹시 여기서 '예의 사건' 이 세간에 밝혀진다면 우리들은 그 이념을 잃어버리고 말겠지. 그것은 인류에게 있어서 명백한 손실이다. 그런것은 후원회나 각계의 OB들도,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아.] 후원회나 각계의 OB. 그 말에 회의실 안이 작게 술렁거렸다. [거기서 나와 평의위원 넷이 협의를 계속한 결과.......역시, 우리들은 '예의 사건' 을 공표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힐끔, 노인들을 옅보자, 여전히 그대로였다. 마치 자신들과는 관계 없다고 말하는 듯한 무표정. [.......방금 말했던 대로, 이 결정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는 우리들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들에게는, 연구자로써, 교육자로써, 재능을 지킬 의무가 있다. 특출난 재능이 적의를 받는 것은 비극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거기에...... 우리들에게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 한 가지 더 있을터다.] 삼백 명 이상의 교직원들이 키리기리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죄를 범했어도...... '그 학생' 이 우리들에 의해 키워진 '특별한 희망' 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순간 교직원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러나 술렁거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저 침묵.

 

누구도 반론하지 않는다 - 기보단 반론할 수 없었다. 그의 발언은 편협하기 그지 없었으나, 여기에 있는 모두가 그랬다. 그들은 모두 교사임과 동시에 재능의 연구자였다. 연구자가 연구대상에게 홀리듯이 그들 또한, 재능이라는 것에 홀려있는 것이다. 그런 인간이 아니면 여기에는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키리기리의 말을 듣고 거기서 결심했다.

 

자신이 믿는 이념을 위해, 자신이 믿는 미래를 위해, 자신이 믿는 희망을 위해,

 

'키보가미네 학원 사상 최대최악의 사건' 을 전력으로 은폐한다, 고.

댓글
1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