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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의 크리스마스> -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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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

교실 안으로 들어가니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개학 첫날이라 그런지 다들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오 한썬, 떡배 하이! 방학 잘 보냈냐?”

 

같은 반 이승복이 말을 걸어온다. 사실 난 저 녀석과 전혀 친하지 않다. 겉과 속이 다르달까... 근거는 없지만 항상 무언가 가식이 느껴진다. 

 

잘 보내긴 개뿔, 방학 드럽게 짧네 으으. 방학이 2달은 됬으면 좋겠다.”

넌 그냥 학교오는게 낫겠다. 살이 더 쪗네 크큭

 

승복이와 덕배가 반갑다는 듯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실없는 소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승복이에게 간단한 인사만 하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였다.

 

저 자식은 여전하네. 왜 저렇게 재미없게 사냐

냅둬라, 쟤는 알바하고 다니느라 바쁘잖아, 피곤한가보지

떡배 너처럼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지 저게 뭐냐 에휴...”

 

주변에서 덕배와 승복이가 계속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잡담을 들으며 서서히 잠이 들었다

 

툭툭

 

이제 막 잠이 든 찰나에 누군가 내 잠을 깨웠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아직 아침조회 시작 종도 안 울렸는데 쓸데없이 왜 깨우는 건가

 

툭툭

 

계속해서 나를 깨우고 있다. 딱봐도 덕배나 승복이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다.

 

아이씨, 종도 안쳤는데 왜 자꾸 깨워! 나 좀 내버려둬!

“...”

 

내 눈앞에 있는 것은 박덕배나 이승복이 아니었다. 주인아... 우리 반 반장, 전교 1,2 등을 다투는 성적에 얼굴까지 예뻐서 엄친아라 불리는 그 주인아였다. 그런데 주인아가 무슨 일로 나한테 볼일이? 나는 주인아와 사적으로는 말 한 번 섞어본적 없다.

 

아 미안, 떡배인줄 알고... 무슨일이야?”

담임이 어제 나한테 문자로 아침 조회전에 애들한테 이거 다 돌리라고 했어

주인아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대충 방학 때 뭐하고 지냈고 건강상태는 어떤지 등을 체크하는 설문지형식의 종이이다.

 

아 고마워!”

...”

 

나는 종이를 받자마자 대충대충 볼펜으로 설문지를 체크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인아가 종이를 주고도 떠나지 않는 것 같았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하지만 나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나는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야 한선우

 

주인아가 결국 말을 걸어왔다.

 

?”

너 새마을 감자탕에서 알바해?”

응 어떻게 알았어?

아니 그냥... 지나가다가 봤어

근데 그건 왜?

아니야... 그냥 너 맞나 싶어서 물어봤어. 너 맞구나 그럼 됐어. 나 가볼게 할 일이 많아

 

주인아는 자기 할말만 늘어놓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는 녀석이다. 자기 할 말만 늘어놓고 가버리네...

 

딩동댕동~’

 

아침 조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젠장, 설문지 작성하느라 제대로 잠도 못잤네... 나는 설문지를 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담임이 좀 늦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나... 원래 종소리 울리기도 전에 먼저 오는 인간인데,,,

 

야 한썬, 담탱이 교통사고라도 난 거 아니냐? 오늘 날씨가 심상 찮았던게 이걸 암시한건가? 키킥

임마, 아무리 담탱이가 싫어도 교통사고는 말이 심하지... 어쨌든 개꿀이긴하네, 나 좀 잘테니깐 담임오면 바로 깨워라

쳇 재미없는 녀석 잠만 자네 맨날

 

나는 덕배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다시 엎드려서 잠을 청하였다. 오늘은 뭔가 정상적이진 않은 날인 것 같다. 아침부터 선영이와 티격태격하고, 날씨도 우중충하고, 주인아가 뜬금없이 나한테 말을 걸고, 담임이 아침조회에 늦고...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금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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