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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의 크리스마스> -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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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

  알바생은 생각지도 못한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뒤를 돌아서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주인아였다... 주인아가 왜 여기서 나오는 걸까?

 

안녕! 깜짝 놀랐지?”

 

깜짝 놀라다마다... 깜짝 놀라서 죽을 뻔 했다...

 

네가 여긴 어떻게...”

 

어떻게긴? 일하러 왔지! 잘 부탁해!”

 

  맙소사, 그러면 전에 계속 내 알바에 대해 물었던게 진짜로 단은비가 시켜서 그런게 아니라 본인이 일을 하기 위해서 였었던 건가? 하지만 전교 1등을 다투는 엘리트가 뭐하러 이런 알바를?... 이해할 수가 없다.

 

뭐야! 둘은 벌써 아는 사이인가 보네?”

 

, 언니! 같은 반이에요.”

 

선미누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도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선미누나라고 예상했을까... 아아... 머리 아픈 일이 자꾸만 늘어난다.

 

선우야, 그럼 네가 좀 가까이에서 잘 가르쳐주면 되겠다. 얘 일 자체가 처음이라던데

 

... 그럴게요.”

 

  그렇게 나는 주인아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게 되었다. 주인아는 열심히 배울려는 의지는 보였지만 모든 것이 너무 어설펐다. 평생 공부만 하고 자란 애가 이런 일을 잘 할 리가 있을까...

 

접시는 이렇게 포개서 놓으면 돼, 깨지기 쉬우니깐 살며시 놓고

 

!’

 

그렇게 놓으면 깨질 수도 있다니깐...! 조심 조심해서 놔!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너무 조심해서 놓으면 어떡해! 그래서는 하루 종일 접시 정리만 해야 한다고!

 

“...”

 

  나는 계속해서 주인아에게 이것저것 알려주었지만 주인아는 너무나도 미숙했다. 어쩌면 3명이서 일하는 것보다 2명이서 일하는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애초에 왜 일을 하러 온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궁금해서 직접 물어보았다.

 

넌 근데 왜 굳이 알바를 하는 거야? 공부도 전교권이고 집이 못사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하루종일 공부만 하니 너무 따분해서 새로운 경험 해보려고 왔어. 생각만큼 쉽지 않네... 민폐 끼쳐서 미안해.”

 

본인이 민폐인건 알구만... 저런 식으로 말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어쨌든 좋든 싫든 같이 일하게 되었으니깐 잘해보자. 그리고 아침에 학교에서 내가 오해하고 너한테 뭐라고 한건 사과할게. 미안해.”

 

, 진심을 알아줘서 고마워!”

 

  그렇게 나와 주인아는 얘기를 나누면서 어느 정도 친해지고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주인아를 미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나는 단은비가 싫은 것이지 주인아가 싫은 것이 아니다. 얼음공주로 불리는 주인아가 왜 이렇게 나에게 적극적인지가 아직 의아하지만 어쨌든 나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계속 볼 사이라면 굳이 주인아와 적대적 관계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 둘이 뭐야! 잘 어울리는데~”

 

  선미 누나는 수시로 나와 주인아를 놀렸다. 그저 남녀가 같기 있기만 하면 저런다... 선미 누나도 엄청 똑똑하고 위엄있는 사람이지만 저럴 때면 영락없는 어린 여대생이다.

 

 

...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선미, 선우 그리고 새로온 애, 인아랬나? 다들 고생많았데이. 내일 보자

 

  우리는 사장님과 주방 이모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선미 누나는 집 방향도 다르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기에 먼저 갔고 나와 인아 둘이서 각자 집으로 가게 되었다. 우리는 같은 동네에 살기 때문에 같은 방향이었다.

 

선우 너는 주말엔 뭐해? 알바도 쉬잖아.”

 

주인아가 먼저 말을 걸어 왔다.

 

그냥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 집에서 뒹굴면서 게임하고 책읽고 그러고 시간 보내

그렇구나, 넌 참 책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국어 성적은 나보다 좋을 때도 많잖아!”

책이라고 해봤자 쓸데없는 소설이나 자주 읽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교양있고 대단한 사람 아니야.”

에이! 그것도 안 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부터도 책을 거의 안 읽거든

 

  뭐랄까... 요즘 자꾸 주인아가 나를 과대평가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나에게 좋은 말을 해봤자 내가 전교 1등을 다투는 주인아만큼 대단한 사람일까... 마치 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를 칭찬하며 놀아주는 기분이다...

 

저 선우야... 혹시 이번 토요일에 시간 괜찮아?”

 

이런 저런 대화를 하는 중에 갑자기 주인아가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시간이라... 너무 한가하다.

 

하는 일 없긴 해, ?”

 

... 내가 주말에 꼭 보고 싶은 공포영화가 있는데 같이 갈 친구가 없어...”

 

공포영화? 경현정이랑 보면 되잖아! 걔는 바쁘대?”

 

, 걔는 그리고 공포영화 잘 못 본다고 해서

 

단은비는?”

 

... 단은비 역시 공포 영화를 잘 못보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단은비와 중학생 때 공포영화를 보다 단은비가 그냥 중간에 영화관을 나간 적이 있었다.

 

은비도 공포영화를 잘 못보나봐... 선우야 혹시 안 바쁘면 나랑 같이 봐주면 안돼? 영화표는 이미 구해놔서 그냥 몸만 오면 돼!”

 

난감하다. 이미 시간이 있다고 해버렸고 영화표도 구해놓았다고 하니깐 거절하기가 애매하다...

 

그래... 그럼 토요일에 보자.”

 

와 고마워!”

 

  고맙다고 하는 순간 주인아가 활짝 웃었다. 주인아가 저렇게 활짝 웃는 것은 정말 처음 본다. 며칠 전에 살짝 웃었을 때보다도 훨씬 밝은 미소이다. 이게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

 

  아무튼 주인아와 약속을 잡고 우리는 헤어지고 각자 집으로 갔다. 2학기가 시작 된지 3일 정도가 지났는데 참 많은 일들이 생겼다. 단은비가 나타나고 주인아와 친해지고... 대체 이게 무슨 일들일까...

 

  나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현관문을 열었다. 현재 시각 106... 오늘은 주인아와 같이 걸어와서 그런지 평소보다 좀 늦게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신발장에는 평소 이 시각에 없는 익숙한 신발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내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마자 욕설이 들렸다.

 

야 이 호로 새끼야! 공부는 안하고 뭐하고 싸돌아다니다 이제 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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