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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간론파 제로> 상권 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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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몰입을 위해 윗 브금을 추천합니다>

 

#경고 챕터1부터 단간론파1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꼭 게임을 해보시거나 애니를 보시길 추천 합니다.

 

에노시마 쥰코는 절망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원했던 대로 돼서, 모든 것이 그녀가 희망한 대로 돼서, 그녀는 절망했다.

[왜 이렇게 일이 잘 풀리는거야?]

복부에서 부터 마그마의 열기가 끓어올라 그녀의 가슴부근에서 폭발하더니 그 열기는 그녀의 심장에서부터 타올라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발 밑에 탁한 물 웅덩이는 그 양을 더해가더니 곧이어 철벅철벅 소리를 내며 물보라가 되어 흩날렸다. 자세히 보니 그 물보라는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그녀가 그 위를 내딛자 샤워기와 같이 붉은 물보라는 그 몸을 적셨다.

피로 새빨갛게 물든 옷, 피로 새빨갛게 물든 머리, 피로 새빨갛게 물든 얼굴...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여전히 지면을 짓밟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모든 영혼을 내건듯 온 몸으로 지면을 걷어찼다. 그리고 악령이 가득 찬 짐승마냥 자신을 매도하듯 외졌다.

[이게 아니야!]

그녀의 절규는 메아리가 되어, 조각난 돌의 파편처럼 주위에 쏟아졌다.

[좀 더...더! 더! 더 극한의 절망을 달라고!]

더한 극한의 절망... 그렇다. 이것이 그녀가 가장 바랬던 것. 그녀는 세상이 절망에 빠지고 그녀조차 절망에 집어 삼켜지기를 바랬다.

[더!더!더! 더한 절망을 달ㄹ...] 갑자기 그녀는 말을 멈췄다. 정확히는 머리 속의 전류와 같은 찌릿한 생각이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 얼굴은 놀란 표정으로 굳어버렸고 새빨갛게 물들어버린 전신은 고요함을 유지했다.

[그래...그거야...] 그녀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두개골 안 쪽에 있는 스위치를 누른 마냥 그녀의 새카맣던 사고에 불이 들어왔다. 이윽고 여러 명의 얼굴들...키보가미네 학생들의 얼굴이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우푸푸푸...]

그런 웃음과 함께 오싹하고 몸이 떨려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녀는 발을 쿵쿵 울리며 미친듯이 울부짖었다.

[우푸...우푸푸푸푸푸푸푸푸푸]

지면을 차듯한 그 발은 이번엔 춤추듯이 그 모양을 바꾸었다. 극도의 기쁨과 흥분감으로 인해 쥰코는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멋져! 정말 최고야!]

그녀에게 절망을 가져다 줄 그 얼굴들이 떠오를 때마다 사랑에 빠진 듯, 절망이라는 리듬 아래 춤을 추었다.

[이거야! 이거야말로 최고의 절망이지!]

초고교급 절망 에노시마 쥰코는 미치광이처럼 황홀해 보이는 미소를 띄웠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최후에 절망으로 끝날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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